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참, 좋을 때다”
“너 참, 좋을 때다”
  • 경남일보
  • 승인 2019.03.13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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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소미(경상대신문 편집국장)
‘이제와 새삼 이 나이에 청춘의 미련이야 있겠냐만은 왠지 한 곳이 비어있는 내 가슴에 다시 못 올 것에 대하여 낭만에 대하여.’

위 가사는 1995년 발매 된 가수 최백호의 16집 타이틀곡 ‘낭만에 대하여’의 마지막 구절이다. 돌아오지 않는 청춘은 시대를 불문하고 모든 이들의 낭만인가보다. 그렇다면 낭만의 상징이라 여겨지던 캠퍼스의 대학생들은 어떻게 청춘을 보내고 있을까? 글쎄, 캠퍼스가 낭만의 상징이라는 말은 이제 철 지난 이야기인가 보다. 20대의 서점 베스트셀러가 더 이상 시집이나 소설이 아니라 자격증, 토익, 취업과 관련한 책들로 채워질 때, 음악이나 연극, 취미 생활을 하는 동아리는 쓸모가 없다 외면당할 때 나는 잊혀가는 낭만에 대해 생각한다.

3월, 새내기들이 캠퍼스에 발을 디뎠다. 경상대신문 개강호 발행을 준비하며 많은 새내기들을 만났다. 한껏 멋을 내고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 나누는 새내기들을 보며 나의 새내기 시절을 떠올렸다. 방향을 정해주던 교복이라는 허물을 막 벗어던진 때, 더 이상 어딜 향해야 할지 몰라 발걸음을 떼지 못했던 그때, 돌이켜 보니 내 스무 살은 온통 혼란투성이였다. “연애 많이 해 봐!”, “해외 여행도 한번 가봐야지.”, “그렇다고 학점 관리 잊으면 안 된다?” 내게 쏟아진 스무 살에 꼭 해봐야 할 일들의 목록이 넘쳐났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겐 청춘의 가장 큰 낭만이라는 연애도, 여행도 모두 숙제 같았다. ‘스무 살’이라는 이름표를 건 내가 그 일들을 해내지 못하는 것은 직무유기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물론 먼저 청춘을 지나온 어른들이 보기에는 되감기 할 수 없는 시간을 흘려보내는 것이 아까워 건넨 조언일 것이다. 그러니 사랑도 해보고, 무작정 어디론가 떠나는 일탈도 해보라고, 조금 더 찬란하게 빛나 보라고. 하지만 그때는, 젊음을 충분히 즐기고 있지 못하고 있는 내가 한심하게 느껴졌다.

졸업반이 된 지금은 알겠다. 나는 낭만을 즐길 줄 모르는 사람이었던 것이 아니라 낭만을 즐기는 방법이 남들과는 조금 다른 사람이었다는 걸. 왁자지껄한 술집에서 많은 사람들과 함께 건배를 외치는 것보다 친구와 다정하게 마주앉아 술잔을 기울이는 것이 더 즐겁고, 먼 곳으로 떠나 새로운 경험을 하는 것보다 밀크티를 마시며 좋아하는 영화를 한 번 더 보는 것이 행복하다는 걸. 백 명의 청춘이 있다면 청춘을 즐기는 방법도 백가지다.

얼마 전 본 한 에세이의 한 구절이다. ‘나보다 어린 나이의 누군가를 보며 좋을 때라고 생각할 때, 정확히 말하자면 우리는 그 사람의 지금이 아니라, 그 나이 때의 자신을 보고 있을 것이다. 저 좋은 나이에 좋은 줄 몰랐던 나. 별거 아닌 일에 상처 받던 나. 다른 사람과 자신을 끊임없이 비교하던 나.’ 뒤돌아보면 조금 더 쉽게 행복해질 수 있는 순간들이 참 많았다. 지금 이 순간도 조금만 지나 돌아보면 ‘좋은 때’가 되겠지. 그러니 친애하는 새내기들에게 전하고 싶다. “너 참, 좋을 때다”라고.

 
강소미(경상대신문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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