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는 심리다
경제는 심리다
  • 경남일보
  • 승인 2019.02.25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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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석(객원논설위원·경상대학교 교수)
가계의 저축과 소비, 기업의 투자와 생산, 정부의 정책 집행과정에서 경제현실과 어긋나는 시행착오를 방지하려면 경제심리의 흐름과 그 변화를 잘 살펴야 한다. 경제심리지수는 경제상황에 대한 인식을 종합적으로 나타내는 지표로서 경기판단에 유용한 정보를 제공한다. 실제로 경제심리지수의 순환변동치와 경제활동의 결과를 나타내는 국내총생산(GDP)은 그 증감률 추이가 거의 비슷한 모습으로 변화한다. 경제심리를 안정시키려면 정부정책에 대한 민간부문의 신뢰기반 구축이 선행돼야 한다.

흔히 ‘경제는 심리’라고 한다. 경기순환은 경제주체들의 심리 변화에 따라 그 진폭과 주기가 크지기도 하고 줄어들기도 하기 때문이다. 가계, 기업, 정부 등 경제주체들의 의사결정은 경기순환과 역행하지 않아야 효과는 크게 하고 부작용은 작게 할 수 있다.

정책당국이 민간부문의 경제심리 변화를 도외시하거나 오로지 정책목표에만 맞추려 하다가는 예기치 않은 시행착오를 겪는 경우가 종종 있다. 2000년대 초반 외환위기 후 정부는 경기를 북돋으려 경제에 대한 낙관론을 펼치면서 ‘절약의 역설(paradox of thrift)’을 주장하고 소비를 부추겼다. 소비가 미덕인양 카드 사용을 이중삼중으로 권장했다. 소비자들 사이에 일단 쓰고 보자는 과도소비, 과시소비, 모방소비 풍조가 퍼지면서 단기적으로는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그러나 뒤이어 청년 신용불량자가 늘어나기 시작하고 결국 2003년에 이르러 카드대란 사태를 촉발했다. 가계부채가 확대되면서 중장기적으로는 소비를 위축시키는 원인이 되어 국민경제를 무기력하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했다.

지난해에는 경기순환구조로 보아 경기 후퇴기로 접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어떠한 통계수치나 논리적 근거도 없이 ‘소득주도성장 정책’ 효과가 ‘낙엽이 지면 나타날 것’이라는 정부당국자의 확신에 찬 발언이 보도된 바 있다. 경제상식과 너무나 배치되는 발언이라 마치 선지자의 예언처럼 신비로운 분위기가 연출되기도 했다. 사람들은 그렇게 되기를 진정 바라고 바랐다. 그러다 경기 후퇴에서 침체로 이어지자 말을 바꿔 ‘눈이 내리면 회복된다’는 이야기에서는 선무당이 사람 잡을지 모른다는 두려움 마저 느끼게 했다. 경기가 침체되는 분위기가 뚜렷해지는 데도 다시 말을 바꿔 ‘들판에 보리 싹이 자라면’경기가 정상궤도를 회복할 것이라는 장담에서는 황당무계하다는 느낌까지 들었다. 이러한 과정에서 가계와 기업의 경제심리는 주름살이 더욱 깊어가고 있다. 손님 없는 어느 식당에서 사람들이 한가하게 모여 앉아 뉴스를 보고 무엇인가 불안해하며 걱정하는 모습들이 여기 저기 보인다.

이러한 경제상황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은 ‘경제에는 공짜가 없다’는 변함없는 사실이다. 투입이 있어야 산출이 있다. 비용을 들이지 않고는 수입을 기대할 수 없다. 적어도 경제만은 힘 있는 누구 마음대로 되는 것이 아니다. 생산이 늘거나 장사가 잘 돼야 일자리가 생기거나 늘어난다. 막연하게 언제까지는 일자리가 늘어난다고 홍보하는 것은 정부에 대한 불신만 조장하고 경제심리를 위축시킬 뿐이다.

경제심리의 회복은 정부와 정책에 대한 신뢰성 형성에 달려 있다. 어느 누구나 정부정책이 성공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절실하다. 가계와 기업의 살림살이와 생산 활동이 좋아지는 방향으로 정책을 펼쳐야 한다는 것이다. 기해년 새해에는 정부에 대한 신뢰가 굳게 형성되고 모든 국민이 나라에 대한 긍지가 두터워지기를 바란다.

김진석(객원논설위원·경상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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