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을 담다] 소나무재선충 예찰방제단
[일상을 담다] 소나무재선충 예찰방제단
  • 박도준
  • 승인 2019.03.04 17: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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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 에이즈 재선충 우리 손안에 있소이다”
한번 걸리면 100% 갈색으로 말라 죽는 불치병
감염목을 찾고 자르고 나르고 방수포로 덮어
“우리나라 지조·절개 상징 소나무 구할 것”
23일 진주시 문산읍 옥산리에 있는 옥산에 소나무 무덤이 무더기로 늘어났다. 2012년 1군데, 지난해 10여군데에서 이날 소나무재선충방제작업으로 이 산자락 곳곳에만 네모진 무덤이 35군데가 늘어났다.한 번 걸리면 말라 죽는다고하여 소나무 에이즈라고 불리는 소나무재선충. 이날 감염목를 베고 자르고 나르고 나무단을 쌓아 재선충 살균살충제인 쏘일킹을 부어 국방색 방수포를 덮는 작업까지 함께했다.
 
윤형만 반장이 나무를 동강내고 있다.


23일 7시 40분. 소나무 재선충 감염목을 제거하기 위해 산림병해충예찰방제단 소속 반원들 30여명이 진주시 청락원에 모여 작업시 안전사고를 방지하고 감염목 제거를 위한 유의 사항을 듣고 간단한 몸풀기를 한 후 윤형만 반장의 지시하에 4개팀은 문산읍 옥산으로 감염목을 제거하러 떠나고 2개팀은 지수면 압사리로 감염이 우려되는 소나무에 수간주사를 놓으러 헤어졌다.

진주시 방제단은 총 37명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한 조에 조장인 벌목공(톱사) 1명과 조원 4명으로 구성된다. 이들은 아침 7시 30분에 진주 청락원에 모여 현장으로 흩어졌다 4시경 다시 모여 작업을 정리하고 4시 40분경 해산한다.

옥산 현장에 들어가기 전 육안으로 감염목을 확인하고 보호장구를 착용한다. 기계통에 휘발유를 넣어 장비를 확인한 후 비상약품과 방수포, 약제, 낫, 갈쿠리, 톱 등 챙겼다. 현장에서도 윤 반장의 지시로 두 팀으로 나뉘었다. 3개팀은 옥산으로 들어가 작업을 하고 1개팀은 산모퉁이를 돌아 작업하기로 했다.

벼 밑둥만 남은 논을 지나 개울을 훌쩍 넘어 산을 타고 올라갔다. 그곳엔 지난해 만든 소나무들의 무덤이 군데군데 자리잡고 있었다. 황토색 비닐을 덮어쓴 것은 2012년에, 파란색 비닐을 덮은쓴 것은 지난해 만든 것이란다. 재선충에 걸린 소나무는 잎이 갈색으로 변해 있었다. 기자양반 힘들까 싶어 가깝고 경사가 가파르지 않는 곳을 잡았다는 윤 반장의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기계톱 소리가 사방에서 울려퍼지기 시작했다. 톱사들이 나무를 베는 동안 조원들은 쓰러지는 소나무의 위치를 확인하고 안전한 거리에 서 있었다.

톱사들이 소나무 밑둥에 기계톱을 들이대고 자르기 시작하자 앙칼진 기계톱 소리가 거듭되기를 몇 번, 거대한 소나무가 맥없이 쓰러졌다. 소나무는 쓰러지면서 다른 나무에 받혀 말라버린 나뭇가지와 솔잎을 소나기처럼 토해냈다. 톱사는 쓰러진 소나무를 1m 길이로 자르기 시작했다. 죽은 나무들은 기계톱 속으로, 앞뒤로 허연 톱밥을 쏟아냈다. 쓰러진 나무를 위에서 자르다가 밑에 톱을 갔다대니 두 동강이가 났다. 자를 때 내는 기계음이 귀를 먹먹하게 하고 나무들이 토막나며서 먼지들을 쏟아냈다. 나무둥치를 자르고 가지들도 1m 크기로 잘랐다. 말라 비틀어진 채 쓰러진 소나무 둥치를 자르기를 거듭하며 직경 40㎝ 수십 m 되는 50~60년생의 소나무는 해체됐다. 인고의 세월을 견뎌온 50년 소나무가 해체되는데는 10분도 안걸렸다.

소나무 해체를 끝낸 경력 12년째인 이종희(64세) 조장에게 어느 때 힘드냐고 물었다. 영하 10도의 날씨에 깎아지런 경사진 곳에서 일할 때가 가장 힘들다고 했다. 발을 안정적으로 짚어야 톱질을 하는데 경사가 심해 애를 먹는 경우도 있고, 자른 나무가 다른 나무에 걸려 내려오지 않을 땐 힘들다고 했다. 또 자른 나무들이 수십미터 절벽 아래로 떨어져 그것을 처리하느라 고생한 적도 많다고 말했다.

일벌레로 통하는 그는 반원들의 나이가 평균 63~64세라고 했다. 젊은 사람은 견디지 못하고 며칠 일하다가 나간다고 했다. 지금은 시에도 안전을 최우선으로 안전헬멧, 안전모, 작업복, 각반에 진동장갑까지 지급한단다. 6㎏가 넘는 기계톱을 항상 어깨에 걸머지고, 기계통의 진동 때문에 팔꿈치가 제일 아프다고 했다.

톱사의 해체작업이 끝나면 조원들이 소나무 무덤을 만들기 좋은 장소로 감염목을 모으기 시작했다. 잔가지를 나르는 사람, 밑둥을 나르는 사람, 나무를 쌓는 사람 등 손발이 척척 맞았다. 10~20㎏의 밑둥을 나르는 일을 보기에도 힘들어 보였다. 굴리거나 끌고 내려오거나 들거나 갖은 방법을 동원하고 있었다. 조원들은 가파른 경사진 곳에서 나무들을 나르면서 미끄러지기도 하고 발을 헛짚기도 했다. 경사진 곳에서 낙엽과 갈비는 윤활유 역할을 해 무척 미끄럽다. 나무단을 쌓으면서 무게가 많이 나가는 것은 밑에 넣고 가운데 지지목을 넣고 견고하게 쌓았다. 가로 1m, 길이 2m, 높이 1m 크기의 단이 쌓이자 톱사가 방수포가 뚫리지 않게 튀어나온 가지와 둥치를기계톱으로 벌초하듯 단정하게 잘라냈다. 그런 후 톱사는 다른 피해목을 찾아 자리를 옮겼다.

조원들은 약제를 뿌리고 비닐로 밀봉한 후 흙 등으로 비닐을 갈무리하고 GPS로 파악한 좌표와 기록들은 적어 넣었다. 나무를 자르기부터 밀봉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30~40분 걸렸다.

윤 반장은 작업 지시 중 짬을 내 재선충 침입공이 있는 말라 죽은 소나무들 보이며 재선충과 전쟁에 대해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재선충 한쌍이 20일 뒤엔 20만 마리로 증식하기 때문에 제때 감염목을 제거하는 것이 최선이다. 물론 예방책인 수간주사가 제일 좋은 것 같지만 엄청난 예산이 들어가 차선책으로 감염목을 제거한다. 솔수염하늘소가 소나무룰 갉아 먹으면서 재선충이 소나무로 침입하고 기생하면서 옮겨다닌다. 한번 감염되면 재선충이 소나무 물줄기를 막아버려 말라 죽게 된다. 이 때문에 감염목에는 송진이 안 나온다. 보통 드론과 육안으로 감염목을 찾아낸다. 6~8월에 작업을 하면 솔수염하늘소가 퍼져나가기 때문에 이 때는 작업을 하지 않는다. 사람들이 땔감으로 감염목을 가져가면 그 인근 지역 소나무는 감염될 수 있기 때문에 가져가서는 안된다. 그렇게 되면 영하의 기온에 찬밥 먹어가며 일하는 우리 반원들이 하는 일들이 의미가 없다.

어느 듯 점심시간이 되자 밥을 싸온 조는 따뜻한 양지녁에서, 밥을 싸오지 않는 조원들 가까운 음식점을 찾아 따뜻한 음식을 먹으러고 헤어져 오후 1시부터 다시 작업을 시작했다. 윤 반장은 지수면으로 수간주사 현장을 점검하려 떠났다.

이 조장은 올해 들어 지금까지 자신이 혼자 벤 소나무는 732그루란다. 이날도 17개의 나무를 베고 9개의 무덤을 만들었다. 반원들은 이날 한나절만에 78그루의 나무를 배고 35개의 소나무 무덤을 만들었다.

윤 반장은 “벼랑 끝에 선 우리나라 지조와 절개의 상징인 소나무를 구하기 위해 우리 반원들이 영하의 기온과 악조건 속에서도 혼신의 힘을 다하고 있다. 소나무 재선충이 박멸될 때까지 우리의 노력은 계속될 것”이라며 “사람들이 땔감으로 소나무를 가져가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도준기자

 
작업장으로 출발하기 전 윤형만 반장이 안전수칙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산으로 출발하기 전에 안전모 착용 등 안전장비를 착용하고 기계를 점검하고 있다.
벌목된 소나무재선충 감염목이 다른 나무에 걸려 쓰러지지 않고 있다.

 
이종희 반장이 숙달된 솜씨로 나무를 동강내고 있다.
앞쪽에서는 톱사인 반장이 소나무를 해체하고 뒤에서는 조원들이 나무단을 모으고 있다.
나무단을 쌓고 있는 조원들
방수포를 덮기 위해 조원들이 마무리작업을 하고 있다.
방수포를 덮기 위해 조원들이 마무리작업을 하고 있다.
앞에 있는 국방색 방수포가 올해 생긴 소나무무덤이고 뒤에 파란색이 지난해 만든 것이다. 진주시 문산읍 옥산에 이런 소나무 무덤이 한나절만에 35군데가 새로 생겨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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