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공항 발언' 놓고 5개 지자체 '딴생각 중'
'신공항 발언' 놓고 5개 지자체 '딴생각 중'
  • 박준언
  • 승인 2019.02.14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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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년대계 동남권 관문공항 갈수록 안개속에서 표류
문 대통령 ‘부산발언’ 지역별 아전인수식 해석 분분
정부 ‘경북민심’ 문건엔 “가덕도 조건부 수용” 파문
5개 시·도 합의 불발땐 총리실서 최종 판단내릴 듯
문재인 대통령이 김해신공항 문제에 대해 언급한 부산발언과 관련 부산과 대구·경북지역에서 서로 아전인수식 해석을 내놓고 있는 가운데 백년대계 동남권 관문공항 계획이 갈수록 안개속에서 표류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3일 부산 지역경제인들을 만난 자리에서 “5개 광역단체의 뜻이 하나로 모인다면 결정이 수월해질 것이고, 만약 생각이 다르다면 부득이 총리실 산하로 승격해서 검증 논의를 결정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합의에 앞서 이달 말에 나오는 부울경 동남권 관문공항 검증단의 최종 결과를 지켜보자는 입장이다. 이 결과를 놓고 5개 지자체가 논의를 해 보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5개(부산·울산·경남·대구·경북) 광역단체 간의 ‘합의’ 가능성이 낮아 신공항 문제는 총리실에서 판단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검증단은 국토부의 김해신공항 기본계획은 소음 피해지역 축소, 활주로 진입표면 장애물 검토 배제, 공항시설 부족, 화물기 등 대형항공기 이착륙 위험성, 24시간 운영 불가 등의 문제점이 드러난 만큼 기본계획 자체를 백지화 수준으로 재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검증단 관계자는 “검증 결과는 수시로 대통령께 보고하고 있었다. 대통령께서 문제점을 인식하고 계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5개 광역단체 합의가 나올 것이라고는 크게 기대하지 않는다. 결국 총리실에서 판단을 내릴 것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가덕도 신공항을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는 부산시는 문 대통령의 발언을 크게 반기고 있다. 부산시 변성완 행정부시장은 “우리가 그동안 해온 요구가 받아들여 진 것으로 아주 의미가 크다”며 “주변 지자체를 설득하는 노력을 꾸준히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이 와중에 14일 한 언론이 “대구 지역 현안인 ‘군(軍)-민간 통합 공항’ 이전 사업이 해결되면 TK(대구·경북) 지자체장들이 ‘가덕도 신공항’에 반대하지 않을 것”이라는 행정안전부 내부문건을 인용 보도하면서 파문이 일고 있다. 정부가 ‘대구 군 공항 이전 사업’을 조기 추진하면서 TK 지역 민심을 달래고 기존 김해공항 확장안 폐기와 ‘가덕도 신공항’을 추진하는 수순을 밟아나가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다. 동남권 신공항을 “총리실 차원에서 검증하겠다”는 문 대통령의 부산발언도 결국 ‘김해신공항 백지화’-‘가덕도 신공항’ 재검토 시사로 해석될 수 있다는 것.

이날 조선일보가 입수 보도한 행정안전부의 ‘설 연휴기간 종합 지역여론·동향’ 문건에 따르면 “이철우 경북지사와 권영진 대구시장은 정부가 대구통합공항 이전을 먼저 확정하고 빨리 추진해 준다면 가덕도 신공항 건설에 반대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라고 명시했다. 특히 보고서는 “국토부는 총리실에서 검증이 이뤄진다면 최대한 협조를 해서 빨리 검증을 받고 마무리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TK지역 현지 상황은 행안부 문건과는 입장이 상당히 다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공군 K2기지와 대구공항을 함께 이전하는 통합신공항을 추진하고 있는 대구·경북은 김해신공항 백지화와 가덕도신공항 추진에 대해 강력하게 반발하는 분위기다. 대구·경북 통합신공항은 김해신공항 건설을 전제조건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김해신공항이 백지화 될 경우 다시 밀양신공항 카드를 들고 나올 가능성마저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럴 경우 10년 이상 지속됐던 영남권신공항 갈등이 또 재현될 가능성이 있다.

대구시 김진상 통합신공항추진본부장은 “김해신공항 건설은 오랜기간 전문가들의 검토를 거쳐 결론난 국가 정책이다. 김해신공항을 백지화하고 가덕도 신공항을 추진한다면 13년 이상 지속된 영남권 분열을 다시 초래하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통합신공항은 군공항이전특별법에 의해 추진되는 대구경북의 가장 크고 중요한 사업인 만큼, 김해신공항을 백지화하는 합의는 있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검증단은 지난 5개월 간의 검증 결과를 정리하고 있다. 단장을 맡고 있는 김정호(김해을) 국회의원은 “검증 결과는 5개 광역단체장들에게 보고가 된다. 어떤 결정이든 합의가 된다면 따르겠지만 만약 합의가 않된다면 총리실에서 국토부의 기본계획과 검증단의 검증 결과를 비교해 판단을 내리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부산시와 대구시의 입장이 팽팽한 가운데 문 대통령의 발언 중 눈에 띄는 점이 있다. 문 대통령은 말미에 “중요한 것은 그런 것을 다시 논의하느라 또 사업이 표류하거나 지나치게 늦어져서는 안 되고 가급적 이른 시일 내에 결정되도록 하겠다”고 한 부분이다. 가덕도신공항을 추진할 경우 지금까지 김해신공항에 소요된 시간과 예산은 모두 낭비되고, 더 많은 시간과 예산이 투입돼야 한다.

박준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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