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에서] 반짝반짝 불을 켜요
[교단에서] 반짝반짝 불을 켜요
  • 경남일보
  • 승인 2019.03.18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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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애리(수정 초등학교 교사)
3월의 봄바람은 학교 앞에서 유독 심하게 휘몰아친다. 첫 아이를 학교로 보내는 부모님이나 학교가 낯이 선 1학년만의 문제가 아니라 한 학년씩 올라가니 모든 아이들에게 새롭고 설레며 날선 순간이다.

‘드르륵’ 교실 문을 열자 아홉 살 개구쟁이들의 눈빛이 화살처럼 따갑게 날아온다.

“여러분은 공부를 잘하고 싶어요.”

“공부를 잘하고 싶은데, 너무 어려워요.”

“공부를 잘 하는 비법은 따로 있어요.”

“불을 바르게 켜는 방법을 배우면 되지요.”

“손가락에 불을 켜면 종이 접기도 하고 ‘꼬물꼬물’ 손장난도 해요.” “다리에 불을 켜면 다리가 ‘흔들흔들 몸에 불을 켜면 ‘폴짝폴짝’ 춤을 추지요.” “눈에 불을 켜면 선생님 말씀이 잘 들리고 어려운 수학 공부도 쉽게 느껴지지요.”

“어디에다 어느 순간에 불을 켜야 하는지를 알면 누구든지 공부를 잘할 수 있어요.”

“공부를 할 때는 눈, 노래를 할 때는 입, 운동을 할 때는 팔과 다리에 불을 켜세요.”

유독 축구를 좋아하는 유찬이는 “저는 다리에 불을 켜서 운동장을 일등으로 달릴 거예요.”

보름달처럼 둥근 얼굴의 혜서는 “시를 쓸 때는 어디에다 불을 켜야 해요?”

“시를 쓸 때는 재미있고 따뜻한 생각이 나타나는 고운마음에 켜주면 좋겠어요.”

학습은 학습자가 학습한 내용을 머릿속에 또렷한 형상으로 기록하는 일련의 행동들을 말한다. 좋은 학습의 결과란 선명한 기록과 좋은 행동의 실천으로 불을 켜는 그 곳에서 그 순간에 즉각적으로 이루어지며 천천히 녹아서 습관이나 태도로 정착하게 된다. 의식의 불을 켜는 순간에 대한 관심과 격려가 학습으로 진입하는 고속도로를 만나는 셈이다.

삼월의 꽃샘바람이 하얀 목련꽃잎을 흔들고 잠꾸러기 산매화의 연분홍 봄꿈을 깨우며 지나간다. ‘깔깔깔’ 아홉 살 개구쟁이들의 웃음소리가 바다로 떠나는 연어 떼처럼 와글와글 정겹다.


신애리(수정 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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