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음악가 미래 꿈꾸는 문지헌 양
종교음악가 미래 꿈꾸는 문지헌 양
  • 백지영
  • 승인 2019.03.20 20: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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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 다니든 안 다니든 꿈 향한 도전 똑같아요”
뒤늦은 진로결정…학교 떠나 목표 위한 홀로서기
실용음악과 장학생 되고파 검정고시 만점 목표

 

진주삼현여자고등학교를 2학년까지 착실하게 다니던 문지헌(19)양이 학교를 그만둔 이유는 조금 특별하다.

“기독교 음악(CCM)으로 세상에 위로를 전하고 싶어 진로를 정한 게 또래보다 늦었어요. 친구들이 고3 수능에 집중할 때 저는 대학 실용음악과 진학 준비에 매진하고 싶어서 자퇴를 결심했습니다”

아직 ‘자퇴생’이라고 하면 싸늘한 눈초리가 따라붙곤 한다. 자신의 신앙을 위해 도전하는 지헌 양은 어찌 보면 ‘자퇴생은 문제아’라는 편견의 대척점에 서 있는 셈이다.

어렸을 때부터 교회에 다녀 CCM에 익숙했던 지헌 양은 중학교에 입학하면서 자연스럽게 중등부 찬양팀에 들어가 노래를 불렀다.

시간이 갈수록 솔직하게 마음을 표현할 수 있는 찬양곡에 매료됐다. 노래 연습에 더 많은 시간을 쏟게 됐고 참가하는 찬양 모임 수도 자연스럽게 늘어났다.

지금도 지헌 양은 일요일이 가장 바쁘다. 아침에는 교회 고등부에서, 오후에는 진주복음병원이나 진주지역 청소년·대학생 연합 예배 모임에서 리드 싱어로 노래를 부른다.

마냥 즐거워 취미 삼아 불러왔던 노래를 제대로 하고 싶다고 생각한 것은 지난해 7월의 일이다.

“노래를 부르면서 행복하다는 생각이 자주 들었어요. 어느 순간 하루라도 빨리 실용음악과 진학을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해 9월에 실용음악학원에 등록한 지헌 양은 처음에는 학교생활을 병행하려 했지만 쉽지가 않았다.

“학교를 마치고 학원에 오면 오후 5시30분, 저녁을 먹으면 오후 6시30분이 넘다보니 시간이 턱없이 부족했어요. 보컬 연습부터 호흡·발성, 곡·악기 연습, 이론 숙제를 전부 해내기가 버거웠어요”

또래보다 진로를 늦게 정해 가뜩이나 시간이 부족하니 하나에 집중하자는 생각이 들었다.

“고2까지 정규 교육과정을 나름 착실히 따라갔으니 기본적으로 필요한 공부는 충분히 마쳤다고 생각했어요. 보통 고3은 대학 진학을 위한 공부에 매진하는 시기인데 저는 음악을 진로로 정했으니 여기에 집중하는 것을 택한 거죠.”

 

늘 얌전했던 딸이 다니던 학교를 자퇴하고 검정고시를 준비하겠다고 선언하자 부모님은 깜짝 놀라 펄쩍 뛰었다. ‘학교를 안 다닌다’는 선택지는 한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던 부모님을 한 달 가량 설득했다.

앞으로의 꿈을 말하고 어떻게 준비할지 당차게 설명하는 딸의 모습에 결국 부모님은 백기를 들었다.

그렇게 10월 29일 월요일 학교에 자퇴서를 제출했다. 지헌 양은 그 날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친구들은 처음엔 “성급한 판단 같다”고 걱정했지만 지헌 양이 꿋꿋히 도전하는 모습을 보곤 “멋지다”고 응원해줬다.

하지만 지헌양과 친한 교사들은 자퇴 당일까지도 설득을 하며 완강하게 반대했다.

“그래도 모든 게 결정되고 나니 담임 선생님께서 ‘너도 고심 끝에 내린 결정이니 응원한다. 원하던 학과에 합격하면 놀러와라’고 하셨어요. 꼭 좋은 결과 내고 인사 드리러 가고 싶어요”

다니던 교회 지인들도 찬·반이 엇갈렸다. 보수적인 반응을 보일 거라는 예상과는 달리 지헌양의 헌신적인 찬양팀 활동을 수년간 지켜봐왔기 때문인지 의외로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응원해준 이가 훨씬 많았다.

그렇게 학교를 자퇴하자 지헌 양의 일상도 확연히 달라지기 시작했다. 모든 수업 일정과 계획을 이제는 스스로 책임져야 했다.



 
처음 음악학원에 등록했던 날 지헌 양이 인스타그램에 올린 글


매일 오전 7시에 일어나 오전에는 검정고시 준비를 하고 오후에는 음악학원에서 버스 막차 시간까지 공부를 한다.

지헌 양은 “오는 8월에 검정고시 시험이 있다. 학교 다닐 때 나름 열심히 공부했기에 어렵지 않다”면서도 “장학생으로 대학에 입학하고 싶어서 만점을 목표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했다.

지난달부터는 자신의 일상을 유튜브(달지허니_Moon_ji_honey)에 공개하고 있다.

자퇴 후엔 하루하루를 온전히 본인이 만들어 나가야 하는만큼 어떻게 하면 나태해 지지 않고 부지런하게 보낼 수 있을까 고민하다 내린 결정이다.

자신의 노래연습장면 등을 담은 동영상도 직접 편집한다. 유튜브에 ‘목소리가 좋다’거나 ‘노래를 잘 부른다’는 댓글이 달릴 때는 큰 힘을 얻는다고 했다.

지헌 양은 “요즘 핸드폰 애플리케이션이 잘 나와 있어서 영상 편집이 어렵지 않았다”며 “아직 올린 영상 수는 얼마 안 되지만 앞으로 노래 커버 영상을 많이 업로드하고 싶은 마음에 마이크도 새로 샀다”고 웃어 보였다.

지난 해 가을 진주도심에서 큰 마음 먹고 했던 버스킹도 색다른 경험이었다. 길가던 많은 사람들이 그녀의 공연을 보기 위해 몰려들었다.

 
지헌 양의 하루 공부 일지
찬양 캠프에서 기도를 드리고 있는 지헌 양


“첫 거리 공연이어서 긴장됐는데, 막상 노래를 시작하니 사람들의 반응이 좋아 소통하는 기분이 들었어요. 사람들에게 위로하는 느낌도 들었지만 저도 그들로 인해 위로 받는 느낌이 들었어요”

올 1월에는 전국CCM대회에도 참가했다.

“전국대회다보니 잘 하는 친구들이 너무 많아 수상은 못 했어요. 그렇지만 좋은 경험이었고 그 날을 계기로 더 힘을 내서 열심히 하게 됐어요.”

시련에 좌절하기보다 성장의 밑거름으로 삼는 모습이 당차 보였다.

아직 본격적으로 음악을 진로로 정한지 1년이 채 되지 않았지만 그녀는 벌써 자작곡이 2곡이나 있다.

“원래 노래를 부르기는 했어도 만들어 볼 생각은 못 했어요. 그런데 자퇴할 때 즈음 책을 읽고 있는데 갑자기 가사와 멜로디가 생각나서 곡을 한번 써봤는데 재밌더라고요”

그렇게 하루 만에 1곡을 만들어 낸 뒤 올 초 예배 캠프를 하던 중 또 새로운 곡이 떠올라 역시 하루 만에 새로운 곡을 뚝딱 만들어냈다.

“첫 번째 자작곡은 좀 미흡한 느낌이 있었는데 2번째 자작곡은 제 실력에 비해 잘 나온 것 같아서 만족 중이에요. 대학 들어가면 좀 더 본격적으로 작사·작곡에 대해서도 배우고 싶어요.”



 
매주 화요일 진행되는 보컬 수업


매주 화요일 지헌 양에게 보컬을 가르치는 서민진(30) 강사는 “혼자서 곡도 쓰고 악보도 새로 만드는 모습이 대견하다”며 “음악적으로 계속 발전하려고 하는 것 같아서 장래가 촉망되는 미래의 뮤지션”이라고 칭찬했다.

지헌 양은 본인처럼 꿈을 위해 자퇴를 하려는 친구들에게 “일상이 정해진 게 아니다 보니 처음엔 꽤 힘들 수도 있다”면서도 “자신의 인생을 잘 생각해보고 후회하지 않겠다는 확신이 있을 때 결정하라”고 조언했다.

상처를 받을 때도 있다. “오랜만에 만난 어른들께 학교 안 다니고 음악 한다고 말씀드리면 ‘아, 그래?’하며 웃으시지만 위아래로 훑어보는 눈빛은 다 느껴지죠. 씁쓸하지만 이젠 당연하게 그리고 의연하게 받아들이려 노력 중이에요”

사실 지헌 양 역시도 자퇴하기 전에는 그들처럼 삐딱한 시선으로 본 것 같다고 고백했다.

“막상 자퇴하고 보니 달라진 건 학교 안 다니는 것밖에 없더라고요. 꿈을 위해서 준비하는 건 다 똑같잖아요. 학교가 하나의 잣대가 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환한 웃음으로 바람을 전하는 지헌 양의 얼굴에는 자신감이 묻어나 있었다. 이제 19살 소녀의 행복한 도전은 이제 시작이다.

글 백지영기자·영상 박현영기자



진주 시내 차없는 거리에서 처음 가졌던 버스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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