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산플러스(213) 남해 금음산
명산플러스(213) 남해 금음산
  • 최창민
  • 승인 2019.02.07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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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했던 영화 흔적없이 사라진 남해대교
산봉우리 구불구불 이어진 맛깔스런 산행
산세따라 펼쳐진 아름답고 고풍스런 산성
 
대국산성에서 보이는 망운산
성돌로 보이는 바위들


대륙에서 나온 정맥은 지맥으로 갈라진 뒤 한줄기는 금오산으로, 한줄기는 반도의 끝, 남해 노량의 짙푸른 바다로 뻗어나간다. 머뭇거릴 새 없는 지맥은 쉼 호흡 크게 한번 하고 바다에 잠영한 뒤 남해도 남해대교 아래에서 일어나 산성산을 치켜세운다. 이 산은 다시 바다 쪽 해안 산록을 형성하면서 오른쪽으로 크게 돌아 구두산과 금음산으로 향한다. 이어진 지맥은 대국산, 망운산, 송등산, 호구산과 금산 옆을 지나 바다로 내려앉아 대장정을 마무리한다. 장장 50km에 이르는 남해지맥이다.

남해지맥 첫머리에 솟은 산성산, 금음산(金音山·481), 구두산을 찾아간다. 산 자체보다는 구부렁구부렁 산봉우리를 이어가는 산행이 맛깔스럽다. 금음산, 남해군의 북동부 설천면 금음리와 고현면 남치리 경계에 있다. 정상부근에 금을 채굴했었다는 폐광이 지금도 남아 있다고 전한다.

구간 마지막 봉우리인 대국산에는 놀라울 정도로 보존성이 뛰어난 대국산성이 위치하고 있다. 이 성은 자고이래로 계속된 왜구의 침략을 방어하기 위해 세운 우리조상들의 피땀 어린 산성으로 그 의미도 간단치 않다. 산의 형세를 따라 조성한 성곽이 아름답고 고풍스럽다. 성 안에는 자연 상태에서 식수를 공급받을 수 있는 연지를 비롯해 궁궐터, 남문 등 옛 형태가 훼손되지 않고 그대로 남아 있어 신기하기까지 하다. 산성 외에도 산줄기 중간 중간에 화강암으로 쌓은 담장이 많이 보이는데 이 역시 섬을 지키려했던 애절함이 담긴 선인들의 흔적이다.



 
홍매화

▲등산로: 남해대교 아래 들머리→대형누각→산성산→1024번로→노량공원→임도→구두산→철탑→용강고개→임도→전망대→금음산→460m봉→약치곡산→대국산성(반환)→산성벽 옆길→가청고개→임도→동비마을.

그래픽=박현영기자

 


▲오전 8시 50분, 들머리이자 남해관문 남해대교 부근에는 일부 매점을 제외하고 여러 가게가 문을 닫아 다소 을씨년스러운 모습이다. 1973년 개통 당시 동양 최대 현수교로서 아름답기로 소문난 남해대교는 전국의 관광객을 끌어 모았다. 많은 관광객이 찾아오면서 관광버스를 댈수 없었을 정도로 인파가 붐볐고 덩달아 주변 상가들도 크게 성해 70년대 중반 최대 호황을 누렸다.

하지만 경제발전에 따른 보고 즐길거리가 전국적으로 많이 늘어나면서 남해대교 주변은 그저 스쳐지나가는 장소, 어느 순간부터 화려했던 영화가 꼬리를 보이고 말았다. 생수구입을 위해 다가간 가게에는 주인 대신 낙엽이 바람에 이리저리 쓸려 다니고 있었다.

들머리 남해대교 교각 아래에서 데크계단을 오른다. 20m정도 오르면 노량 앞바다를 굽어 볼 수 있도록 만든 대형누각 전망대가 나온다.

거대한 붉은 현수교 좌우에 장군의 바다가 보인다. 한국 해전사에 빛나는 공을 세운 이순신장군은 1598년(선조 31)11월 19일, 이곳에서 벌어진 노량해전(露梁海戰)에서 전사했다. 그는 생을 다하는 최후까지도 “戰方急 愼勿言我死”(전방급 신물언아사·싸움이 한창 급하니 내가 죽었다는 말을 하지 말라)라며 나라를 걱정했다. 좌측에 새로 건설된 노량대교가 보인다.

 

연지
두부모처럼 잘려 있는 바위

편백나무숲 속 나무계단을 따라 산성산 방향으로 올라간다. 긴 계단이 끝나면 완만한 능선에 아늑한 오솔길이 펼쳐진다. 한겨울 나뭇가지는 앙상한 가지만 남아 황량함을 더하는데 길바닥에는 초록을 잃지 않은 마삭줄과 갈잎이 장식하고 있어 부드럽기 그지없다. 산에서 느낄 수 있는 소박한 호사다. 등산로 주변 곳곳에 화강암으로 쌓은 산성 흔적이 많이 보이는데 산성산이라는 이름을 갖게 된 계기임을 알 수 있다.

9시 23분, 산성산 직전의 갈림길에서 왼쪽길이 등산로이다. 길이라기보다는 70도에 가까운 낭떠러지여서 로프를 잡고 주의해서 내려가야 한다.

흙더미와 함께 굴러 떨어지듯 산어귀까지 내려왔을 때 1024번 남해 진입도로를 다시 만난다.

도로 건너편에 신동관 전 국회의원의 기념비가 세워진 노량공원이 있다. 그는 박정희정부시절 대통령경호실 차장을 지낸 인물로 훗날 남해·하동을 지역구에서 8대∼10대 국회의원에 내리 당선됐다. 지난해 10월 향년 90세의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남해대교 준공식 때 박정희대통령과 함께 걷는 모습의 부조가 기념비에 새겨져 있다.

다시 임도를 따르다가 등산로에 오른 뒤 구두산 정상에 닿는다. 이곳은 임도와 등산로가 번갈아 가며 나타나 길을 찾는데 특별히 주의해야하는 구간이다. 나무사이로 전망이 그리 좋지 않지만 가끔씩 맞은편 금오산과 노량이 보인다.

등산로는 구두산 정상을 지난 뒤 철탑부근으로 진행한다. 정상에서 내려와 20여분 후 비자림이 가로수처럼 자라고 있는 길을 따라간다.

10시 40분, 조금 더 진행하면 남해 설천면 남양리와 덕신리를 잇는 재, 용강고개다. 현재 도로를 넓히는 공사가 진행 중이다.

용강고개에서 다시 오르면 편백나무 숲이 이어지다가 전망대가 나타난다. 11시 10분, 왼쪽 광양·하동에서부터 정면 노량과 금오산, 오른쪽에 삼천포와 창선이 연무 속에 신기루처럼 다가온다.

칼로 자른 두부처럼 생긴 바위옆을 지나서 11시 55분께 금음산에 닿는다. 정상이라 해도 국립공원지역임을 표시하는 표지점 외 이정석 하나 세워진 것이 없다.

취재팀은 정상 부근에서 금 채굴지도 찾지 못했다. 조망마저 시원치 않은 아쉬움을 뒤로하고 약치곡산으로 발길을 돌렸다. 뭔가 사연이 있을 법한 이름인 약치곡산 역시 밋밋한 평지여서 실망감이 들었다. 약치곡산이라고 쓴 작은 널빤지가 아니었다면 어디인지도 모르고 지나칠 수 있는 봉우리였다.



 
대국산성


휴식 후 오후 1시 20분, 대국산(376m)에 닿는다. 입구에서 거대한 대국산성(大局山城)과 맞닥뜨린다. 이 성은 자연석을 들여쌓기 한 뒤 내부에 흙과 자갈로 채워 만들었다. 축성법과 성의 형태로 미뤄 삼국시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둘레 1.5km, 성벽의 높이 5∼6m, 윗부분 너비 2.4m이다. 지금도 여러 종류의 기와조각과 토기(土器)·자기(磁器) 조각들이 발굴되고 있다. 현재까지 보존상태가 매우 좋아 학술적으로 가치를 평가받고 있다고 한다. 1974년 12월 경남도기념물 제19호로 지정됐다.

산성을 밟고 가장 높은 곳으로 올라간다. 남해와 금산, 망운산 전망이 압권이다. 땅이 다한 곳에 창망(滄茫)한 바다가 펼쳐져 있고, 그 바다 위에 다시 작은 땅이 올망졸망 솟아 있다.

성 높은 곳에서 반환해 내려오면서 비교적 온전하게 남아 있는 건물터나 연지 남문 등을 구경할수 있다.

가청고개방향으로 가려면 다시 성 밖으로 나와 성곽옆으로 난 길을 따라가야 한다. 성은 진행할수록 높아져 하늘이 잘 안보일정도가 된다. 거대하면서도 오래된 성이 훼손 없이 남아 있는 것은 놀랄만한 일이었다. 이 성을 쌓기 위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피와 땀을 흘렸을까. 또 노략질을 일삼는 왜구를 물리치기위해 얼마나 처절한 전투를 벌여야했을까. 여러 상념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성은 남해의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한 산증인이요, 역사의 현장이다. 중간에 일부 무너진 성돌을 밟고 올라 가청고개를 지나 가청방향으로 향하다 임도를 타고 2시 10분 동비마을로 하산했다.

최창민기자 cchangmin@gnnews.co.kr



 
대국산성 건물터
 
산성과 남해
대국산성 메인
무너진 산성
노량앞바다 전망대
편백숲속 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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