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땅을 좋아하는 사람들
나쁜 땅을 좋아하는 사람들
  • 경남일보
  • 승인 2019.02.24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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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기(보금자리연구소장)
중년에 접어들면서 전원주택에 도전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결과에 만족하기는 어렵고, 오래지 않아 전원생활을 접기도 한다. 집은 거주자에게 좋은 생기를 주어야 하므로 ‘저 푸른 초원 위의 그림 같은 집’의 이상향은 결코 살기 좋은 집이 되기 어렵다. ‘살기 좋은 집’을 화두로 전국에 수백 건의 건축자문을 해온 필자가 이 일을 숙명으로 여기며 사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문제는 집터 선정과 건축 과정에서 땅과 건축업자에게 속게 된다는 것이다. 땅에 속는 이유는 현대인들이 생기 보전이 안 되는 나쁜 땅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집 앞에 큰물이 보이거나 앞쪽이 탁 트인 산등성이 등의 높은 곳, 암석과 물이 많은 계곡의 경치 좋은 곳, 마을과 떨어진 조용한 곳 등이 대표적이다. 전국의 경치 좋은 곳에서 볼 수 있는 잘 지은 폐가들은 집을 지어서는 안 될 땅이라 할 수 있다. 또한, 건축은 집안의 좋은 생기 보전에 중점을 두어야 하는데 보기 좋은 비싼 자재와 외형을 중시하는 과시욕으로 좋은 집이 되지 못한다. 전국에 선대들의 오랜 경험이 남긴 생기 좋은 마을과 주택은 소중한 유물이자 생활과학 작품이므로 눈 여겨 봐야 할 대상이다.

집터는 편안함과 안정감을 주는 어머니의 품 같아야 좋은 생기를 지닌 땅이다. 특히, 땅은 욕심과 집착을 버리고 살펴야 하고, 첫 느낌이 좋아야 좋은 땅일 확률이 높다. 만물의 생기 생성구조가 음양 조화를 최적화하는 꽃의 형상을 지닌 것도 신비로운 자연의 섭리라 할 것이다.

명당이라는 개념을 미신처럼 여기거나 어떤 용도로 사용해도 좋은 땅이라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필자는 오랜 연구 끝에 이런 관념은 잘못된 것임을 알게 되었고, 다양한 생기의 유형별로 용도를 정리해서 책에 실은 바 있다. 이유는 어른과 아이의 밥그릇이 크기는 물론 음식의 질도 달라야 하듯 땅도 기운의 크기와 질에 따라 적정한 용도가 있기 때문이다. 즉 땅이 지닌 생기의 성질에 따라 주택지, 휴양시설 토지, 상업용지, 공장용지로 구분 사용해야 좋은 건축물이 된다. 세부 내용은 지면상의 한계로 여기서 언급할 수 없음을 양해 바란다. 그런데 이런 내용의 자료는 시중에도 없고 깊은 지식을 가진 사람도 드물어 땅에 속을 가능성이 큰 이유이다. 그러므로 충분한 준비 없이 의욕과 돈만으로 전원주택에 도전하는 실수를 범하지 말아야 하고, 특히 업자들이 건축물을 완성해서 파는 보기 좋은 집은 피하는 것이 후회를 줄이는 길임을 명심할 일이다.
 
이춘기(보금자리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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