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에서 파리까지 산청선비 독립 외쳤다
지리산에서 파리까지 산청선비 독립 외쳤다
  • 원경복
  • 승인 2019.02.26 2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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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우 곽종석 선생 등 유림 대표 137인 서명 독립청원서
국제사회 독립 청원…산청서 '파리장서운동' 기념식
“망국의 대부(大夫)가 되어 항상 죽을 땅을 얻지 못함을 슬퍼하였는데 이제 죽을 땅을 얻어 대의에 죽게 되었으니 다시없는 영광이다. ”
“나는 살아서 돌아갈 기약을 하지 않고 여기에 왔다. 왜 종신 징역을 선고하지 않고 하필 2년이냐. 우리는 국법의 범법자가 아니라 포로가 된 것이니 공소할 곳이 없으며, 원수들에게 구차하게 용서를 바라지도 않을 뿐더러 호소할 곳이 있다면 하늘뿐이다.”


1919년 3월1일, 만백성이 두 팔을 들고 맨손으로 총검 앞에 서서 대한의 독립을 부르짖는 모습을 본 74세의 유학자는 결연한 의지를 다졌다.

일제의 탄압을 그저 지켜보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 세계 만방에 대한민국 독립의 의지와 일본의 포악무도한 실상을 알리기 위해 다시 한번 붓을 들었다.

전국 각지의 유림들이 같은 마음으로 책을 덮고 일어섰다. 늙은 유학자는 기꺼운 마음으로 그들의 대표자가 돼 서명자 명단 첫 자리에 이름을 적어 넣었다. 면우 곽종석(1841~1919, 단성면 사월리 출생)이었다.

파리장서 운동은 1919년 면우 곽종석 선생을 비롯한 137인의 유림 대표가 전문 2674자에 달하는 장문의 한국독립청원서를 작성, 파리강화회의에 보낸 유교계의 대표적인 독립의거이다.

파리장서에는 “사람이나 나라는 모두 스스로를 운용할 수 있는 능력이 있으므로 남의 통치를 받을 필요가 없다. 한국은 오랜 역사를 지닌 문명의 나라로 스스로 정치할 능력이 있으므로 일본의 간섭은 배제되어야 한다. 일본은 교활한 술책으로 보호를 명목으로 한국을 빼앗으려 하고 있다. 일본의 포악무도한 통치를 참을 수 없어 독립운동을 벌이고 있는 한국의 처지를 만국에 알린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파리장서운동은 당시 유림들이 지식인으로서 평화적인 방법으로 만국공법(당시 국제법)에 호소한 특별한 독립운동으로 평가받고 있다.

면우 곽종석 선생은 파리장서 의거에 앞서 일제의 국권침탈이 극에 달하던 시기인 1895년 ‘을미사변’에 항의하며 의병 결성을 촉구하는 통문인 ‘삼계 통문’에서도 첫 번째 서명자로 나섰다.

이후에도 면우 선생은 국제 사회에 대한 호소와 실력 양성을 강조했다. 1896년에는 일본인들의 난행과 패악을 알리기 위해 ‘천하포고문’을 작성 각국 공사관에 보내기도 했다.

이런 곽종석이 파리장서 의거의 전문을 완성한 것은 어찌보면 필연적인 일이었을 것이다.

곽종석과 김복한, 김창숙 등 전국의 유림들이 서명한 독립청원서인 파리장서는 파리는 물론 중국 등 주요 국가와 전국의 각 향교에까지 우송됐다.

면우 선생은 이 때문에 2년형 언도받고 옥고를 겪었다. 그해 6월 병보석으로 풀려났으나 얼마 지나지 않은 8월, 74세의 나이로 눈을 감았다. 이후 1963년 건국훈장 독립장이 추서됐다.

한편 산청군은 파리장서 의거와 3·1만세의거 100주년을 맞아 일제강점기 한국 유림들이 국제사회에 전한 독립정신을 기린다. 군은 3월 1일 오전 10시 단성면 남사예담촌 유림독립운동기념관(지리산대로 2919번길 28-10)에서 지역 내 독립운동 유공 후손, 지역주민 등 500여명을 초청, ‘파리장서 운동 100주년 기념식’을 개최한다.

이번 기념식은 올해 100주년을 맞은 파리장서 의거의 의미와 면우 곽종석 선생을 중심으로 한 한국 유림 독립운동을 되새기기 위해 마련됐다. 행사에서는 독립운동의 결연함을 표현한 취타대 공연과 함께 파리장서의 서문을 이효녕 명창이 판소리로 독창해 의미를 더한다.

파리장서 운동과 유림 독립운동의 의의는 이번 기념식이 열리는 유림독립운동기념관에서 확인 할 수 있다. 남사마을 북동쪽에 자리한 유림독립기념관은 전통 한옥양식으로 건립됐으며 전시실, 영상실, 수장고, 사무실 등을 갖췄다. 전시실에는 영남 유림의 태두인 면우 곽종석 선생과 파리장서에 서명한 유림의 당시 주요 활동상황과 후대의 포상 및 서훈 등이 전시돼 있다.

남사예담촌에는 유림독립운동기념관 외에도 면우 곽종석 선생의 후학들이 면우 선생을 기리기 위해 1920년 지은 이동서당 등 ‘면우 곽종석 유적(경남 문화재자료 제196호)’과 2018년 들어선 ‘파리장서 기념탑’을 만날 수 있다.

군 관계자는 “지난 2013년에 건립된 유림독립운동기념관에서 파리장서 운동 100주년을 기리는 뜻깊은 행사를 열게 돼 기쁘다”라며 “대한민국의 독립을 위해 맞서 싸웠던 선조들의 정신을 계승하고 발전시키는 기념식이 되도록 많은 참여를 바란다”고 말했다.

원경복기자


 
산청군 단성면 남사예담촌 파리장서 기념탑
면우 곽종석 초상화
산청군 단성면 유림독립운동 기념관
산청군 단성면 면우 곽종석 유적 이동서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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