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가 숨 쉬는 세상
정의가 숨 쉬는 세상
  • 경남일보
  • 승인 2019.02.14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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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석(전 합천중학교장)
공원석
공원석

뛰어난 사업가로 평을 받는 유태민족은 “빵을 좋아하는 아들에겐 절대로 빵장사를 시키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 이유는 빵을 좋아하는 사람이 빵을 만들면 자기 입맛에 맞도록 만들어 자기만족에 빠진답니다. 자기가 만든 빵의 판매가 부진하면 그 원인에 대하여 깊은 검토는 하지 않고, 맛있는 빵을 만들었는데도 그 가치를 몰라준다면서 오히려 고객을 원망하기 때문이랍니다. 이는 어떤 일의 잘못된 결과에 대하여 자기성찰은 하지 않고 모든 책임을 남의 탓으로 돌리는 행위입니다.

요즈음 우리 사회에서는 조언과 간섭이 위태로운 경계선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고 있습니다. 조언은 간섭으로 오해받을까봐 몸을 사리고, 간섭은 갑질이라는 시대적 형벌을 피하려고 숨을 고릅니다.

이는 독립적인 자기존재의식을 가지고서 상호 의존적인 활동을 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 아닐까 싶습니다. 개인주의를 추구하지만 결과적으로는 똑같은 선택을 하는 모습과 같아 보입니다. 학생들을 보면, 그들은 개인의 취향을 바라지만 똑 같은 롱 패딩을 입고 다닙니다.

공동체생활에서 ‘내 생각은 옳고, 네 생각은 틀렸다’는 이분법으로 모두를 재단한다거나 ‘다름과 틀림’을 구별 못하는 틀에서는 벗어나야 합니다. 다른 사람의 의견을 존중하고, 여러 사람의 뜻을 청취하여 중지를 모으고, 다수결에 승복함이 민주사회에서는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인정해야 합니다. ‘사물은 존재하는 대로 보이는 것이 아니라 생각하는 대로 보인다’는 말처럼 ‘생각은 행동을 낳고, 행동은 버릇을 길러준다’고도 합니다.

조언을 간섭으로만 받아들여서는 안 됩니다. 그렇다고 해서 조언이라는 명목으로 개인의 경계영역을 침범하는 간섭도 안 됩니다. 공동체의 일이 개인의 뜻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해서 여러 가지 사유를 동원해서 ‘여론’이라는 핑계로 상대를 매질하는 행태를 보면, 우리사회가 아직도 정의로운 사회가 되지 못한 것 같아 매우 씁쓸합니다.

50년이 넘도록 살아 온 고장인데도 그 고장의 태생이 아니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이방인으로 취급을 받는 현실을 보면서 우리가 가야할 길이 너무도 멀어 보입니다. 그러나 이 길이 아무리 멀고 험하더라도 우리가 꼭 성취해야 할 과업입니다. “예 할 것은 예 하고, 아닌 것은 분명히 아니요”라고 말할 수 있는 정의가 숨 쉬는 맑고 밝은 세상이 어서 이루어지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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