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새(이희숙)
억새(이희숙)
  • 경남일보
  • 승인 2019.03.17 15:5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저녁이 깔린 들녘에 하이얀 붓은
가장 먼저 바람을 그리러 섰다

갈바람에 흔들리는 그리움 주체 못하고
소리 죽이며 어둠을 덮치고 누었다

가녀린 이부자리 이리저리 나부끼다
이제 막 멈춰 섰거늘

스쳐간 흔적도 없이 요염한 저 몸매
밤은 스러졌고 바람은 새하얗게 질렸다.

-----------------------------------------------------------

들녘에 흔들리는 갈대를 본다, 갈대꽃이 붓처럼 저 허공에 그리움을 그리고 지우기를

반복 동안 벌써 주변은 어둠이 깔린다. 이제 수신처가 없는 저 먼 언약의 말씀들이 바람처럼 스러지고 먼 은하에서 달려온 별들이 눈을 뜨며 바람도 지쳐 드러눕는 시간, 그래도 끊이지 않는 상념은 부피로 쌓인다.

시인은 갈대가 바람에 흔들리는 수채화 같은 풍경 속에서 감성을 인화하며 먼 향수에 젖었나보다, 누구도 가슴 속에 지우고 새기는 이름 하나쯤 간직할 수도 있지 않을까, 그 이름을 헤아리며 스쳐간 것들을 보듬는 동안 지독한 아픔이 번진다.
 
주강홍(한국예총진주지회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