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산플러스 통영 도덕산
명산플러스 통영 도덕산
  • 최창민
  • 승인 2019.02.27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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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산 정상 암봉. 구름속에 바다가 보인다.




통영 도덕산은 이름이 널리 알려져 있지 않은 산이다. 인근에 있는 고성의 명산 벽방산에 가려진 것도 이유지만 실상, 산이 높지 않을 뿐 더러 그 흔한 정상석 하나가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면 왜 도덕산이냐 고 반문할지 모르겠다. 옹골차게 솟은 정상의 암봉, 주변에 산재해 있는 이름없는 암릉 단애가 특징적인 면모를 보여준다. 질식할 듯이 높이 솟은 벼리가 있는가 하면 집채만한 바위가 곧 굴러 떨어질 것처럼 위태롭게 서 있기도 하다.

그럼에도 대부분 이름을 갖지 못했는데 그나마 정상의 바위 군이 도덕산이라는 이름을 얻었고 날머리에 치켜 선 암릉이 매바위라는 이름을 얻었다. 또 다른 봉우리 시루봉에서 숲 사이로 건너다보이는 벽방산은 좀 과장해서 히말라야의 여느 고봉처럼 우뚝해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이러한 다양한 암릉들은 토종 소나무를 키우고 있는 육산과 조화를 이뤄 아름다운 산행지 도덕산을 완성한다.

등산로 초입, 참 편한 주유소 출발 한 뒤, 처음에는 토종소나무에 잡목이 우거진 평범한 산이다. 하지만 어느 순간에 암릉의 기운이 비치면서 하늘이 열리고 도덕산 정상이 나타난다. 주변을 압도하는 거대한 수직 절벽, 여기에 남해의 풍광까지 더하면 잠시나마 자리를 뜨고 싶은 생각을 잊는다. 도덕산을 지나고 돌탑 능선에서 이어지는 하산 길은 암릉과 언덕, 죽순처럼 생긴 산봉우리가 차례대로 이어지는데 아기자기한 산행의 묘미를 온몸으로 느낄수 있다.

 
▲등산로: 솔고개 참 편한주유소→삼각점이 있는 봉우리 갈림길(250m·왼쪽길)→도덕산(342m)→한퇴재 임도→산악기후 관측장비시설→시루봉(370m)→임도→돌탑 2기 갈림길→철계단 봉우리→철계단 봉우리→철계단 언덕→매바위 철계단 갈림길→한퇴경로당→솔고개 회귀. 11km에 휴식포함 5시간 30분소요.


 
천개산 전망이 좋은 전망대



산행은 한퇴마을을 에워싸고 있는 도덕산, 시루봉, 벽방산갈림길, 매바위까지 말발굽처럼 생긴 산세를 시계방향으로 한 바퀴 휘돌아 나오는 형국이다. 출발은 통영시 도산면 남해안대로 14번 도로 솔고개의 오일뱅크 주유소가 기점이다. 솔고개는 통영시에서 고성읍으로 넘어가는 14번 국도변에 있다.

오전 9시 30분, 주유소 옆길을 따라 들어가다 200m지점 다솔빌 지나 왼쪽 길을 올라 20m지점에서 왼쪽 산으로 붙으면 된다. 곧이어 나타나는 김해김씨 묘지군 주변의 산행리본을 따라가면 된다. 길이 선명하지 않지만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길을 염려는 없다. 문제는 그 다음 20분 정도 올랐을 때 나타나는 삼각점 봉우리 갈림길이다. 이곳에서는 정면으로 가지 않고 왼쪽으로 90도 꺾은 뒤 고도를 낮춰 내려가야한다. 방향이 왼쪽으로 꺾인 데다 내려가야 하는 부담 때문에 정면으로 가려하고 망설이게 되는데 산행리본을 믿고 따르면 된다.

길은 고도를 제법 낮춘 뒤 다시 올라 롤러코스트 같은 세 개의 봉우리를 오르내리면서 도덕산 턱밑까지 진행한다.

바위가 보이기 시작하고 가파르게 고도를 높인다, 10시 30분, 비로소 깎아지른 듯한 거대한 절벽이 버티고 선 고스락에 올라선다.

도덕산의 전망이 트인다. 서쪽으로 지리산 천왕봉이 유명한 사량도를 비롯해 남쪽에 통영 너머 욕지도가 꿈을 꾸는 듯 아스라이 보인다. 가깝게는 연도, 읍도, 비사도라는 이름을 가진 섬들…, 서쪽의 큰 섬은 거제도, 내륙으로는 대당산, 천개산 벽방산이 에워싸고 있다.

이 산줄기는 지리산 영신봉에서 출발한 남부능선 낙남정맥이다. 정맥은 대곡산에서 통영지맥으로 갈라져 벽방산에 이어 도덕산을 세우고 통영반도를 관통한 뒤 바다에 잠영한다.

정상 암봉에선 고도를 한껏 낮춘다. 오후 1시께 한퇴재 옛길을 지나고 정자쉼터가 있는 임도에 닿는다. 임도를 가로질러 올라가면 헤어졌던 임도를 다시 만나고 초록색 철조망으로 보호하고 있는 산악기후 관측장비시설 옆으로 산길을 오른다.





 
등산로에서 갑자기 만난 독수리. 늙은 탓인지 날지못했다.


이때부터 작은 시루봉, 시루봉(370m)까지는 까먹은 고도를 되찾아야하는 드센 오름길이다. 11시 30분, 시루봉은 두루뭉술한 언덕이다. 알록달록 나뭇가지에 달린 수십 개의 산행리본이 아니면 시루봉인지 알 수없을 정도다. 이 중 ‘1만산·봉 등정’이라는 서을 합정동 인(人)의 안내리본이 눈길을 끈다.

숲 사이로 ‘무슨 산이냐’며 감탄사가 터지는 수려한 용모를 자랑하는 벽방산 실루엣이 보인다. 취재팀은 이곳에서 휴식하고 내려선 뒤, 앞서 정자쉼터에서 헤어졌던 임도를 만나 된비알에 올라선다. 임도는 산 아래 사계마을로 이어진다. 산속에 사계사라는 암자도 있다. 1시께, 너덜지대 끝 능선 갈림길에 닿는다. 이곳에서 2기의 돌탑을 만난다.

왼쪽 대당산을 지나 벽방산으로 이어지는 통영지맥길이며 오른쪽 방향이 한퇴마을로 내려가는 취재팀의 하산길이다. 돌탑능선에서 한퇴마을로 탈출하는 기점이 되는 매바위까지는 전체적으로 고도를 낮추면서 내려간다.

하지만 그냥 내림 길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중간 중간에 거대한 암릉이 나타나기도 하고 죽순처럼 높이 솟은 아찔한 암봉도 나타난다. 위험하기까지 한 높은 암봉을 오르내릴 수 있도록 대형 철계단을 곳곳에 설치해놓았다.





 
너덜지대


이 지역은 천개산 벽방산으로 이어지는 등산로로 도덕산 시루봉과는 달리 길이 선명해 길을 잃을 염려는 없다. 세 번째 철계단을 오를 때면 제법 숨이 차고 허벅지와 장단지가 얼얼해진다.

등산로 중간에 높은 암봉이나 전망대가 자주 나와 지나온 산세를 파악하기가 좋고 진행해야 할 동선도 짐작 가능해 체력을 안배하면서 트레킹을 즐길수 있다.

오후 2시, 이 지역 어느 숲속에서 놀랄 일이 벌어졌다. 등산로 상 3m 코앞에서 날개길이 1m가 넘는 엄청난 크기의 독수리와 맞닥뜨린 것이다. 처음에 움직이는 검은 물체를 봤을 때는 멧돼지나 곰을 연상할 만큼 덩치가 커 놀랄 수 밖에 없었다. 순간적으로 머리가 쭈뼛 서고 온몸이 감전이 된듯했다. 눈을 씻고 다시 봤을 때 독수리였다. 놀란 독수리 그 역시 날갯짓으로 숲을 탈출하려 했으나 말이 잘 듣지 않는지 이내 꼬꾸라졌다. 두번째 날았을 때는 균형을 잃고 언덕 아래로 굴러 떨어지고 말았다. 산 아래에서 만났다면 구조 요청을 할 수 있었겠지만 그러기엔 너무 외진 곳이어서 이내 포기하고 말았다. 고령으로 무리에서 밀려나 생의 끄트머리에 와 있는 독수리임을 짐작할 수 있었다. 평생 죽은 고기만을 먹으면서 자연의 청소부역할을 했던 그 역시 어느 조용한 언덕배기에 누워 자연으로 돌아갈 운명이었다.

매바위는 도덕산 정상처럼 암봉으로 돼 있다. 정상에 너른 곳에 서면 지나온 동선이 잘 보인다. 매바위 마지막 철 계단을 내려서자마자 갈림길이다. 오른쪽방향이 한퇴마을로 내려간다. 길이 선명치 않아도 발밑에 마을이 있다는 걸 염두에 두고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길 찾는데는 무리가 없다. 쏟아지듯 급경사를 내려가다 철탑을 만나고 조금더 내려가면 한퇴경로당에 닿는다. 마을을 관통해 오후 3시께 솔고개에 회귀한다.

최창민기자 cchangmin@gnnews.co.kr



 
나무계단을 오르는 산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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