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말모이’
[기고]‘말모이’
  • 경남일보
  • 승인 2019.03.03 18:1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태근(시인, 시낭송가)
‘말모이’는 영화의 제목이다. 이는 ‘사전’의 순 우리말이며 조선어학회가 사전을 만들기 위해 일제의 감시를 피해 전국의 우리말을 모았던 비밀작전의 이름이다. 이 영화를 보는 내내 이내 가슴이 아렸다. 아니 답답하고 안타깝고 눈물이 났다.

‘말모이’는 우리말 사용이 금지된 1940년대, 까막눈 판수(유해진)가 조선어학회 대표 정환(윤계상)을 만나 사전을 만들기 위해 비밀리에 전국의 우리말과 마음까지 모으는 이야기를 담은 감동영화다.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하였기에 마냥 웃을 수만 없었다. 웃다가 울다가 감정을 터치하게 만드는 영화다. 김판수의 딸 역으로 나오는 순희(박예나)가 “호떡 사주세요”라는 말이 아직도 생생하다.

이 영화에서 조선어학회 대표로 나오는 류정환(윤계상)의 실제 주인공은 ‘이극로 선생’(1893~1978)이라고 한다. 그는 1940년대 전국의 사투리(토박이 말)를 모아 그 가운데 표준말을 골라 확정하는 작업을 진두지휘한 인물이며, 조선어 사정 편찬회와 조선어학회에서 두 기관을 주도했으며, 16만 어휘를 뜻풀이 하는 ‘말모이’(우리말 사전)편찬 작업도 진행하였다고 한다. 영화에서 나오는 영화관에서 공청회를 하는 장면도 실제로 있었던 일이라고 한다. 일본의 식민지가 된 조선사회에서도 언어독립운동을 완수한 인물이며 이를 위해 그는 언어독립운동에 방해 받지 않으려고 보성전문대학교 교장직(지금의 고려대 총장)도 사양하였다고 하니 그가 얼마나 언어독립운동을 중요시 했는지 알 수가 있었다. 존경심이 저절로 일어났다. 재정난과 서슬이 시퍼런 일본 제국 치하에서도 우리 조선 사람은 한글을 알아야만 우리민족이 멸망하지 않는다고 하면서 끝까지 언어를 유지시켰고 조선어 대사전의 원고를 지켜냈다.

그는 일제감정기에 합법적 공간을 이용해 한글운동이라는 문화투쟁을 전개했다. 이야말로 항일투쟁이고 민족해방운동이며 언어독립운동이 아니겠는가? 영화에서 표준말 제정을 돕기 위해 전국에서 올라온 동포들에게 류정환 대표는 “말은 민족의 정신입니다. 글은 민족의 생명입니다”라는 연설을 하는데 어찌나 눈물이 흐르던지 혼이 났다. 김판수(유해진)의 아들은 창시개명을 하여 일본이름으로 불렀지만 딸로 나오는 순희는 아직 한글을 사용하였고 한글이름을 불렀다. 우리말도 마음대로 사용할 수 없었던 그 시절의 삶을 보며 가슴이 찢어지는 아픔을 느꼈다. 이 아름다운 우리말을 지켜주신 이극로 선생님과 조상님들께 고개 숙여 감사를 드린다. 이런 위대한 분들이 계셨기에 지금 우리가 우리말을 마음껏 사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내가 능력이 있다면 대한민국 국민 모두에게 무료로 관람시켜 주고 싶은 영화다. 특히, 한글단체나 지도자, 글을 쓰는 작가나 시낭송가라면 반드시 이 영화를 보라고 권하고 싶다. 아니 강요하고 싶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모두가 의무적으로 관람해야 할 영화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세종대왕께서 한글을 만드시고 일제감정기의 억압 속에서도 끝까지 지켜온 우리의 글 한글을 소중히 여기고 감사하게 여겨야 할 것이다. 나부터 우리말의 가치를 알고 올바르게 사용해야 할 것이다. 나는 앞으로 글을 쓸 때, 말을 할 때도 한글을 올바르게 사용하도록 신중을 기해야겠다. 또한 우리글을 목숨 걸고 지켜낸 그 분들께 감사하는 마음을 우선적으로 가져야겠다. 시낭송을 할 때도 더 감사하는 마음으로 더 아름다운 마음가짐으로 낭송을 해야겠다. 우리말을 올바르게 사용하고 아름답게 보급하는 일, 우리 모두가 함께 앞장서야 할 일이라 여겨진다. 이 영화의 대사처럼 한사람의 열 걸음보다 열사람의 한걸음이 더 효과가 있지 않겠는가?


김태근(시인, 시낭송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