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 자신있게 대답할 수 있어 행복"
"금주, 자신있게 대답할 수 있어 행복"
  • 임명진·백지영기자
  • 승인 2019.03.17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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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A. 진주남강그룹 제2회 공개모임
전국서 중독자와 가족 등 100여 명 참석
“알코올중독으로 강제 입원 당했을 때 정말 죽고 싶은 생각 밖에 안 들었습니다”, “남편이 술만 마시면 흉폭 해 져 애들 데리고 도망도 다니고 죽을 생각도 해 봤습니다”

지난 16일 오후1시께 진주시능력개발원 대회의실, 진주지역 단주모임인 A.A. 진주남강그룹이 주최하는 ‘경험과 힘과 희망을 함께하는’이라는 주제의 행사에 전국 각지에서 모인 100여 명의 사람들이 참석해 북적거렸다.

진주남강그룹은 알코올중독자들이 모인 자발적인 회복 공동체다. A.A.는 익명의 알코올 중독자들을 뜻하는 용어로 지난 1935년 미국에서 설립돼 현재 세계 150개국에서 모임이 진행되고 있다. 경남에서는 25개 그룹이 매주 43번의 모임을 연다.

진주남강그룹은 지난 2017년에 이어 올해로 2회째 공개모임을 개최했다. 전국에서 지나친 음주로 남몰래 고통 받는 사람들과 가족들이 행사장을 찾았다.

가좌정(익명) 진주남강그룹 대표는 “알코올 중독으로 고생하는 당사자와 가족들이 익명으로 서로 간의 경험과 희망을 나누면서 중독에서 벗어날 수 있는 동기를 부여하는 데 목적을 뒀다”고 말했다.

참가한 연령대는 대부분 중장년층들이었지만 20~30대처럼 보이는 젊은 사람들과 여성들도 적지 않았다.

가 대표는 “최근에는 여성분들과 젊은 층의 비중이 많아지는 추세”라고 귀띔했다.

행사장에는 진주 중독자관리 통합지원센터 직원과 한국국제대학교 절주동아리W 회원이 참석해 절주생활수칙 등이 담긴 팸플릿을 배부하고 중독 음주체험용 고글 체험 행사 등을 진행했다.

행사가 시작되자 가장 먼저 하대박(익명)이라는 장년의 남성이 무대 위에 섰다. 그는 ‘어제보다 더 나은 오늘을 꿈 꾼다’는 취지의 자신의 경험담을 털어놓았다.

오랜 세월 알코올 중독자로 지내온 자신의 인생을 털어놓으면서 자신을 지켜봐 준 아내와 가족에게 미안한 마음을 전했다.

그는 “얼마 전 딸이 결혼식을 했다. 지인들을 만나면 ‘요즘은 술 안마시냐. 얼굴이 좋아 보인다’는 얘기에 당당하게 ‘네, 안 마십니다’라고 대답할 수 있어서 행복하다”는 소회를 밝혔다.

이어 참가자들의 사연들이 하나 둘 소개되기 시작했다.

부부가 나란히 알코올 중독에 걸려 치료를 받고 있다는 이야기와 가족이 너무 고통 받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그저 죽고 싶었다는 가장의 이야기부터 사연들이 줄줄이 이어졌다.

알코올중독자 가족 모임인 ‘알아넌’ 회원도 참석해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남해에서 온 이 모(여·80)씨는 “남편이 술만 마시면 헐크가 돼 이를 고치기 위해 많은 시도를 했지만 소용이 없어 절망하던 차에 이 모임을 알게 됐다”며 그간 힘들었던 속내를 밝혔다.

이 씨는 “아직 알코올중독이 치료되진 않았지만 심했던 의처증이 고쳐지는 등 조금씩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알코올로 인한 병원치료 금액을 보면 전국적으로 지난 2015년 2100억 원에서 2017년에는 1800억 원 대로 뚜렷한 감소추세를 보이고 있다.

경남의 경우 알코올 때문에 병원치료를 받은 환자 수는 △2015년 5537명, △2016년 5246명, △2017년 5005명으로 전국에서 3번째로 많았다.

병원치료를 받은 요양급여비용총액은 △2015년 237억 1116만 9000원에서 △2017년은 216억 7181만 5000원으로 전국에서 두 번째로 높았다. 알코올 때문에 경남이 지불해야 하는 유무형의 사회경제적 비용이 여전히 상당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이날 참석자들은 알코올 중독으로 피폐해진 삶을 벗어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가 대표는 “우리 사회가 갈수록 가족해체와 경쟁구조로 흘러가고 있고, 극심한 스트레스를 이겨내지 못하는 이들도 늘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김재이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부끄러운 일은 넘어지는 게 아니라 넘어져도 스스로 일어나려하지 않는 것”이라며 “주변에서 해줘서 되는 일도 있지만 나 자신이 해야만 하는 일이 있다. 그것은 바로 자신의 상태를 인정하고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라고 했다.

사회적 관심도 당부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진주중독관리통합지원센터 관계자는 “담배는 케이스에 그 위험성을 알리는 이미지와 문구가 적혀 있지만 술은 그렇지 못하다. 구입가격도 담배에 비해 훨씬 저렴하다”면서 “알코올 중독에 관한 사회적 경각심과 주변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했다.

임명진·백지영기자 sunpower@g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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