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칼럼] 공부하는 운동선수 육성(育成)
[경일칼럼] 공부하는 운동선수 육성(育成)
  • 경남일보
  • 승인 2019.02.12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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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실 (전 진주외국어고교장·신지식인 도서실장)
이 세상의 모든 부모들은 자녀들에게 좋은 습관을 길러주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게 된다. 현대 사회는 부모가 자식을 이끌어 가는 것도, 선생님이 학생을 이끌어 가는 것도 그렇게 쉽지가 않고 어려움에 처할 때가 가끔 있다. 오늘은 요즘 체육계의 미투 폭로가 잇달아 터지면서 낡은 관행들이 도마 위에 올라 있는 우리나라 운동선수의 실태에 대해 조금 이야기 해볼까 한다. 우리나라는 ‘88서울올림픽’ 4위라는 경이적인 기록을 기점으로 세계 10위안에 들어갈 정도의 스포츠 강국이 되었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오직 승리에만 족쇄가 채워진 학교 스포츠의 짙은 그늘이 우리 사회를 서글프게 하고 있다. 일등 제일주의, 금메달 제일주의만을 추구하는 우리나라 학교 스포츠는 운동선수이기 전에 학생이라는 신분은 망각하고 학생으로서 가장 중요시해야 하는 수업참여에 대한 소홀함이 전 스포츠 종목을 불문하고 일반화 되어있는 것이다. 이는 결국 인성교육의 부재로 이어 질 수 있다. 수업에 참여한다는 것은 교사로부터 지식을 부여 받는 것은 물론이고 친구들과 우정을 쌓고 사회생활의 기초를 배우게 되는 것이다. 지금 운동선수들의 현실은 학생이기 전에 오직 운동선수로만 의식이 존재하고 있다. 공부는 안 해도 운동선수로만 성공하면 된다는 의식이 깔려있기 때문이다. 학부모나 지도자도 운동성적을 올리는 것에만 급급한 나머지 운동선수들이 학생의 본분인 공부를 등한시해도 방치하고 있다. 공부와 운동을 철저히 병행하고 있는 미국, 독일, 일본 등 선진국들의 학교 체육과는 사뭇 배치되고 있다. 전미대학체육협회(NCAA)의 이념은 “공부하는 운동선수”이다. 공부만 해서도 안 되고 운동만 해서도 안 된다. 운동과 공부를 함께 병행하는 것이 그들에게 큰 부담이 되고 생리적으로 힘들게 할지라도 공부가 선수들의 지적능력을 향상시키고 실력과 인성을 겸비한 선수로 양성 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기 때문이다. 미국 서던캘리포니아 대학교(university of southern california)는 “공부하는 선수육성”을 최고의 가치로 삼고 있다. USC에서 공부하는 선수들이 각종 대회에서 이룩한 성과는 경이로울 정도이다. 지금까지 올림픽에서만 금메달 135개, 은메달 87, 동메달 65개를 따냈다. 미국대학 중 올림픽 메달 최다 1위 성적이다. 이 대학에서는 경기에서 좋은 성적을 내는 것 못지않게 정해진 학점을 이수하지 못하거나 출결상황이 불량하면 훈련금지, 출전금지 등의 강력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 운동선수들이라면 누구나 꿈꾸는 프로의 문은 좁다. 한국체육과학교육원 통계에 의하면 학생선수 중 약 10%정도 프로에 진출한다고 한다. 그 중 태극마크를 달 수 있는 국가대표의 문은 바늘구멍 수준이다. 국가대표가 되어도 은퇴 후가 문제다. 대한체육회 국민건강 보험공단 자료를 분석해보면 국가대표선수 중 35.4%가 은퇴 후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다고 한다. 왜 그럴까? 배운 지식이 없기 때문이다. 운동선수는 직업의 특성상 선수 수명이 길지 않다. 운동 이후의 인생에 대한 대비로 학업이 필수적이다. 한국에서는 눈앞의 이익 때문에 학생 선수들에게 오직 운동만을 강요하는 부모나 감독을 쉽게 접할 수 있다. 선수생활이 끝난 후 남은 인생을 살아가는 것은 부모도, 감독도 아닌 선수 본인이다. 운동선수에게 공부는 미래를 위한 인생보험이다. 운동선수로 은퇴하고 난 후 50년의 인생을 아무런 지식이 없이 살아간다는 것은 노 없이 배를 젓는 것과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이제 부터라도 공부하는 운동선수로 육성하여 사회에서 낙오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우리 지도자가 먼저 앞장서자.
 

고영실 (전 진주외국어고교장·신지식인 도서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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