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북핵 속도조절·좌표설정 신중해야
한국, 북핵 속도조절·좌표설정 신중해야
  • 경남일보
  • 승인 2019.03.13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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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현(객원논설위원·진주교대 교수)
미·북 하노이 2차 정상회담에 대해 한·미가 엇박자를 내고 있다. 미국의 분위기는 미국 내 주요 언론 기사나 백악관 반응에서 알 수 있다. ‘트럼프, 김정은을 밟아버리다’, ‘트럼프, 걸어나감으로써 승리했다’는 보수 성향 월스트리트저널(WSJ)과 트럼프 대통령과 앙숙인 뉴욕타임스의 사설,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이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미국을 최우선시했다’는 백악관 보도자료, 이러한 언급들은 미국의 분위기가 북핵에 대해 양보하지 않은 것을 긍정적으로 보는 기류로 읽을 수 있다. 이러한 기조는 향후 미국의 대북강경 조치를 예고하는 것이다. 그런데 미·북 하노이 2차 정상회담 평가에 대한 한국정부의 태도는 그 결을 달리하고 있다. 지난 4일 소집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 회의에서 문 대통령은 ‘하노이 회담에서 미·북 간 부분적인 경제 제재 해제가 논의됐다’며 ‘남북 협력 사업을 속도감 있게 준비해 달라’고 했다. 그리고 영변 핵 시설 폐기와 관련해선 ‘북한 핵 시설의 근간인 영변 핵 시설이 미국의 참관·검증하에 영구 폐기되는 게 가시권에 들어왔다’고 말했다. 어떤 근거에서 인지 시간을 두고 지켜 볼 일이다. 이러한 한국 정부의 태도에 대해 미국 블룸버그통신은 성급하게 ‘문 대통령이 북한의 핵 제안을 칭송하며 트럼프 대통령과 갈라섰다’라는 과거 시제의 제목을 달고, 문 대통령이 정상회담 바로 다음 날 금강산관광과 개성공단 재개 등 남북경협에 속도를 내라고 주문한 사실에 탐탁찮은 시선을 보이고 있다. 왜냐하면 이들 시설은 북한에 현금을 공급하는 곳이기에 재개하려면 미 재무부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승인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상기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 대한 불신은 문 대통령이 북한의 영변 핵시설 폐기가 ‘비핵화의 불가역적 단계’라고 평가하며 ‘금강산관광 및 개성공단 재개 추진 입장을 밝힌 것’에서 정점을 달리고 있다. 조셉 디트라니 전 6자회담 차석대표는 영변 핵폐기는 ‘불가역적 단계가 아닌 시작에 불과하다’는 견해를 피력하고, AFP는 ‘영변은 북한의 유일한 우라늄 농축 시설이 아닌 것으로 보이며, 그 폐쇄가 북한 핵 프로그램의 종료 신호는 아니다’며 한국 정부의 북핵 인식에 신중한 처신을 함축시키고 있다. 그리고 전 주한 미국 대사 알렉산더 버시바우도 미 싱크탱크 애틀랜틱 카운실과 한국 국제교류재단이 워싱턴에서 공동 개최한 포럼에서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개는 일정한 북핵진전과 관련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지금 이 시점에서는 한국이 조금 진정하고 천천히 나아가야 한다’는 것을 주문하고 있다. 미국이 제재 예외 조치를 인정할 준비가 되기까지 한국은 미국을 압박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지금은 남북 경협이 아니라 북한의 실질적 비핵화 조치를 도출하는 데 주력할 시점이다. 북한이 도발을 멈추고 협상 장으로 나온 건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가 가동됐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한국정부가 취하여야 할 우선순위는 북한 경제발전이 아닌 비핵화이다. 미국의 한국 길들이기 카드의 하나인 한국산 자동차나 철강, 가전제품에 대한 높은 관세 부과는 아직 아끼고 있다. 한·미간 불화가 진정되지 아니할 경우에 미국은 어떤 명분을 만들어서라도 자신들의 논리를 반드시 관철시킬 것이다.

문 대통령의 최근 대북, 대미 행보는 다른 한편으로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한국외교의 지평을 확대했다는 긍정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다. 그러나 북핵에 대한 속도나 앞뒤좌우 좌표 설정은 신중하게 할 필요가 있다. 올바른 판단을 위해 다양한 시나리오로 사안을 분석하고 통합적으로 인식하는 측근의 조력이 필요한 것은 바로 이러한 시점이다.
 
이재현(객원논설위원·진주교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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