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에서] 궁즉통(窮則通)
[교단에서] 궁즉통(窮則通)
  • 경남일보
  • 승인 2019.02.11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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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숙향 (배영초등학교 교사·시인)
‘궁즉통’이란 ‘궁하면 통한다’는 뜻으로 주역에 나오는 말이다. 아무리 어려운 경우에 처하더라도 살아나갈 방도가 생긴다는 뜻으로, 어떤 상황이든 빠져나갈 구멍이 있고 시간이 지나면 해결이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푸라기 하나 잡을 것이 없어 해결될 희망조차 없었는데, 좌절과 절망 속에서 삶의 모든 걸 놓으려할 때 삶의 의미를 부여할 무언가가 불현듯 나타나는 것이다.

우리네 삶은 도처에 장애물이 도사리고 있다. 노력한 만큼 결과가 주어지지 않는 취준생들은 퀭한 눈으로 삶의 방향성을 잃고 헤매고 있고, 성실하게 최선의 노력을 다해도 폐업을 앞두고 있는 자영업자들, 심지어 믿었던 친구의 배신으로 고통과 좌절의 나락에 떨어져서 때늦은 후회와 분노로 삶을 망가뜨리는 일이 있는가 하면, 낮은 자세로 끊임없이 노력하며 선하게 살아도 삶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기도 한다. 주변을 돌아보면 힘든 사람들이 너무 많다. 벼랑 끝으로 내몰린 사람들도 많다.

올해 국내외 경제전망은 작년과 마찬가지로 녹록치 않은 해가 될 것 같다고 한다. 연초부터 ‘우울한 대졸자 정규직 취업률은 10명 중 1명뿐’이라는 중앙지 기사제목도 보인다. 새해를 맞이하여 소망이 이루어지기를 기원하는 목소리가 갈수록 높아만 간다. 올해만큼은 황금돼지해의 이름이 무색하지 않기를 바라는 간곡한 심정이 느껴진다.

사람이 죽으란 법은 없다고 한다. 어려운 상황에서 이 길이 아니면 저 길을 모색해보고 이 방법 저 방법을 찾다 보면 반드시 출구를 발견하기 마련이다. 살다보면 답이 없어 보이는 일이 비일비재하지만 답은 반드시 있는 법이다. 그래서 어떤 고난이 닥치더라도 주저앉지 않고 노력한다면 그 궁함은 반드시 통함으로 이어진다고 하는 것이다.

2월은 동토의 땅에서 얼음장을 뚫고 얼굴을 내미는 얼음새꽃을 떠올리며 또다시 힘을 내야하는 달이다. 평균기온이 오르면서 한반도에서 가장 먼저 봄소식을 알리는 가덕도의 복수초 소식이 올해는 20여일 빨리 들려왔다. 몹시 어려운 처지에 이르게 되면 도리어 해결할 길이 생긴다는 말인 ‘궁즉통’을 머릿속에 되새기며 현재 마음의 밑바닥에 가라앉아 있는 이들에게 또 다른 희망을 떠올려보길 권하고 싶다. 정호승 시인의 ‘봄길’을 들려주고 싶은 2월이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길이 있다/길이 끝나는 곳에서도/길이 되는 사람이 있다/스스로 봄길이 되어/끝없이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강물은 흐르다가 멈추고/새들은 날아가 돌아오지 않고/하늘과 땅 사이의 모든 꽃잎은 흩어져도//보라/사랑이 끝난 곳에서도/사랑으로 남아 있는 사람이 있다//스스로 사랑이 되어/한없이 봄길을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시인
 
최숙향 (배영초등학교 교사·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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