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과 가짜가 판치면 안된다
거짓과 가짜가 판치면 안된다
  • 경남일보
  • 승인 2019.02.17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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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용환(법학박사,시인,前사천경찰서장)
해외여행을 하다보면 이런 얘기를 듣곤 한다. 중국은 물건이 가짜고 한국은 사람이 가짜라는 것이다. 그만큼 거짓이나 가짜가 국지적 현상이 아닌 세계적으로 나타나는 시대의 특성이라 할 수 있다. 우리는 지금 거짓이 사실을 압도하는 사회에 살고 있고 사실에 근거한 진실은 자연스레 설 자리를 잃고 있다. 어느 탤런트 가수가 ‘세상은 요지경 요지경 속이다, 여기도 짜가 저기도 짜가 짜가가 판친다’라는 노래를 불러 한 때 유행한 적이 있다. 여기서 짜가는 가짜를 말한다. 이처럼 우리 사회에 거짓과 가짜가 곳곳에 박혀 있다고 보여 진다.

희랍신화에 나오는 제우스 신은 사람들이 너무 고지식하면 사는데 여러 가지로 불편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모든 사람들에게 거짓말 하는 약을 골고루 나누어 뿌려주라고 헤르메스에게 명령을 내렸다. 헤르메스는 거짓말 약을 닥치는 대로 사람들에게 뿌려 주었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정치인 한 사람 차례가 되었는데 거짓말 약이 많이 남아 하는 수 없이 헤르메스는 남은 약을 모두 그 사람에게 뿌려버렸다고 한다. 그래서 거짓말을 제일 잘하는 사람을 뽑으라고 하면 정치인을 뽑는 경우가 많다.

후기 진화단계에 인간의 대뇌가 급격히 커진 건 거짓말을 하는 능력과 그걸 알아채려는 능력이 경쟁적으로 발달해서란 설도 있다. 거짓말이 고약한 것은 그것이 거짓말이라는 것이 확실하게 입증되기 전까지는 온통 진실로 통하기 쉽다는데 있다. 여기에 대해서는 일찍이 테니슨이 ‘할머니’라는 시에서 다음과 같이 경고한 적이 있다. ‘진실을 절반 섞은 거짓말이 가장 흉악한 거짓말이고 일부분이 진실인 거짓말은 새빨간 거짓말보다 더 다루기 어렵다’라고 했다. 심리학자들은 거짓말을 할 때는 양심의 소리가 들리지 않도록 하기 위해 유달리 목청을 높이게 된다고 한다. 남을 일방적으로 매도하는 사람도 마찬가지라고 한다. 가령 아무개는 비애국자이니 부도덕하다니 비난을 퍼부으면 그만큼 자기는 애국자요 도덕군자가 되는 것처럼 스스로 착각하고 남에게도 그렇게 보이기가 쉽기 때문이란다.

요즘 이 같은 거짓의 탈을 쓰고 급속히 전파되고 있는 것이 소위 말하는 가짜뉴스일 것이다. 가짜뉴스는 정치·경제적 이익을 위해 의도적으로 언론보도의 형식을 하고 유포된 거짓정보를 말하는데 역사적으로도 가짜뉴스 사례는 많이 찾아볼 수 있다. 대표적 사례로 백제무왕이 지은 ‘서동요’는 선화공주와 결혼하기 위하여 거짓정보를 노래로 만든 가짜 뉴스였다.

그러나 최근의 가짜뉴스는 다른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그전에는 동요나 입소문으로 퍼졌다면 요즘은 누구나 쉽게 이용하는 미디어 플랫폼에 정식기사의 얼굴을 하고 나타나고 감쪽같이 변장한 가짜뉴스들은 사람들의 입맛에 맞으면 쉽게 유통되고 확산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가짜뉴스가 판치지 않게 하는 대책은 없는 것인가? 참으로 난감하기 짝이 없다. 정치적 이해득실에 따라 여러 제목의 입법을 발의하고는 있지만 아직까지 제대로 된 법 제정은 기약이 없다고 하겠다. 독일의 경우는 정보 서비스 제공자에게 가짜뉴스 등의 확산을 막도록 엄격한 책임을 부과하는 법을 시행하고 있다. 명백한 가짜뉴스에 대해 24시간 이내에 삭제해야 하고 이를 어길 경우 최대 5000만 유로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했다. 결국 우리나라도 독일과 같이 포털과 SNS사업자의 책임을 확대해야 할 것이다. 또한 거짓으로 인해 개인이나 사회적으로나 국가가 피해를 입게 되는 경우는 민·형사상 책임을 엄중하게 물어야 할 것이다.
 

주용환(법학박사,시인,前사천경찰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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