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모이’를 보셨나요?
‘말 모이’를 보셨나요?
  • 경남일보
  • 승인 2019.02.18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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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애리(진주 수정초등학교 교사)
“선생님 ‘말 모이’를 보셨어요.” “말 모이가 뭐야?” “말의 모이는 승마장에서 찾아야 하지 않겠니?”

“에이! 그 말이 아니고요. 영화의 제목을 말하는 거예요.”

“선생님이 시조를 쓰는 일이 나라를 잘 지키는 일이라는 하셨잖아요.”

“영화를 보면서 우리 선생님은 지금도 교실에서 독립운동을 하고 계신다고 부모님께 말씀 드렸어요.”

조선어학회에서 우리말 사전을 만드는 과정을 영화로 만든 ‘말 모이’ 덕분에 교실에서 아이들로부터 아낌없는 칭찬을 받았다.

지난 토요일, 교실에서 선생님과 함께 가는 시조 여행 12호 ‘와글와글 숨바꼭질’ 출판기념식을 했다. 다른 어느 해보다 많은 내빈이 참여해 주셨다. 교실과 복도는 손님들로 와글와글 장날처럼 요란했다. 긴 복도 한쪽에 28명의 시화를 붙이고 교실칠판에는 한 글자씩 31자를 고사리 손으로 직접 그린 그림으로 플래카드를 만들어 붙였다. 많은 손님과 부모님들이 교실까지 직접 찾아와서 축하해 주셔서 놀라고 자신들이 행사의 주인공이란 사실에 어깨가 잔뜩 올라갔다. 오랜만에 얌전히 앉아서 심각하게 행사를 지켜보다가 판소리와 민요를 목청껏 불러드렸다.

오래된 시조 나무 아래서 선생님과 함께 즐겁게 숨바꼭질해요. 낱말들이 자꾸만 숨어서 찾기 내기 정말 어려워요. 와글와글 떠들면서 누가 더 좋은 낱말을 찾을까요? 놀이를 해요. 예쁘고 고운 낱말을 많이 찾아야 좋은 시조를 쓸 수 있어요. 시조 책 제목을 쓴 대원이랑 표지를 그린 은빈이가 친구들 앞에 나와 책이 만들어진 과정을 발표한다. 주하는 2연이나 되는 들꽃이란 시조를 하나도 틀리지 않고 당당하게 낭송을 한다.

‘이쯤이야. 뭐’

장난꾸러기들의 눈물과 기쁨, 희망을 가득 담은 ‘와글와글 숨바꼭질’이란 시조 집은 한국저작권위원회의 도움으로 종이 책과 전자 책으로도 각각 출간되었다. 초등학생인 자신들에게도 당당하게 저작권이 생겼다는 사실에 자부심이 풍선처럼 빵빵하게 부풀어 올랐다

2월이 되면 교실은 다음 학년을 준비하는 기대로 뜨겁게 솟아오른다.

4학년에서 5학년으로 달려가는 아이들의 내일에 시조를 섰던 일 년이란 시간이 특별한 선물 이길 기대한다.

말 모이 영화에서 주인공은 “말은 얼이야. 곧 그 민족이지.”라고 독백한다.

“시조는 우리 글로 쓰는 글이지. 3.4조 형식에 맞춰서 쓰는 천 년의 역사를 가진 시란다.”
 

신애리(진주 수정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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