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운의 맛이 있는 여행 (97) 충북 제천
박희운의 맛이 있는 여행 (97) 충북 제천
  • 경남일보
  • 승인 2019.02.24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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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달재
박달재




2월 추위가 1월 보다 훨씬 더한 날, 1948년 가수 박재홍이 불러 크게 히트를 치고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노래, ‘울고 넘는 박달재’의 고장 충북 제천을 찾았다. 따사로운 봄바람을 따라 노랗게 물드는 길가의 개나리와 동산에 피어나는 수줍디 수줍은 진달래와 이름 모를 야생화는 아직 없지만 봄을 재촉하는 햇살이 푸른 충주호 위로 비치니, 멀리 있지 않는 봄은 우리들의 가슴으로 파고들어 금방이라도 황홀한 봄의 향기를 선사할 것이다.

봄이면 하얀 벚꽃이 눈처럼 휘날리는 청풍호 벚꽃축제를 시작으로, 여름이면 제천의 아름다운 자연과 멋들어진 청풍호반을 배경으로 매년 개최되는 국내 유일의 휴양영화제인 국제음악영화제가 개최되고, 가을에는 구한말 을미의병 창의에 불을 지폈던 제천의병정신을 계승하며 시민화합을 도모하는 제천의병제를 개최하는 것에 이어, 한 겨울 백 만 송이의 불꽃이 피어나는 낭만 가득한 거리의 제천 겨울벚꽃축제 등 4계절 다양한 볼거리들이 지천인 제천으로 달려 먼저 의림지를 찾았다.



 
청풍문화재단지와 청풍대교


본래 의림지 자리에는 부잣집이 있었는데 스님이 찾아와 시주할 것을 청하자, 탐욕스럽고 심술 사나운 주인은 아무 대꾸도 하지 않고 목탁 두드리는 스님에게 거름을 한 삽 퍼다 주니, 그것을 바랑에 받아 넣은 스님은 머리를 한 번 조아리고 발길을 돌렸다. 이를 본 며느리는 얼른 쌀독에 가서 쌀을 한 바가지 퍼다 시아버지의 잘못을 빌자, 조금 있으면 천둥에 비바람이 칠 것이니 빨리 산속으로 피하되 절대로 뒤돌아보면 안 된다고 며느리에게 당부했다. 하지만 남아 있는 아이들이 걱정돼 집 쪽을 뒤돌아보자, 그 순간 천지가 무너지는 듯한 굉음과 함께 며느리의 몸은 돌로 변했고 집터는 땅속으로 꺼져서 온통 물이 괴어 의림지가 되었으며, 며느리가 변해 돌이 된 바위는 연자암 근처에 있다고 전한다.

의림지를 나와 제천 최대게를 찾아 홍게 무한리필을 먹기로 했다. 이런 산골에서 뭔 게냐고 하겠지만 제천에서도 합리적인 가격에 홍게를 깔끔하고 푸짐하게 맛볼 수 있다는 것은 복 중에 복을 만난 것이다. 이렇게 신선한 홍게를 저렴하게 판매할 수 있는 것은 동해안에서 어선을 운영하는 선주가 매일 신선한 게를 빨리 공급하여 여기를 찾는 사람은 이런 특별한 맛을 즐길 수 있어 좋다.

 
 
최대게
의림지


제천10경 중 제1경인 의림지는 삼한시대에 축조된 김제 벽골제, 밀양 수산제와 함께 우리나라 최고의 저수지로 신라 진흥왕 때 악성 우륵이 개울물을 막아 둑을 만든 것이 못의 시초이며, 현재는 유원지로서 그 명성을 더해가고 있는데, 호수 주변에는 영호정과 경호루 그리고 수백 년의 세월을 지켜온 소나무와 수양버들 및 30m의 자연폭포인 용추폭포 등이 어우러져 풍치를 더하며, 주변에서 맛볼 수 있는 빙어회와 튀김은 담백한 맛으로 각광받고 있으며, 우리나라 3대 악성의 한 분인 우륵 선생이 노후에 여생을 보낸 곳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오백나한상
박달도령과 금봉낭자
다음은 박달도령과 금봉낭자의 애달픈 사랑 이야기로 인하여 사랑의 테마 관광지로 새롭게 탈바꿈한 박달재로 달린다. 박달재는 주변에 천등산뿐만 아니라 인근에 인등산과 지등산도 함께 있어 天, 地, 人을 모두 갖춘 유일한 곳이고, 아득한 옛날 우리민족의 시원과 함께 하늘에 天祭를 올리던 성스러운 곳으로 박달은 순수한 우리말로 박은 밝다, 크다, 하얗다, 높다, 성스럽다 등의 여러 가지 의미가 있으며, 최근 성각 스님이 공력을 들여 조각한 목굴암과 오백나한상의 전시관이 생겨 불자뿐만 아니라 일반인의 발걸음을 붙잡고 있다.

박달나무가 우거져 호랑이 같은 산짐승들이 불시에 튀어나오는 것은 물론 행인을 노리는 도둑이 많아, 이곳을 넘어 시집가는 새색시는 두 번 다시 친정에 가기 어려워 그리워도 다시는 친정을 찾을 수 없는 슬픔에 시집가는 새색시가 눈물을 쏟는다는 울고 넘는 박달재를 넘으며 구성진 목소리로 그 노래를 부르며 청풍문화재단지로 간다.



 
청풍문화재단지
청풍문화재단지
자연 경관이 수려하고 문물이 번성해 많은 문화 유적을 갖고 있었던 청풍은 충주댐 건설로 청풍면의 후산 황석, 수산면의 지곡 등이 문화재와 함께 수몰될 위기에 놓이자 충청북도도청에서 수몰 지역의 문화재를 원형대로 현재 위치에 이전 복원하여 단지를 조성한 것인데, 여기에 향교 관아 민가 석물군 등 43점의 문화재를 옮겼으며 민가 4채 안에는 생활 유품 1600여 점이 전시되어 있다. 고려 때 관아의 연회 장소로 건축된 한벽루에 서면 충주호가 한눈에 보이며, 청풍호 관광 모노레일을 이용하면 비봉산 정상까지 힘들이지 않고 올라 청풍호의 절경을 즐길 수 있다.

주변에 비봉산 구담봉 옥순봉 능강구곡 금수산 단양팔경 월악산국립공원 수안보온천 등의 관광지로 바로 연결하여 여행할 수도 있는 청풍문화재단지를 벗어나 청와삼대를 찾아 모듬세트에 청와칼국수와 낙지만두 등을 시켜 먹으며 오늘은 더 행복한 얼굴로 재미있는 이야기와 즐길 것 많은 제천 이야기를 마무리 한다.

/진주고등학교 교사



 
청풍문화재단지 모노레일
청와삼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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