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칼럼] 쌤, 선생님 그리고 교육
[교육칼럼] 쌤, 선생님 그리고 교육
  • 경남일보
  • 승인 2019.02.18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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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택(前 창원교육장)
서울교육청이 교육공무원의 수평적 호칭 문제로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조희연 교육감 스스로 ‘조쌤’으로 불리기를 원한다고 하지만 그렇게 한다고 해서 교육감의 위상이 달라질 것이 아니라며 비판하기도 했다. 아무튼 교직원의 호칭은 결코 간단한 문제가 아니며 전국의 모든 교육기관이 풀어야 할 난제 중 하나이다.

우리나라는 관료 중심의 가치관이 뿌리 깊게 내재함으로써 직급 그 자체에 서열이 확연히 구별되고, 그것이 출세의 잣대가 되는 기능까지 함으로써 공무원을 승진에 몰입하도록 만드는 요인이 되고 있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하위직은 말할 것도 없고 기능직 또는 보조 업무 담당자나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적 인식이다. 이러한 직종에 종사하는 분들에게는 호칭부터가 불만일 수 있다. ‘○○씨’, ‘○○님’으로 불러주기도 하고, 공무원 호칭의 대명사라 할 ‘주사’로 불러주는 게 일반적인 현상이었다. 그러다가 수년 전부터 ‘주무관’으로 호칭하면서 어느 정도 마음을 어루만져 준 것 같다고 본다.

상급자는 하위 직급 종사자들의 인격에 상처를 주는 호칭을 써서는 안 된다. 필자가 오래전에 겪은 사례이다. 교감이 기능직을 ‘○군’이라고 불렀는데 이것이 화근이 되었다. 자존심을 크게 상한 기능직은 교감의 지시에 잘 따르지 아니하였고 급기야 교장과 교감 사이를 이간질하여 학교 경영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였다. 또 어떤 학교에서는 교사가 기능직 공무원을 ‘아저씨’라고 부르자 그 기능직은 “왜요? 아주머니”라고 대꾸하여 한바탕 소란이 일기도 하였다.

오늘날은 직종과 직급에 대한 인식이 크게 달라지고 있다. 취업난으로 인하여 직종 불문하고 공무원만 되면 더 바랄 게 없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어느 학교에서는 공교롭게도 사범계열의 대학을 나온 세 사람의 교직원이 근무하게 되었다. 한 사람은 교사로, 또 한 사람은 일반직으로, 그리고 한 사람은 기능직으로 근무하게 된 것이다. 세 사람 다 교원자격증을 소지하였지만 교원임용고시의 벽을 넘지 못한 한 사람은 일반직 공무원이 되었고, 일반직 시험의 벽도 넘지 못한 사람은 기능직 공무원이 된 것이다. 이럴 때에 그 교사는 어떻게 처신해야 할 것인가? 교원자격증을 소지하였지만 학생을 가르치지 못한 두 공무원을 역지사지하는 마음가짐으로 배려하고 존중해야 하지 않겠는가? 일반직도 마찬가지이다. 하는 일이 다를 뿐 그 일의 중요함은 큰 차이가 없음을 인정하고 서로 존중하는 마음가짐이 오늘날 더 절실해졌다.

우리는 사람을 부르는 호칭에 엄청난 인플레 현상이 일고 있는 시대를 살고 있다. 조그마한 구멍가게를 차려도 사장으로 불러주고, 낯선 사람을 ‘선생님’으로 호칭하는 것이 일상화되었다. 이런 마당에 하위직 또는 기능직 공무원과 보조업무에 종사하는 교육공무직 등은 호칭에 민감할 것이다. 그것이 상하급자 구별하지 않고 ‘쌤’이라는 수평적 호칭제를 도입하게 된 배경이 되지 않았을까 짐작된다.

교육기관의 수평적 호칭은 하위직의 자존감을 높이고 생산적인 직장 문화를 만드는 하나의 방안일 수 있다. 그렇지만 상급자나 교육·연구·법률·보건 등 전문직 공무원의 직책 수행과 권위도 함께 고려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교원의 마지막 자존감이라 할 ‘선생님’을 아이들이 쓰는 애칭이자 동료 교원들이 편하고 정겹게 부르는 ‘쌤’을 일반직, 기능직, 교육공무직 등 모든 구성원에게 일반화하자는 발상이라면 너무 나간 것 같다. 학교 현장은 자율에 맡긴다고 하지만 그 또한 공연히 분란만 일으키지는 않을지 걱정된다.
 
임성택(前 창원교육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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