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융희의 디카시로 여는 아침]독거
[천융희의 디카시로 여는 아침]독거
  • 경남일보
  • 승인 2019.02.14 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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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카시-독거


짧은 햇살에

빨래를 몇 번이나 뒤집어 널며

무료를 건너간다.

혼자 남아 잘 살면 무슨 재민겨-

야속한 할망구.

-강옥



프레임 안에 들어온 풍경에 셔터를 누른다. 비스듬하게 내린 바지랑대와 허공에 밑줄을 그은 빨랫줄, 매달린 빨랫감과 꽉 다문 집게들. 그리고 구부정한 허리를 한껏 펴고는 잠깐 머물다 곧 저물 햇살 따라 이리저리 아직 덜 마른 옷감들을 매만지는 저이의 긴 그림자.



사진에 있어 푼크툼(Punctum)에 이르는 순간을 포착한 것이다. 화살처럼 찔려오는 어떤 강렬함의 뜻을 가진 라틴어로, 좋은 디카시는 영상과 5행 이내의 결합으로 이루어진 작품 안에 푼크툼이 있느냐에 결정된다. 저이의 등에 기대고 있는 적막함에서 시인은 잠잠히 들리는 혼잣말을 옮겨 놓는다. ‘야속한 할망구’, 이렇듯 디카시는 자연이나 사물의 말을 찰나에서 포착한 그대로 옮겨 놓는 대언자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시와경계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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