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거를 보셨나요?
항거를 보셨나요?
  • 경남일보
  • 승인 2019.03.07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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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정 (진주여성회 대표)
 
박혜정 대표



항거를 보셨나요? 3·1절 100주년에 맞춰 개봉 된 유관순 이야기 ‘항거’는 아우내 장터에서 만세운동을 주도한 유관순과 서대문형무소 8호실 여성들의 1년간 이야기다. 그 영화에서는 학교 다닐 때 한번 쯤 들어 본 유관순열사 외에도 일제에 항거해 독립운동을 해 온 여성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이제껏 목숨을 걸고 싸워 온 독립운동가중에 여성인 사람은 유관순 열사 이외의 이름을 알지 못했다. 애써 찾지 않는 다음에야 많은 사람들 역시 여성 독립운동가를 기억하지 못할 것이다. 그들을 기억하는 사람도,기록한 역사도 없기 때문이다. 물론 남성들도 다 기록되어 있다는 것은 아니지만 여성은 더 더욱 찾아보기 힘들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여성독립운동가를 기억해 준 ‘항거’영화가 특별하게 다가온다.

오늘, 3월 8일은 세계여성의 날이다. 1908년 미국의 여성노동자들이 열악한 노동환경 개선과 참정권을 요구하며 대규모 집회를 가졌다. 이 날을 기념하며 이후 유엔에서 세계 여성의 날로 선포한다. 이것이 세계 여성의 날의 유래다. 우리나라에서도 세계 여성들과 함께 이날을 기념하고 있다. 진주에서도 여성단체들이 연대하여 매년 이 날을 기념하고 있으며 올해도 여성들의 목소리를 담아내는 기자회견, 퍼포먼스, 홍보 전시 등을 진행한다.

세계여성의 날이라 마냥 즐겁고 축하하는 축제의 장이 되면 좋겠지만 아직은 갈 길이 멀어 보인다. 2018년 세계 젠더 격차보고서에서 한국은 149개국중 115위다. 남녀노동자의 임금격차가 36.7%로 OECD 회원국 38개국중 1위이며,여성의 독박 가사, 독박 육아 비율은 88%로 끝에서 3번째다(2017.고용 노동부 자료 인용). 이런 지표들은 우리나라 여성들이 여전히 곳곳에서 소외받고 배제되어 있음을 말해 준다. 진정한 민주주의 사회는 누구도 어떠한 이유로도 차별받고 소외되지 않는 사회다. 따라서 성평등한 사회가 정의로운 사회인 것이다.

1908년에 참정권과 노동권을 요구하는 여성들이 있었듯이, 일제에 항거하는 유관순이 있었듯이 여성들은 숨죽이고 살지 않았다. 불의에 항거하며 사회 변화를 요구해 왔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미투운동 역시 숨죽여 살지 않는 여성들의 용기 있는 모습들이다. 미투운동 이후 여성들은 조금씩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일상의 먼지처럼 숱하게 많았지만 그동안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던 차별과 폭력들이 용기 있는 피해자의 목소리로 터져 나왔다. 정치계, 문단계, 연예계에서 시작된 미투운동은 스포츠계,학교에까지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뿐만 아니라 디지털 성범죄로 인한 피해를 말하고, 불법촬영 편파수사에 항의하며, 여성에게만 죄를 묻는 낙태죄를 폐지하라고 말하기 시작했다. 직장내 성희롱을 말하기 시작했고, 데이트폭력의 문제점을 이야기하고 가정폭력이 사회적 문제임을 이야기 했다. 지방의원들의 해외출장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이루어지던 성매매가 문제다라고 이야기한다. 달라진 점은 바로 “말하기” 이것이다. 당연시 되어 아무렇지 않던 일들이 피해자가 말하자 문제로 인식하게 되었다. 이제 더 이상 사소한 것으로 치부되지 않았다. 변화를 위한 시작은 그 목소리를 들어 줄 귀를 열어 주는 것이다. 억압과 차별을 이야기하는 자에게 공감하고 경청하여 함께 해결해 나가는 것이 오늘의 과제다. 함께 할 때 변화가 시작되고 변화가 시작될 때 문화가 바뀐다. 문화가 바뀌어야 조직이 바뀌고 사회가 바뀔 수 있다. 그 변화의 선택을 우리가 지금 바로 해야 하지 않을까? 2019년 우리는 다 함께 어느 누구도 소외됨없이 행복하게 살기를 선택했으면 한다. 바로 오늘, 3·8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우리 사회의 성평등 민주주의라는 새로운 역사를 쓰는 1일이 되었으면 한다.

 

박혜정 (진주여성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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