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공모제, 정부신뢰 떨어뜨린다
공직공모제, 정부신뢰 떨어뜨린다
  • 경남일보
  • 승인 2019.03.20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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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승재 객원논설위원·한국인권사회복지학회회장
정승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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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장관은 “최대한 자료제출을 지시했다. 공개할 수 없는 자료도 있다”고 답했다. 정부 산하기관 공모과정을 살피기 위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한 위원이 장관을 상대로 관련자료 요구에 대한 부처의 부실을 지적한 대목에서 그런 답변을 내 놓았다. 사연인 즉, 국립공원공단의 이사장 공모에 응모한 16명의 후보중 9위에 그친 인사가 이사장으로 임명된 괴이한 사건이 있었다. 당초 5위까지만 면접대상자로 선정하여 최종 임명한다는 내부방침이었으나, 대상자도 아닌 등외 인사가 낙점되어 지금까지 이사장으로 활동하고 있다는 의혹이 전모다. “권부에서 낙점한 인사가 있어 구색을 꾸려 해당인사를 억지로 라도 임명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드는 것이 우리의 직무다. 권부(權府)에서 내정한 한사람만을 위한 위장자료를 내놓는 것은 목을 내 놓지 않은 이상 불가능하며, 더 이상의 것은 알 바가 못된다” 라고 하는 것이 옳지만, 세상이 그런가. 정치적 압박에 따라 공무원의 거짓말을 듣는 것이 일상화되었다. 죄가 없는 것으로 보이는 공무원만 작살나는 것이다.

또 있다. 지난달 초, 정부소속 기관장 임명과 관련한 것이다. 내용인 즉, 공모를 통해 역량평가서 낙제점을 받은 인사를 발탁하여 임명한 사건이 그것이다. 논란이 불거지자 당해 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는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해당 인사의 풍부한 경험과 세계와 소통하여 열린 기관으로 도약할 기반을 마련할 것이라면서 하자 없는 인사라는 점을 강조하였다. 거짓말을 공식화한 것이다. 설득력 없는 발탁명분에 스스로 곤궁한 기세를 감지했는지 낙제점을 받고도 임명된 인사를 지칭 하여 예술을 관장하는 기관이라 역량평가는 중요한 절차가 아니라고 항변하고, 예술가가 아닌 관리자를 뽑았다는 변명을 내 놓았다. 개방형공모제 실상을 아는 대부분의 사람은 불가피하게 거짓말을 할 수 밖에 없는 처지를 잘 이해하고도 남음이 있다. 역량평가를 통과한 다른 후보자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굳이 탈락자에게 재평가 기회를 부여하고 최종 발탁한 까닭이 무엇일까. 임명권자인 장관 차원을 넘어선 권부(權府)의 낙점이라는 합리적 의심이 가능해 진다. “윗선에서 내정한 인사라 우리는 모른다”는 내심을 드러낼 수 없는 처지 말이다. 공무원들로 하여금 마음에 없는 거짓을 달고 살게 만든다.

중앙부처 장관이 법률로 보장된 임명권자라도 공무원으로 임용하는 소속기관이나 산하기관의 장(長)과 임원을 마음대로 임용할 수 없는 실정임은 공지의 실상이다. 모두가 권부에서 낙점하거나 내정에 따라 결정된다는 것은 천지지지(天知地知), 하늘이 알고 땅이 아는 공공연한 사실이다. 공모제를 통한 응모에는 상상이상의 노고와 절차를 필요로 한다. 자신이 몸 담았던 직장에 경력증명서를 일일이 발급받아야 하고, 직무수행계획서나 자기소개서 작성이 필수다. 관련 법률에 따라 최종 라운드에 오르기 전에도 가족의 신상자료를 제출해야 한다. 대상자를 내정을 해 놓고 공모제를 실시한다면 일종의 속임수가 되는 것이다. 권부의 뜻에 따라 낙점자를 위한 발탁 명분을 만들고 강변하는 것이 정부부처 공무원의 역할이라면, 고급 인력의 거짓말을 조장하는 것이다.

민간의 우수한 인재를 널리 구하는 공모제의 명실상부한 취지를 살려 제대로 이행하든지, 그럴 듯한 허울만으로 형식만을 갖추고 한다면 국력소모로 오히려 없애는 것이 나을 것이다. 그들만을 위한 인사발탁, 그들만의 비밀이 영원할 것 같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공무원과 국회에 불려온 장관의 알고도 속는 답변이 일상화된다면 정부의 육중한 신뢰를 철저히 깨부수는 일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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