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하게 출발하고 있는 기해년
불안하게 출발하고 있는 기해년
  • 정영효
  • 승인 2019.03.18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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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효(객원논설위원)
2019년 기해(己亥)년을 맞았던 직장인, 구직자, 자영업자 등 서민층은 새해 희망을 담은 사자성어로 ‘마고소양(麻姑搔痒)’을 가장 많이 꼽았다. ‘마고할미가 긴 손톱으로 가려운 데를 긁는다’는 뜻으로, ‘바라던 일이 뜻대로 잘 됨’을 이르는 말이다. 다음으로는 ‘아무 생각이나 걱정이 없다’는 뜻의 ‘무사무려(無思無慮)’와 ‘원하는 바를 이룬다’는 뜻의 ‘소원성취(所願成就)’를 꼽았다. 서민층이 이같은 사자성어를 새해 희망으로 꼽은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지난 2018년이 서민층에게 ‘하는 일이 제대로 되지도 않았고, 일자리 걱정으로 너무나 삶이 힘들었던 한해였다’는 사실을 단적으로 알려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올해에는 바라는 일이 뜻대로 되고, 걱정 없이 살 수 있도록 긴 손톱으로 가려운데를 시원하게 긁어주는 마고할미가 돼 줄 것을 리더층에게 당부하는 서민층의 염원이기도 했다.

새해도 두달하고도 반달이 더 지나갔다. 그런데 올해에 ‘마고소양(麻姑搔痒)’, ‘무사무려(無思無慮)’, ‘소원성취(所願成就)’ 등 서민이 염원했던 새해 희망이 실현될 수 있을 지 벌써부터 의문이다. 보낸 두달반 동안의 기해년을 더듬어 보면 기대하기 어려울 듯 하다. 문재인 정부는 집권 후 지금까지 파격적인(?) 정책을 펼쳤지만 그 부작용으로 나라가 혼란스럽다. 특히 경제 분야에는 무능함을 나타냈다. 문재인 정부는 경제부총리까지 교체하며, 1순위 정책과제로 올해 일자리 창출 확대를 목표로 한 경제활력 제고를 내걸었다. 그럼에도 첫 시작부터가 불안하게 출발했다. 올해들어 받은 경제 성적표가 좋지 않다. KDI(한국개발연구원)가 진단한 ‘내수 부진에 수출 위축까지 경기둔화 추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경고음이 현실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먼저 자동차산업 추락 소식이 전해졌다. 세계 자동차 생산량 순위가 6위에서 7위로 한 계단 하락했다. 2015년 5위에서 2016년 6위로 밀렸다가, 또 다시 추락한 것이다. 고용지표 역시 암울했다. 고용 절벽 상황이 또다시 재연됐다. 1월 실업자는 122여만명으로 19년 만에 최대 규모다. 더 불안한 것은 고용 절벽이 언제까지 이어질 지 확신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수출 또한 하락세다. 내수부진과 투자위축에 이어 그나마 한국 경제를 지탱하던 수출마저 위태롭다. 투자, 생산, 가계대출 등 나머지 경제 성적표 역시 둔화추세다. 소득의 양극화와 불평등은 더 심해졌다. 출산율 마저 ‘0명대’로 내려앉았다. 이대로면 올해가 작년 보다 더 힘들 것 같다.

지금 대한민국에는 온통 빨간불이 켜져 있다. 특히 서민층에 켜진 경제 빨간불은 생존권을 위협한다. 직장인들은 장기적인 경기 침체에 따른 경영난으로 일자리를 잃지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구직자는 일자리를 찾지 못해 허탈감에 빠져 있고, 자영업자는 매출이 급감해 아우성이다. 경제는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그럼에도 가려운 곳을 긁어주어야 할 리더층은 아집과 독선에 빠져 쌈박질하기 바쁘다. 민생은 뒤전인 채 여당은 권력 유지에만 급급하고, 야당은 자신의 밥그릇싸움에만 혈안이다. 정치는 실종됐고, 경제는 갈수록 추락하는데 서민은 기댈 곳이 없다. 2018년이 얼마나 힘들었으면 서민층이 올해 이러한 사자성어들을 선정했을까 하고 리더층은 되씹어 보아야 할 것이다.
 
정영효(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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