겸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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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남일보
  • 승인 2019.03.18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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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동섭(진주향교 원임전교)

언젠가 진주시에서 주관하는 행사장에서 있었던 일이다. 시에서는 앞줄의자에 참석이 예상되는 주요인사의 좌석을 미리 배치하고 표찰을 붙였다. 행사 실무자의 고민은 좌석배치이고 또 내빈소개의 순서를 어떻게 할 것인가 이다. 이날 식이 시작되기 전 모 단체의 장이 도착하고 좌석을 확인하던 중, 중앙에서 조금 벗어난 자리에 배치돼 있음을 알고, 그 단체의 참모인 듯 한 사람이 큰 소리로 화를 내며 “우리를 어떻게 알고 이렇게 자리배치를 했냐”고 거칠게 항의하는 모습을 보았다. 뒤에는 수많은 시민이 앉아 그 광경을 목격했다.

진주의 좀 높으신 분들은 행사를 주관하는 단체 실무진의 고민을 좀 이해해줬으면 한다. 모두를 중앙에 앉히고 똑같이 먼저 소개할 수는 없는 일 아닌가. 모두를 만족하게 할 수는 없다. 때로는 옆으로, 때로는 뒤에 소개할 수도 있는 것이다. 행사의 주인은 뒤에 앉은 수많은 시민이지 앞줄에 앉은 극소수의 높은 사람이 아니지 않는가? 유교의 대표경전인 ‘論語’ 학이 편에는 “남이 나를 알아주지 않아도 노여워하거나 서운해 하지 않으면 군자가 아니겠는가.(人不知而不이면 不亦君子乎아)”라고 했다. 내가 대단한 사람인데 남이 나를 몰라보고 알아주지 않는다고 해서 성내고 서운해 한다면 소인(小人)인 것이다. 행사를 마치고 기념촬영이나 테이프커팅을 할 때도 기를 쓰고 중앙으로 비집고 나서는 인사를 볼 수 있는데, 시민들은 그런 모습을 좋게 보지 않을 것이다.

사회의 지도자라면, 어떤 단체이든 대표의 직위에 있는 유명 인사들은 좀 겸손했으면 한다. 시민들의 의식수준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 시민들은 앞줄 중앙에 앉았다고 대단하게 생각하고, 나서지 않는다고 몰라주는 것이 아니다. 평소 그 사람의 됨됨이를 정확하게 판단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앞자리가 아닌 시민들 속에서 함께 어울린다면 훨씬 좋은 평가를 받을 것이다. 상석(上席)은 양보할 줄도 알고 혹여 소개가 빠지더라도 너그럽게 이해해야 할 것이다. 행사에는 더러 실수가 있을 수 있다. 대표직위에 오르는 것은 내가 노력해야 할 일이고, 알아주고 알아주지 않는 것은 남의 몫이다. 많은 행사가 열리는 계절이 오고 있다. 행사 실무진의 고충을 생각해 지도층에 있는 분들은 많은 이해와 너그러움으로 군자의 모습을 보여줬으면 한다. 물론 위에 지적된 모습은 극 소수인사의 모습일 뿐이다.

 

심동섭(진주향교 원임전교)

심동섭 전임 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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