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은 중요 합니다
인연은 중요 합니다
  • 경남일보
  • 승인 2019.02.21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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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석(전 합천중학교장)
공원석
공원석

한국전쟁 중이던 때에 우리 동네에서는 동갑내기 다섯이 초등학교를 졸업합니다.

나 혼자만 중학교 진학을 못하고 남의 집 꼴머슴살이를 시작했습니다. 긴 기간은 아니었지만 주인집 할아버지께서는 아버지 없이 자라는 나에게 아버지를 대신한 많은 깨우침을 주셨습니다.

그 첫 번째로는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습관이었습니다. 그때엔 아침과 오후로 하루에 두 번씩 소를 산에다 방목하고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집으로 몰고 오는 그런 시절이었습니다. 해뜨기 전에 소를 방목하러 나가야하므로 일찍 일어나야 합니다. 그러나 내 늦잠버릇 때문에 조금만 늦어도 호된 꾸중을 들었습니다. 할아버지께서는 그때마다 “게으른 사람은 하늘도 못 도와준다”는 말씀으로 나를 일깨웠음이 평생습관이 되었습니다.

두 번째는 농기구를 사용한 뒤엔 제자리에 정돈해 놓는 것이었습니다. 농기구를 사용한 후 정해진 장소에 챙겨두지 않으면 야단을 쳤습니다.

그 이유의 하나는 그것들이 땅바닥에 굴러다니면 지나다니는 사람이 걸려 넘어져 크게 다칠 수가 있다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필요할 때 쉽게 찾을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는 내 주변을 남과 나를 위해서 언제나 정리 정돈하는 버릇을 길러주는 단초가 되었습니다.

세 번째는 주인집 아들이 나 보다 몇 살 위였습니다. 일이 많이 서툰 나를 자상하게 가르치고, 도와주고, 힘을 길러 주었을 뿐만이 아니라 온정과 베품의 산교육이 가슴속 깊이 새겨져 뿌리를 내렸나 봅니다.

이 인연은 내가 퇴직한 후 ‘복지기관 돌보미’로 활동할 수 있는 동인이 되기도 했습니다. 이때 봉사료로 받은 급료의 절반정도는 남을 도우며 살았습니다. 어릴 때 이분들의 배려와 온정과 베품에서 얻음이 없었더라도 이 같은 실천이 가능했을까? 하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이는 “부자에게 쌀 한 말을 주는 것보다도 가난한 사람에게 밥 한술을 공양하면 더 고맙게 여긴다”는 속담을 체험하는 계기도 되었습니다.

법정스님께서는 “만나는 모든 사람과 헤프게 인연을 맺어 놓으면 쓸 만한 인연을 만나지 못하는 대신에 어설픈 인연만 만나게 되어 그들에 의해 삶이 침해되는 고통을 받아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인연은 우리에게 매우 중요합니다. 우리 모두에게 좋은 인연이 맺어져서 행복한 삶이 열리기를 기원합니다.

 

공원석(전 합천중학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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