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살 먹은 서부경남 KTX
50살 먹은 서부경남 KTX
  • 경남일보
  • 승인 2019.02.27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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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만진 (경상대학교 건축학과 교수)
최근 예비타당성 면제사업으로 확정된 서부경남 KTX 건설은 설 명절 동안의 주요 화제로 떠올랐다. 김천에서 삼천포까지 연결하는 철도 건설을 위해 기공식을 가진 것은 1966년의 일이었다. 하지만 경제적 타당성과 사업비 조달 등의 문제로 계획은 원점으로 돌아가고 말았다. 이처럼 50년이나 훌쩍 넘겨버린 지금 이번의 정부발표는 지역을 큰 기대감으로 술렁이게 하기에 충분하다.

예비타당성의 턱을 넘지 못한 가장 큰 걸림돌은 경제성 문제였다. 이 조사는 국가의 중요한 사업에 대해 수익성, 합리성 등을 미리 따져 불필요한 재원 낭비를 막자는 취지에서 시작되었고, 많은 성과를 거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금번에 이를 넘은 더 큰 논리는 국가균형발전이었다. 잘 아는 것처럼 우리나라의 국민의 반 이상은 서울과 인근 수도권에 모여서 사는 세계적으로도 기이한 사례를 보여 주고 있다. 이에 따른 가장 큰 문제는 도시 과밀화인데, 교통 체증, 환경오염, 정주환경 악화, 부동산 가격의 상승, 공동체 와해 등의 고통을 수반한다. 이와 관련된 사회적 직·간접 손실과 해소 비용은 가히 천문학적 수준이다.

국가의 거의 모든 힘이 중앙에 집중되다 보니 자연히 지방을 홀대하는 경향이 생겼고 수도권이 아닌 곳의 대형 사업시행을 달가워하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리 크지도 않은 나라에서 특별한 이유도 없는 데 일부의 땅 덩어리에만 집중하여 살아야 하는 것이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인구가 급격히 감소되는 마당에 중앙 집중현상이 더 심화되면 나머지 국토는 누가 관리하게 될지 사뭇 궁금해진다. 그 비용과 노력은 차치하고서라도 공간적, 물리적으로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금번의 예비타당성 면제는 선심을 쓴 것이 아니라 진즉에 했어야 할 조치라는 의견이 많다.

이 사업시행에 따른 국토균형 발전 등에 따른 이익은 대단할 것으로 추정된다. 서울이 1시간 반 안에 놓이게 됨으로서 흔히 말하는 관광객 유치는 말할 것도 없고 수도권의 정치, 경제, 문화, 의료 등의 혜택을 상당 부분 공유 할 수 있게 된다. 또한 상호 간의 물적, 인적교류를 통해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의 사회적 이익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거의 고사하다시피 하고 있는 지방 경제에도 숨통을 터 줄 수 있다는 기대감도 준다. 거의 5조 가까운 돈이 공사 자금으로 풀리게 되고, 이에 따른 직접 고용효과를 8만개, 총 생산유발효과를 10조원 정도로 추정하고 있으니 무지개를 보는 것 같은 희망에 부풀 수밖에 없다.

하지만 가야할 길이 먼 것도 사실이다. 우선 구체적인 계획과 설계, 예산 편성과 확보 등의 후속조치가 즉각적으로 뒤따라야만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지속성에 대한 담보이다. 정권이 바뀌면 전 정부에서 계획했던 주요 사업들이 슬그머니 없어지는 경우를 허다하게 봐 왔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에서 고도로 발달된 설계 및 시공 기술과 자본의 집중투입 등으로 단기 착공을 이뤄내는 것도 생각해 봐야 할 방법이다.

한편으로 지역에서는 고속철도 운행에 따른 파급효과가 극대화되도록 미리 준비하고 대비해 가는 것도 필요하다. 또한 KTX가 정차하지 않고 그냥 스쳐가는 지역에 대한 불만과 갈등 조정도 해야만 할 것으로 보인다. 이 외에도 개발 기대에 따른 토지투기도 지역사회의 큰 불안요소로 작용할 수도 있어 경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서부경남의 KTX 사업은 이제 큰 산 하나를 넘은 것과 같다. 겨우 시작하는 마당에 들뜬 마음을 가라앉히고 사업이 완성되는 날까지 끝까지 집중해야만 한다. 이번에 하지 못하면 자칫 또 50년을 기다려야 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최만진 (경상대학교 건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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