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동진의 귀농인 편지 [11] 좋은 집짓기
조동진의 귀농인 편지 [11] 좋은 집짓기
  • 경남일보
  • 승인 2019.02.11 19:1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눈이 내리는 약수헌 풍경


집에 대한 오해는 집을 건물에 국한시키는 것이다. 이는 아파트 생활에 익숙한 도시적인 생각이다. 집이란 거주공간이다. 따라서 집 안 뿐만이 아니라 마당, 정원, 울타리, 이웃, 산세 등 거주하는 전체 공간을 의미한다. 즉 주변 환경, 산세 등과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는 것이다. 도시적인 사고를 벗지 못하고 시골에 가자마자 집을 지으면 이런 함정에 빠진다. 축대를 성처럼 쌓고 정원엔 동글동글한 정원수를 심고 뾰죽한 이층집을 큼직하게 짓는다. 이 모든 건 시간이 지나면 후회할 일이고 이웃의 눈총을 사기도 한다.되도록이면 건물은 주변 경관에서 튀지 않도록 짓고 정원엔 관상수 보다는 들꽃이나 유실수, 텃밭 등을 자연스럽게 배치한다. 장미나 백합보다는 꽃피우는 일이 살아가는 일인 콩꽃이나 가지꽃 등등이 피어야 하는 것이 시골의 마당이다. 정남향은 난방비가 절약되어서 좋지만 달이 뜨고 해가뜨는 걸 집안에서 볼 수 없다. 동남향이 절충형이다. 진입로는 최대한 동쪽으로 두고 진입로의 시작은 조금 낮게, 집은 조금 높게 하여 집을 우러러보고 들어가게 한다.

나를 지켜주고 나에게 안식을 주는 집은 아버지 택임으로 우러러 보아야 한다. 따라서 업자에게 몽땅 맡기는 도급 형태보다 자기도 같이 참여하는 직영형태를 추천한다. 그러려면 시간을 가지고 공부를 많이 해야 한다. 아는 게 없으면 남에게 몽땅 맡기게 되니 시골 가자마자 짓게 되면 후회가 많게 된다. 다른 집짓는 현장에도 가보고 자재공부도 하고 배치도는 본인이 초안을 만들어서 설계사무소에 넘겨야 한다. 나와 가족의 취향에 맞는 나만의 집을 지어야 하지 않겠는가.



 
 
집짓기 모습
부엌과 거실은 최대한 전망 좋고 햇볕 잘 드는 쪽으로 배치하고 화장실 다용도실 등 등은 뒤쪽으로 배치한다. 화장실 문을 열면 변기가 보이지 않게 아트 월을 만들고 그 뒤에 변기를 감추면 쾌적한 화장실이 된다. 머무르는 시간이 많은 곳은 양명한 곳으로 해야 한다. 아파트엔 모든 것이 실내에 있지만 시골집은 외부에도 많은 공간이 있다. 마당, 창고, 정원, 장독간 등등이 있기에 실내평수를 넓히면 건축비 비싸고 관리비도 비싸서 후회하는 경우가 많다. 25평을 넘지 않는 게 좋다. 마당은 집의 높이보다 길게 한다.

현관문, 거실창, 부엌창, 침실창 등 모든 것은 비율에 신경써야 한다. 다른 집을 방문해서 창의 크기가 적당해 보이면 비율을 메모한다. 똑 같은 눈코입이라도 비율에 따라 예쁘기도 하고 밉기도 하기 때문이다. 거실에서 보이는 마당 끝자락엔 나지막한 상록수를 심는 게 좋다. 경계가 없으면 나의 기운이 흘러버리고 겨울엔 온통 삭막하니 푸른 기운을 두어야 한다.

마당엔 무작정 잔디를 까는 것도 신중해야 한다. 잔디에는 벌레가 있고 습기를 머금고 있고 제초를 위해 나중엔 농약을 뿌리게 된다. 습기는 건물을 부식시키는데 일조하고 살이 잘 찌는 사람에겐 화를 부른다. 따라서 필자는 강자갈을 깔았다. 달빛이 흥건한 자갈마당을 맨발로 걸으면 지압효과도 있고 술도 깨고 운치도 있고 일석삼조이다. 짐승들이 접근하다가도 자갈 밟는 소리가 나면 그 소리에 놀라 피해간다. 자갈이 흙속에 파묻히거나 풀을 방지하려면 먼저 차광막을 깔고 자갈을 부으면 된다.



 
굴뚝


난방은 기름보일러가 제일 무난하다. 화목이나 아궁이는 후회하는 경우가 많다. 구들방을 하고 싶으면 사랑채를 흙집으로 지으면 된다. 본채는 관리하기 편한 현대식으로 짓고 가끔 자는 사랑채는 2칸, 5평 정도로 아궁이를 설치하면 된다. 매일 자는 방은 절대 아궁이를 하면 안 된다. 그리고 아궁이 방엔 불을 지피고 자면 안 된다. 근자에도 부부가 질식사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오전에 미리 불을 때고 연기가 사라진 후에 자야한다.

아궁이는 전통구들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 돈이 비싸다. 개량형으로 놓고 굴뚝에 송풍기를 달면 굴뚝 위치도 자유롭게 할 수 있고 연기도 잘 빠진다. 필자는 굴뚝에 문을 달아서 목초 액을 받도록 해 놓았다. 집은 본채 사랑채 창고의 세 채가 어우러지면 좌청룡 우백호의 형태가 나와서 안정적이다. 큰소리가 들리는 계곡 옆에는 집을 짓지 않는다. 물의 기운과 소리가 나의 기운을 앗아간다. 차량의 통행 또한 물과 같으니 되도록 길과 멀리 떨어진 곳에 짓는다. 졸졸졸 흐르는 작은 도랑이나 샘물이 있으면 최고의 선물이다.

평생을 살면서 내가 살 집을 내 손으로 장만한다는 건 의미 있는 일이다. 시간과 정성을 투입하여 나만의 집을 지어서 공경하는 마음으로 집을 모시면 분명히 나의 집은 나에게 안식과 건강을 줄 것이다. 당호가 약수헌인 우리 집으로 온지 삼사년 만에 우리나라 최고의 대학병원에서도 포기한 아내의 병이 자연스럽게 나았다. 대문을 드나들 때 집을 향해 자연스럽게 인사가 나올 수밖에 없다. 약수헌은 내 인생의 역작이다

 
약수헌에서 내려다본 조망. 평사리 들녘 멀리 섬진강이 남해로 흘러가는 모습이 보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