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 만세의거 100년, 원폭 피해자 아픔 74년
3·1 만세의거 100년, 원폭 피해자 아픔 74년
  • 경남일보
  • 승인 2019.03.10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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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경(경상대학교 총장)
올해는 1919년 3·1 만세의거 100돌이 되는 해이다. 3·1 만세의거의 연장선에서 이뤄진 상해 임시정부 수립 100돌이기도 하다. 100년의 세월은 무겁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광복과 동족상잔의 비극을 겪었고 산업화·민주화를 이루어냈다. 한국전쟁 직후 유엔한국임시위원단 임시단장인 인도측 대표 메논(K. P. S. Menon)은 일주일 동안 한국을 둘러본 뒤 “한국에서 민주주의를 기대하는 것은 쓰레기 통에서 장미가 피기를 바라는 것과 같다”고 UN에 보고했다. 그러나 우리는 ‘한강의 기적’을 이뤄내며 1996년 12월 마침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이 되었다.

올해 3·1절을 전후하여 전국에서 각종 기념행사가 열리고 있다. 100년 전 조국 광복을 외치던 목소리를 기억해 내고 일본의 총칼에 흘리던 피를 상기하고 온 국민이 하나 되어 거리로 쏟아져 나오던 그날의 감동을 되새기고 있다.

하지만 하나의 뉴스가 뇌리를 떠나지 않는다. 3·1 만세의거 100돌을 기리기 위해 온 나라가 들떠 있던 지난 2월 21일, 한국원폭피해자협회·한국원폭피해자후손회·한국원폭2세환우회 등 시민단체는 청와대 분수대 광장에서 원폭 피해자 실태조사를 정부에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강제 징용되어 1945년 8월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서 노동을 하던 우리 국민과 그들의 후손, 그리고 그들을 돕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올해는 3·1 만세의거와 임시정부 수립 100돌을 맞는 해이지만, 일제 치하 과거사 청산이 아직도 해결되지 않고 있다”며 “일제로부터 해방된 지 74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당시 피해자들의 아픔과 고통은 대를 이어 계속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일본에서 10만여 명이 피폭해 5만여 명이 그 처참한 현장에서 방사성 물질로 뒤덮인 검은 비를 맞으며 고통스럽게 죽어갔지만, 지원은커녕 피해 규모 등에 대한 실태조사조차 이뤄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12월 기준 한국원폭피해자협회에 등록된 피해자는 2305명이고 평균 연령이 84세인 만큼 몇년 후면 피폭의 산증인이 모두 사라지게 된다. 피해 당사자와 후손들은 건강 생활 실태조사는 물론 역학조사를 통해 질환의 발병빈도와 원인, 피폭 영향에 대한 인과관계를 정부가 규명해주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지난 2013년 경상남도가 원폭 피해자 1, 2, 3세를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한 결과 1세의 23.4%, 2세의 13.9%, 3세의 5.9%가 선천성 기형 또는 유전성 질환이 있다고 답했다. 고혈압, 퇴행성 류마티스 관절염, 위 십이지장 궤양, 백내장, 당뇨병, 알레르기 등 피부질환 등의 질병을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들에 대한 정부 차원의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실태 조사는 요원하기만 하다. 한국원폭피해자협회 합천지부는 2016년부터 피폭된 국내 생존자 2200여 명을 대상으로 증언을 수집하는 일을 하고 있지만 예산과 인력 부족으로 더디기만 하다. 후손 피해자는 1만여 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1945년 원폭 투하로 피폭된 한국인 피해자의 70~80%는 우리 이웃인 합천 출신인 것으로 알려져 합천은 ‘한국의 히로시마’라고 불린다. 합천은 일제 강점기 당시 농지가 적고 기근이 끊이지 않은데다 일제 수탈과 강제징용까지 겹쳐 많은 주민이 일본으로 건너간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합천원폭피해자복지회관에 수용돼 있는 피해자는 101명인데 이들 중 90~99세가 8명, 80~89세가 57명, 70~79세가 36명으로 대부분 고령이다. 피해자들이 고령인 점을 감안하면 정부 차원의 정확한 실태조사와 지원대책을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된다. 2세, 3세에 대한 전수조사도 꼭 필요하다. 민주화의 그늘에 소홀해진 3·1 만세의거 100돌이 아닌가? 뒤돌아보고, 74년 동안 아픔을 감내하며 살아온 일제 강점기 원폭 피해자들에게 따뜻한 눈길과 섬세한 손길이 절실한 시점이다.
 
이상경(경상대학교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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