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수와 소수 그 가운데
다수와 소수 그 가운데
  • 경남일보
  • 승인 2019.03.06 15:2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수희(경남대학보사 편집국장)
박수희
박수희

최근 본 영화 중 감명 깊은 영화를 꼽자면 당연 ‘증인’이 생각난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가 있는 소녀가 사건의 증인으로 법정에 서는 이야기. 워낙 흥행했고 이야기할 거리가 많은 영화이지만 이곳에선 재판 제도에 대해 말해보고자 한다.

영화 속에서 변호사가 의뢰인을 위해 선택한 재판 제도는 바로 ‘국민 참여 재판’이다. 국민 참여 재판은 사건에 따라 배심원 5인, 7인, 9인으로 정해진다. 배심원들이 전원 일치로 평결을 내릴 때도 있지만, 일치하지 않을 땐 다수결로 정한다.

같은 배심 제도이지만 미국과 한국은 큰 차이를 보인다. 미국은 배심원들이 결정한 평결을 판사가 따르지만, 한국에서 배심원들이 내린 평결은 권고사항이며 판사가 따를 의무는 없다. 다만 선고가 평결 결과와 다르다면 판결문에 그 이유를 분명히 밝혀야 한다.

여기서 나는 두 가지 의문이 생겼다. 미국의 경우, 판사가 배심원들이 내린 평결에 따른다. 하지만 과연 다수의 생각이기에 옳은 결론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배심원이라고는 하나 결국 일반인인데 법학 지식을 갖춘 판사, 즉 소수의 말이 맞지 않을까? 한국도 살펴보자. 예를 들어, 배심원들 다수가 무죄를 선택했지만 판사는 유죄를 선고했다. 다수가 선택한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지 않을까?

사실 무엇이 정답인지는 잘 모르겠다. 다수를 선택하자니 소수의 의견은 묵살된다. 심지어, 다수의 답이 다수가 택했다고 보는 게 맞는지도 알 수 없다. 사람은 감정에 휩쓸리기 쉬운 존재라 다수가 선택하면 자신의 의견은 접어두고 그것을 따르는 경향을 보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소수를 선택하지도 못한다. 다수의 의견이 무시되면 사람들의 불만은 그만큼 커지기 때문이다. 또, 소수 의견을 따르다보면 발생할 문제들도 걱정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모른다는 말이 해결법이 될 수는 없으니 그 답을 고민해봐야만 한다. 사실 우리는 제일 이상적인 방법을 배워왔다. 만장일치가 안 된다면 다수결의 원칙을 택한다. 다수결을 따른다고 소수를 무시해서는 안 된다. 다수의 의견에 중점을 두되 소수의 의견 역시 첨언하는 방식. 우리 사회가 택한 방식이다.

우리는 늘 딜레마에 빠진다. 다수와 소수 그 사이에서 오는 혼란도 마찬가지다. 혼란에서 벗어나기 위해 방법을 찾아보자. 다수와 소수 그 가운데에서.

박수희(경남대학보사 편집국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