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복동 할머니를 기리며
김복동 할머니를 기리며
  • 경남일보
  • 승인 2019.02.14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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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문순 (진주평화기림사업회 공동대표)
지난 1월 28일 두 개의 부고가 날아들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 할머니의 부음을 듣고 마음을 추스르기도 전에 김복동 할머니의 부음을 들었다. 마음에 구멍이 뻥 뚫리는 느낌이었다. 두 분 할머니가 별세하심으로써 이제 정부에 등록된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는 스물 세분밖에 남지 않게 되었다.

할머니들이 한 분, 한 분 별세하실 때마다 그 의미가 남다르게 다가오지만, 특히 김복동 할머니의 별세는 한 분 두 분의 숫자로 셈할 수 없는 너무 큰 아픔으로 느껴진다. 김복동 할머니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 운동의 중심이자 큰 대들보로서 돌아가실 때까지 너무나 큰 역할을 하시다가 돌아가셨기 때문이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더 나아가 전시성폭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구를 이끌고 전 세계를 다니시면서 증언과 강연을 하시고, 몸이 아파 자리보전을 하시기 직전까지도 수요시위에 나와 정부와 국민들을 일깨우시던 할머니. 당신의 고통을 딛고 일어서서 전쟁 중에 있는 세계 곳곳의 여성들이 전시성폭력을 겪는 것을 마음아파 하시며 나비기금을 만들어 그들을 돕는 활동을 펼치신 할머니. 베트남 전쟁 때 베트남 여성들이 겪은 고통도, 지진 피해로 어려움에 처한 일본 내 조선인학교의 고통에도 어느 것 하나 모른 체 하지 않으시고 늘 마음을 열어주시던 할머니. 이처럼 할머니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운동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의 운동에서도 귀감이 될만한 큰 어른이셨다. 앞으로도 한 동안 할머니의 빈자리를 아쉬워하고 할머니를 그리워하게 될 것 같다.

이런 할머니의 별세소식을 들으면서 무엇보다 2015년의 12·28 한일 합의조차 제대로 해결되는 것을 못보고 돌아가신 것이 한스럽게 느껴졌다. 뉴욕타임즈에서 ‘거침없는 불굴의 활동가’ 김복동 할머니의 별세 소식을 알린 것에 항의를 하는 일본의 망동이 나오는 상황이 가슴 아프다. 진주에서 치룬 간략한 추도식에서 노래패 ‘맥박’의 목소리를 통해서 울려 퍼진 노래처럼 ‘통한을 멈출 수 없다’.

그래서 우리에게는 이 슬픔 속에서, 다시 또 할머니(들)의 고귀한 뜻과 모습을 이어나가야 할 책임이 주어졌다. 우선 12∙28 한일 합의를 폐기하고 12·28 한일 합의로 우리 정부에 전달되었던 10억 엔을 반환하는 작업부터 시작하여야 한다. 더 이상 일본으로부터 ‘위안부’ 문제는 합의가 되었다느니, 배상 노력을 했다느니 하는 망언을 들어서는 안 된다. 진실한 사죄와 배상을 받아내도록 정부와 민간단체가 함께 노력하여야 한다.

이제 남은 피해자 할머니가 23분이다. 그러나 이 숫자는 정부에 등록된 피해자에 한하는 숫자이다. 학계와 관련단체에서는 ‘위안부’로 끌려간 피해자를 약 20만 명으로 추산하고 있고 그 중 해방을 맞아 귀국한 분이 약 2만 명일 것이라고 보고 있다. 그렇다면 애초에 240여명이라는 등록자 수는 지나치게 작은 숫자이다. 세월이 너무 많이 흘러 많은 분들이 세상을 떠나셨겠지만 아직도 침묵 속에 있는 피해자가 우리 곁에 많이 계실 것이다. 일본의 사죄와 배상을 받아내는 일과 함께 지금이라도 이 분들을 찾아내어 명예를 회복하고 국민들의 지원 속에서 만년을 보내실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시급한 우리의 과제이다. 스물 세분이라는 숫자가 우리에게 이 책임의 시급함과 위중함을 알려주고 있다. 이제 시간이 얼마 없다. 다시는 우리 국민, 여성들에게 이런 고통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려면, 그리하여 앞으로 평화의 시대를 열어가려면 가장 서둘러서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강문순 (진주평화기림사업회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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