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동쪽이 아니라 서쪽에서도 뜨는 시대
해가 동쪽이 아니라 서쪽에서도 뜨는 시대
  • 경남일보
  • 승인 2019.02.20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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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민국(경남도의회 건설소방위원장)
수양대군으로 더 많이 알려진 세조(世祖)는 평생을 질환에 시달렸다고 한다. 그래서 팔도의 명의(名醫)라는 명의는 만나지 않은 이가 없을 정도라고 한다. 세조9년에는 그가 경험했던 의원(醫員)들에 대한 평가를 손수 지어 팔도에 전하게 했는데 그 으뜸이 심의(心醫)라고 한다. ‘심의(心醫)란 환자로 하여금 늘 마음을 편안하게 하여 불안하지 않게 함으로써 병을 잡는 의원이다. 마음이 편안해지면 기운이 안정되고, 기운이 안정되면 병이 발붙일 흠을 잡지 못하기 때문이다.’ 약을 잘 쓰고 의술이 좋은 건 그 후의 일이라고 한다. 나름 의술에 조예가 있었던 세조의 평가이다.

550여년이 지난 지금의 2019년.

4차 산업혁명의 전기를 맞아 인공지능(AI)과 머신러닝, 빅 데이터 등으로 인류의 오랜 의료의 역사가 불과 몇 년 만에 대전환을 예고하고 있다. IBM은 인공지능 사업부 왓슨(watson)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며 사활을 걸고 있는데 이미 영상인식기술을 통해 엑스레이나 MRI, CT 결과에서 이상부위를 의사보다 더 정확하게 진단해낼 수 있다고 한다. 예를 들어, ‘암’이라는 용어를 입력하면 여러 종류의 암이 있고 각 유형에는 서로 다른 증상과 치료법이 있음을 인지하고 또한 그러한 증상이 암이 아닌 다른 질환과 관련될 수 있다는 것과 사람마다 다양한 부작용이 있다는 것을 파악한 후에 왓슨(watson)은 표준 치료, 처방을 수 만 페이지의 자료와 문헌을 학습하고 분석한 다음 해당분야에 최선의 방법을 찾아 의사에게 제공한다. 왓슨의 인공지능 솔루션은 MD앤더슨이나 존스홉킨스 같은 미국의 유명 병원에 이미 도입되었다. 더 나아가 수술로봇 다빈치(Da vinci)는 사람 손보다 훨씬 작은 미세로봇과 카메라를 이용한 정확한 시술이 가능하여 수술 후에도 부작용을 최소화하여 이미 다양한 수술에 활용되고 있다고 한다. 이렇게 인공지능(AI)이 의료분야에 효과를 낼 수 있는 이유는 10년도 안 되는 짧은 기간 동안 의사를 교육시키고, 의사들 스스로 공부하는 것만으로는 그 동안 축적된 자료나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데이터의 양을 따라잡는 것이 도저히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대국에서 우리가 받았든 큰 충격만큼이나 우리 인간은 더 겸손해져야하고 신기술 선점을 위해 부단한 노력을 해야 하는 것이다.

이런 4차 산업혁명을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활용하는 중심 국가가 있으니 바로 에스토니아다. 발트3국 중 150만 인구의 작은 나라지만 세상을 바꿀 플랫폼을 만들고 있는 나라. 어느 국가든 국가원수의 첫 해외 순방지는 상징성을 가지고 있다. 2018년 일본 아베 총리의 첫 방문지가 놀랍게도 북유럽의 작은 나라 에스토니아였다. 아기가 태어나기도 전에 디지털ID를 먼저 가진다는 나라 에스토니아는 정부의 전 행정이 블록체인기반으로 되어있고 전 국민이 전자주민번호가 부여되어 있는데 만약 응급치료를 위해 앰뷸런스를 부르는 순간 전자주민번호를 확인하고 이에 저장된 병력을 모두 조회한 뒤 해당 분야의 전문가를 파견하고 인공지능(AI)에 기반을 둔 환자분석을 거쳐 가용병실이 있고 해당 질병에 대한 전문 의사가 배치된 병원을 찾아 맞춤형 응급치료를 한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전 국민이 질병이 발생도하기전에 발생가능성을 분석하고 필요시에는 예방적 의료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며 유전자 게놈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 세조가 지금의 모습을 보면 뭐라고 평(評)할지가 자못 궁금하다. 해가 이제 동쪽에서 뜬다는 고정관념을 버려야 할 시대이다. 7만년의 인류의 역사가 4차 산업혁명으로 불과 몇 년 만에 대변혁을 겪고 있는 이 시점에 해결하지도 못하는 북핵문제, 소득주도성장에 따른 최저임금제 등등에 함몰되어 아옹다옹하는 정저지와(井底之蛙)의 한국 정치지도자들을 보면서 대한민국의 미래에 대한 걱정 때문에 잠 못 이루는 깊은 밤이다.

 
강민국(경남도의회 건설소방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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