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산플러스(216) 고성 연화산
명산플러스(216) 고성 연화산
  • 최창민
  • 승인 2019.03.28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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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달래꽃


‘세계 산의 해’인 2002년 산림청은 우리나라 100대 명산을 선정했다. 산 관련 전문가로 구성된 선정위원회가 선호도와 역사·문화성 생태적 특성을 고려해 3개월간 논의를 거쳤다.

경남에는 가야산 금산 무학산 미륵산 연화산 지리산 재약산 지이망산 천성산 화왕산 황매산 황석산이 포함됐다. 본보 명산플러스 취재팀은 일찍이 이 산 대부분을 주행한 바 있다.

이 중 빠진 것이 고성 연화산(524m)이다. 100명산에 속하지만 215회 산행 할 때까지 선택지가 되지 못한 것은 특별히 빼어난 절경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곳에 다녀온 사람들이 포털에 올린 산행기는 실망스럽다는 글들이 많다. ‘왜 100명산에 선정됐는지 알 수 없다’는 의견이 대부분이다. 도립공원까지 지정됐음에도 산세가 생각보다 장엄하지도 넉넉하지도 않은 수수한 산이라고 소개해놓은 곳도 있다.

명산플러스 취재팀은 지난 주 이 산을 다녀왔다. 구관이 명관, 그래도 명산으로 선정한 이유가 있으리라는 기대를 갖고 찾은 산이다.

그래서 얻은 결론은 빼어난 절경이 아니어도 소소한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는 산, 한번쯤 찾아볼만한 곳이라고 판단했다. 그 이유로 연꽃에서 온 산 이름인 만큼 꽃잎 같은 봉우리를 하나둘씩 사뿐히 즈려 밟고 걷는다는 점이다. 또한 출발지점 옥천사 입구 집단시설지구 도립공원주차장에서 만난 공룡발자국화석을 연화산 너머 시루봉 고스락에서도 데자뷰처럼 만날수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한쪽 끝에 붙어 있는 갓바위와 용바위의 위용도 엿볼 수 있다. 이 지대 단층을 보여주는 거대한 바위는 인근 고성 상족암과 흡사한 지질을 보여준다. 바위틈바구니를 돌아가면서 태고 적 지각의 신비함을 느낄 수 있다. 어디선가 거대 동물이 불쑥 튀어나올 것 같은 느낌까지 든다.
▲등산로:집단시설지구 주차장(공룡발자국 화석지)→암벽쉼터→연화1봉→황새고개(옥천사후문)→시루봉(반환)→연화산→남산→갓바위·용바위(반환)→청련암→옥천사→옥천소류지→집단시설지구 주차장 회귀. 휴식포함 6시간 소요.

산행은 옥천사 못 미친 지점 집단시설지구 주차장의 공룡발자국화석지 옆에서 출발한다. 9시, 계곡에 노출된 암반 표면이 울퉁불퉁해 뚜렷하지 않지만 소형용각류 보행렬 화석 5개가 찍혀 있다. 발자국들은 불규칙하게 보이지만 잘 연결해 보면 용각류 공룡이 걸어간 발자국임을 알 수 있다. 다만 풍화작용으로 화석지 지위를 잃을 만큼 마모가 심하다.

계곡 옆으로 난 데크를 따라 356m봉, 366m봉을 거쳐 오른다. 전망이 별로 없는 숲속산행이다. 보색계열의 꽃잎, 진달래, 얼레지, 현호색이 부끄러운 듯 얼굴을 내민다.

매봉으로도 불리는 연화1봉(487m)까지 1.9㎞, 1시간 만에 닿는다. 이곳에선 정면 느재방향이 주능선이지만 왼쪽 길은 옥천사 입구 매표소(옥천소류지 옆)로 내려간다. 또 연화1봉에서 느재까지 1㎞정도, 30분이 걸린다. 느재에선 비행기 활주로 같은 아스팔트 직선로가 나타나 다소 생뚱맞다.



 
옥천사의 봄
목장승
왼쪽이 옥천사, 오른쪽은 영현면으로 간다. 느재 언덕에 상록수 편백군락지대가 펼쳐져 있다. 산행객뿐만 아니라 나들이객이 많아 힐링 처로 애용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다시 오름길, 누군가가 세운 목장승에 새긴 글귀, ‘웃을 때마다 젊어지고 화낼 때마다 늙는다’는 뜻의 ‘일소일소일노일로’(一笑一少一怒一老)

세익스피어의 명언, ‘그대의 마음을 웃음과 기쁨으로 감싸라, 그러면 천가지 해를 막아주고 생명을 연장시킬 것이다’란 말과 통한다.

행복의 진리는 동서양이 다르지 않음을 느낀다. 그 옆 안분지족(安分知足)글귀는 절제할 줄 아는 태도, 분수를 지키며 만족할 줄 아는 모습을 말한다.

오전 11시, 출발 2시간 만에 싸리재(월곡)에 닿는다. 이름이 정겹고 반갑다. 주변에 억새와 싸리가 보였는데 선인들의 단순하고도 명쾌한 이름 짓기에 감탄이 나온다.

사실, 이 산의 옛 이름은 비슬이었다. 동쪽에 선유 옥녀 탄금 세봉우리가 마치 선인이 거문고를 타고 옥녀가 비파를 다루는 형국이었기에 때문. 훗날 조선 인조 때 학명대사가 ‘옛 기록에 이르기를 산세가 돌올(높이선 모습)하고 쟁영(높고 험한 모습)하여 몇 송이의 부용(연꽃)이 남쪽별 곁에 빼어났으니 이것이 연화요, 그 중 옥파가 있어 돌구멍에서 솟아나고…, 연화산 옥천사라 했다’는 말이 전한다. 1983년 도립공원으로 지정됐다.

600m지나서 쉼터가 있는 갈림길, 평상 왼쪽 조붓한 길을 따라 300m 더 진행하면 시루봉이다. 돌탑과 데크 전망대, 산불감시초소가 있다. 연화산 전 구간에 걸쳐 가장 전망이 트인 봉우리다. 당항만과 그 앞에 펼쳐진 바다, 벽방산 거류산 구절산이 한눈에 들어온다.

산은 고속도로가 보이는 방향으로 진행해 시루봉까지 연결된다. 중간에 장기바위, 떡바위라는 특이한 이름을 가진 바위들이 도열해 있다. 규모는 작아도 미국 그랜드캐니언 석상, 둘기둥이 생각난다.

이곳에 공룡발자국화석이 남아 있다. 마모가 심했지만 산 아래 초입에서 봤던 화석과 비슷하다. 높은 산 고스락에 공룡발자국 화석이 보이는 것은 과거 이 지역에 극심한 지각변동이 있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하늘로 치솟은 장기바위, 시루떡처럼 생긴 떡바위가 이 사실을 뒷받침한다.



 
시루봉 장기바위


휴식 후 반환해 1시 30분께 주봉 연화산(524m)까지 다가섰다. 아직은 겨울나목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옥천사로 바로 내려가는 운암고개 갈림길을 지나쳐 마지막 연꽃잎 봉우리 남산에 올라선다.

산에 오른다는 것은 하늘 가까이 다가가 걷는 여행 같아서 좋다. 또 마음 가는대로 상상할 수 있어 더욱 좋다. 그러면 마치 신선이나 구도자가 된 것처럼 마음이 뿌듯해진다.

갓바위와 용바위는 연화산 주로에서 400m쯤 벗어나 있다. 언덕을 내려가면서 보면 갓바위는 마당바위처럼 평범하게 보인다.



 
갓바위, 고성 상족암의 지층구조와 비슷한 웅장한 바위다.


더 다가가면 눈앞에 허광한 경지, 발 아래는 아찔하게 높은 절벽이다. 데크계단을 내려가면 갓바위의 본 모습을 볼수 있다. 거대한 바위가 사람들을 압도한다. 장구한 시간 켜켜히 쌓인 지층의 단면도 목격할 수 있다.

어디에서 많이 본 풍경, 고성 상족암이다. 이 일대가 공룡의 놀이터였을까. 그렇다면 이 암석의 어느 지층에는 공룡이 발자국이 숨어있지는 않을까. 끝없는 상상이 구름처럼 피어난다.

입간판에 ‘연화산 신선이 유유자적하고 천마는 개천의 물을 마신다’ 는 ‘갈마음수형’ 형상이고 ‘혈처는 쌍룡이 비상’하는 ‘비룡상천형’ 대명당으로 기록돼 있다. 바위틈과 석벽 하단부를 한 바퀴 돌아 올라오면서 기묘한 바위형상을 감상할 수 있다. 용바위가 어느 것인지 알 수 없는 것은 아쉬움이다. 옥천사로 하산하기 위해선 반환해서 내려간 만큼 안부로 되돌아 올라와야한다.

청련암(靑蓮庵)에 안타까운 사연이 하나 있다. 경남기념물 82호 찰피나무는 희귀한 나무. 하지만 이 나무는 더 이상 우리 곁에 없다. 수령 280년, 높이 15m, 둘레 2.18m를 자랑하던 찰피나무는 애석하게도 고사했다. 찰피나무 옆 방풍림이 사라지면서 끝장났다고 한다. 피나무과에 속하는 낙엽교목으로 열매는 염주알처럼 둥글고 단단하며 9~10월에 익는다. 흔히 보리수나무라 하여 귀하게 여겼다. 석가모니가 그 아래서 도를 깨달았다는 동인도 지역의 보리수와는 다른 나무다.

공사가 진행 중인 옥천사(玉泉寺)에는 벌써 벚꽃이 바람에 휘날리고 있었다. 경남도기념물 제140호이며 쌍계사 말사. 670년(신라 문무왕 10)에 의상이 창건해 중수와 중창을 거친 천년고찰이다. 진주인 청담스님이 출가하기도 했다.

임진왜란 때 전소된 뒤 1639년, 1883년, 1919년 중창·중건·중수했다. 사찰 내 옥천샘은 변비에 효험이 있다고 한다. 3시께 도립공원 주차장에 닿았다.

최창민기자 cchangmin@gnnews.co.kr



 
남산
갓바위에서 본 풍경
갓바위에서 용바위로 돌아가는 길목의 바위
  
고사한 찰피나무 옆에 작은 나무들이 나무들이 자라고 있다.
고사한 찰피나무 옆에 작은 나무들이 나무들이 자라고 있다.

 

 
 
공룡발자국화석지
느재 주변 편백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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