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 그리고 아득한
그리움, 그리고 아득한
  • 경남일보
  • 승인 2019.03.28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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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신남(시인·논술강사)
이신남
이신남

함께 가는 길/당신의 편안한 미소가 너무 슬퍼서/지는 해도 서산 넘지 못하고/저녁노을로 남아/붉은 울음 토하고 있습니다.

오래 전 쓴 나의 시 ‘동행’의 일부다.

‘해 넘어가는 기 홍시 색깔처럼 참말로 곱다’ 라시며 살며시 눈을 감으시던 그 모습 아직도 귓전에서 생생한 지금 유난히 눈에 띄는 노을을 보면 생각나는 얼굴이다.

누구나에게 순간순간 그때 그 시간의 흔적을 찾아 그리움으로 부르고 싶은 이름이 있다.

그 사람의 숨결, 체취, 그 사람 특유의 목소리가 먼 기억으로 남았겠지만 무심코 잊고 지내다가도 미친 듯 보고 싶은 그럴 때가 있을 것이다.

내게는 지금이 그때인지도 모르겠다. 마음이 아프고 힘들 때 옆에 계셨더라면 내게 어떤 말로 나의 마음을 쓰다듬어 주셨을까 생각하며 눈물 나게 보고 싶은 당신에게 위로를 받고 싶은 심정으로 나의 아버지를 떠 올린다.

오랜 시간 병상에 계셨기에 집에서 가까운 병원이라 그 즈음 제일 많이 병원을 오고갔었던 나는 당신의 병상일기에 자주 등장한 인물 중에 한 명이다.

동행의 시작노트 또한 당신을 집으로 모셔다 드리면서 남해 고속도로를 달리는 중에 노을색이 아름다웠던 모습과 옆에 앉은 얼굴 표정을 떠올리며 쓴 글이다.

이제는 그리움으로 남은 아버지, 당신을 찾을 때마다 침상 머리맡에 제일 먼저 눈에 띄는 그 약봉지들이 지금은 낯설지 않은 이유가 제게 있어 슬픈 현실이 되었습니다.

당신께서 유난히 좋아하셨던 막내딸의 집에도 약봉지가 넘쳐나는 까닭에 그때처럼 자주 병원을 오고가면서 그리고 병상에 계신 많은 사람들의 표정에서 새삼 예전의 당신모습을 기억하며 처음으로 애원도 해 봅니다.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감정은 소중하지만 참담한 현실 앞에서 물기하나 없는 쓸쓸함으로 버석거리는 마음뿐인 제게 지금 멀리 하늘나라에서 당신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합니다.

‘우짜든지 힘을 내야지 이겨 내야한다 힘닿는 데까지 최선을 다해라 그게 니 할 도리 아니것나’ 먹는 음식보다 약을 많이 드셨던 탓으로 퀭했던 눈빛에 살보다는 뼈가 더 많이 드러났던 모습에서도 남편과 아이들이 기다리는 집으로 어서가라며 손짓하셨던 당신과의 마지막을 기억합니다. 아득히 멀어져 가지만 흐르는 세월 속에서도 사랑으로 그리움으로 떠 올릴 때마다 온기를 품어 주셨던 아버지, 당신이 많이 보고 싶습니다.

 


이신남(시인·논술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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