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거, 유관순, 다른 이름들
항거, 유관순, 다른 이름들
  • 김지원 기자
  • 승인 2019.03.11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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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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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5년 미국의 여성만화가 앨리슨 벡델이 고안한 영화 감별테스트가 있다. 그의 이름을 딴 ‘벡델 테스트(Bechdel Rule)’. 남성 중심의 영화 판에서 여성 중심의 영화가 과연 얼마나 있는지 알아보는 간단한 테스트다.

첫째, 영화 속에 이름이 있는 여성 캐릭터가 둘 이상 나오는지다. 둘째, 그 여성 캐릭터 둘이 서로 대화를 나누는지다. 셋째, 이름 있는 두 여성캐릭터가 나누는 대화가 남자에 대한 것이 아닌가 하는 것이다.

지난해 제작비 30억 이상 한국영화 39편 중 벡델테스트를 통과한 영화는 10편이었다. 별것 아닌 것 같은 이 3가지 테스트를 통과하는 영화조차도 매우 드물다. 그만큼 여성들이 이끌어가는 이야기를 만나보기 어렵다는 이야기다.

당연히 영화 속에서 다루고 있는 여성영웅들 역시 그 자리가 넉넉치 않다. 100주년을 맞은 3·1운동에서 여성활동가들을 기억해보자. 우리는 유관순의 이름을 알고있다. 남자현을 기억한다. 김마리아, 정정화도 기억한다. 몇몇의 다른 여성독립운동가의 이름 정도는 떠올리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이들의 활약상을 우리는 얼마나 잘 알고 있을까. 숱한 영화와 드라마, 소설, 뮤지컬에서 등장하는 독립운동가들의 이야기에서 이들의 활약은 참으로 찾아보기 힘들었다. 이 감동적이고 코끝 시린 콘텐츠가 전하는 영웅이야기들의 설득력을 생각한다면 여성들에게는 편파적인 재조명이 아닐 수 없다.

아직 극장가에 걸려 있는 영화 ‘항거’이야기 하려던 참이었다. 벡델테스트는 너끈히 통과할 구성이다. 이름이 있는 여성 캐릭터들은 일제강점기의 여느 민중들처럼 독립을 이야기 한다. 지난해부터 사뭇 달라진 사회적 분위기 탓인지 올들어 여성 독립운동가들의 위상을 되찾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유관순 열사에게는 건국훈장 대한민국장이 추서됐다.

우리는 아직 더 많은 여성 영웅들의 이름을 알아내야 한다. 부디 이번주에 개봉 예정인 ‘1919 유관순’의 개봉관은 ‘항거’보다 하나라도 더 많아지기를 바란다. 또 만세운동으로 옥고를 치른 수원기생 김향화가 과연 만주로 갔는지 우리는 궁금하다, 아직 모르고 있는 여성 영웅들의 이야기를 누군가 또 들려주길 기다린다.

김지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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