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 경남일보
  • 승인 2019.02.17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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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태완(칼럼니스트)
‘춘래불사춘’은 중국 전한 시대 원제 때에 유래했는데, 원제는 걸핏하면 침략을 일삼는 흉노족을 달래기 위해 궁녀 한명을 보내기로 했다고 한다. 우여곡절 끝에 흉노족에게 보내진 ‘왕소군’이 타향에서의 쓸쓸한 심정을 “오랑캐 땅에는 꽃도 풀도 없으니(胡地無花草) 봄이 와도 봄 같지 않구나(春來不似春)”로 읊었다고 한다.

그런데 현재는 연말이 되어도 상여금을 타지 못하는 사람, 또 연 초에 남들은 떡이야 술이야 즐겁게 먹고 즐기는데 혼자 그런 기분을 못 느끼는 사람, 토요일인데 출근할 때 등에 비유하여 사용한다. 한때는 ‘추래불사추(秋來不似秋)’라는 말이 유행하기도 했는데 ‘만족스럽지 못한 일에 비유적인 말’로 쓰이는 듯하다.

따라서 우리 귀에 못이 박힌 ‘청년실업, 저 출산문제, 최저임금과 고사 직전의 자영업, 저성장의 경고음, 북핵 폐기 등’은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뿐만 아니라, 현 경남지사와 전 충남지사가 법정 구속되면서 서울 및 서울남부구치소 등에는 ‘전 대통령(2명), 전 대법원장, 전 청와대 비서실장 및 수석, 전 장·차관, 전 국회의원, 전·현직도지사 등’ 정부를 꾸려도 될 정도의 사람들로 꽉 차있다.

누구의 잘잘못을 따지기 전에 정치에 입문해서 국민들의 존경을 받던 사람들이 왜 영어(囹圄)의 몸으로 옥중신세를 져야 하는 가에 대해서 깊이 생각해 보아야 될 것 같다. 이들이 옥중에서 ‘나의 잘못을 인정하며 옥살이가 당연하달까? 아니면 정치적 피해자로 억울하고 원통하여 잠을 제대로 못 이루고 있을까?’ 사안에 따라 다르겠지만 죄와 벌에 대해 고뇌할 것이다.

특히, 드루킹 댓글 조작 관련 김 지사 실형 선고에 대해 “MBC경남이 리얼미터에 의뢰한 여론조사결과 ‘타당한 판결이다’가 48.9%, ‘부당한 판결이다’는 29.3%였는데” 여당은 강한 유감을 표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야당 일부에서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석방문제도 거론하고 있다. 법치의 생명은 어떤 검찰이 수사하든, 어떤 판사가 재판하든, ‘동일한 사건에 대해 동일한 결론’에 이를 때 국민들이 신뢰할 것이다.

이렇게 가슴이 답답하고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는“정관정요(貞觀政要)”에서 해답을 찾아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당태종의 성공 비결은 제2장 ‘정치의 요체(政體)’편에 나오는 “군주는 배이고 백성은 물이다. 물은 배를 띄울 수도 있지만, 배를 뒤엎을 수도 있다(君舟人水, 水能載舟, 亦能覆舟)”로 집약될 수 있다.

제4장 ‘간언을 장려하라’에서 태종은 거울이 없으면 자신의 생김새를 볼 수 없듯이 신하들의 간언이 없으면 정치적 득실에 관해 정확히 알 방법이 없다고 지적했다. 먹줄이 있으면 굽은 나무가 바르게 되고, 기술이 정교한 장인이 있으면 보옥(寶玉)을 얻을 수 있듯이 시대를 꿰뚫어보는 혜안을 가진 신하의 충언은 군주를 바로 서게 할 뿐만 아니라 천하를 태평성대로 만들 수 있다고 했다. 제32장 사면령(赦免令)에서는 “소인의 행복이 군자의 불행이다”라며 사면을 경계했다.

완연한 봄이 오기 전에 각자의 책임과 임무에 대해 되새겨 봤으면 한다. 직위가 높을수록 책임과 임무가 과중할 것이다. 국민들은 대통령 등 정치가들이 행복하기를 바라며, 정치가들 역시 국민들의 행복을 바랄 것이다. 나쁜 정치는 정치적 이득을 얻기 위해 국민의 단점을 부추긴다. 나라 곳간은 갈수록 비고 감옥엔 정치인들이 포화상태다. 동떨어진 말일지 모르지만, 전 대통령 등 정치인들이 죄를 짓지 않아 감옥이 텅 빌 때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은 사라져 국민들의 행복지수가 높아질 것이라 생각한다.
 
강태완(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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