나를 슬프게 하는 것들
나를 슬프게 하는 것들
  • 경남일보
  • 승인 2019.02.07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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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석/전 합천중학교장
교직을 떠난 지 이십년이 지납니다. 그래도 40여년을 보낸 교직에 대한 애정은 늘 마음에서 떠나지를 않습니다.

당시에 나에게 주어진 책무에 더한층 열정을 쏟아 실천했더라면 오늘 날 우리교육의 슬픈 한 모퉁이라도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후회와 죄스러운 마음이 듭니다.

“별 잘못도 없는데 선생님이 마구 때렸습니다” , “수업에 충실하지 않아 주의를 주었을 뿐입니다” 이런 엇갈린 보도내용이 나를 슬프게 합니다. 머리에 염색한 학생을 심하게 꾸짖었다고 학부모가 학교에 찾아와 학생인권과 교육민주화를 들먹였다는 소식이 나를 슬프게 합니다.

한창 꿈을 키우면서 소중하게 우정을 영글어가야 할 나이에 급우를 시기하고 모욕하면서 자기보다 교과 성적이 우수한 친구가 다른 학교로 전학을 갔으면 좋겠다고 말함이 나를 슬프게 합니다.

선생님간의 호칭을 ‘쌤’ 으로 함이 옳다고 우기는 현직교사의 주장이 나를 슬프게 합니다.

지방인재 육성을 위해 지급하던 장학금을 대폭 줄인 공기관의 논리가 옳다는 이유가 “학생이 장학금을 받고도 고마움을 모르기 때문에 당연한 조치였다”면서 수혜자인 학생을 탓하는 전직교육자의 말에서는 현기증을 일으켜 눈앞이 캄캄해 집니다.

통학버스 안에서 어린천사가 질식사했다는 가슴 아픈 소식은 목이 메어 말이 나오지를 않습니다. 금품을 빼앗고 폭력을 가하는 급우 때문에 어린학생이 시달리다 못해 끝내 죽음을 택한 사연이 나를 슬프게 합니다.

수능을 끝내고 친구끼리 축적된 긴장감을 풀기 위해 휴양처를 찾았다가 가스사고로 꽃봉오리 천사들이 꽃잎을 피워보지도 못한 채 하늘나라로 갔다는 보도는 슬픔을 넘어 온 몸에 전율을 일으킵니다.

지금 우리 교육현장에서 벌어지는 슬픔이 어찌 이뿐이겠습니까? 그러나 우리는 슬픔을 딛고 일어서야 합니다. 우리사회가 “교사는 있으나 스승은 없고, 학생은 있으나 제자는 없으며, 학교는 있어도 교육은 없다”라는 슬픔에서 벗어나 “스승도 있고, 제자도 있으며, 교육도 있다”는 자부심을 가질 때 나는 덜 슬플 것입니다.

교사 마음이 부모마음 같고, 내 자식과 제자가 함께 아프면 내 아이보다도 제자를 먼저 안고 병원으로 달려가는 사랑의 교사가 이 땅에는 너무도 많다는 사실을 국민 모두가 알아줄 때, 내 슬픔은 기쁨의 무지개로 바뀌어 질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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