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군신신부부자자(君君臣臣父父子子)
군군신신부부자자(君君臣臣父父子子)
  • 경남일보
  • 승인 2019.03.28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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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웅호(전 경남과학기술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공자는 논어에서 정치의 덕목을 ‘군군신신부부자’라고 말한다. 즉 “임금이 임금답고, 신하가 신하답고, 아버지가 아버지답고, 아들이 아들다워야 한다”라는 것이다. 이는 사회나 국가조직이 원만히 굴러가기 위해서는 각자의 역할과 조직 운영의 중요성을 말한 것이다. 이를 현대적 의미로 해석하면 모든 조직(국가)은 전문가들에 의해 시스템이 움직여 갈 때 그 조직은 순조롭게 유지됨은 물론 발전하여 간다는 것이다.

최근 문재인 정부에서 일련의 일탈적 모습이 있어 지적해 본다. 작년 11월 문 대통령이 체코 순방 때 외교부가 영문 트위터 계정에 ‘체코’를 26년 전 국가명인 ‘체코슬로바키아’로 잘못 표기했다. 개인 간의 이름을 잘못 불러도 실례인데 국가의 명칭을 잘못 불렀으니 이는 중대한 국가적 결례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 3월 대통령이 캄보디아를 국빈 방문할 때 청와대 공식 페이스북 계정에 대만 국가양청원 사진을 게재하였다. 국가양청원은 대만의 수도 타이베이에 있는 종합예술 시설이다. 이어 마하티르 모하맛 말레이시아 총리와 정상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슬라맛 소르(selamat sore)’라는 현지어로 인사했다. 청와대는 ‘말레이시아의 오후 인사’라고 했지만 인도네시아어 표현이었다. 말레이시아어의 오후 인사말은 ‘슬라맛 프탕(sel amat petang)’이다. 12일 낮에 열린 ‘한류-할랄 전시회’에선 ‘슬라맛 프탕’이 아니라 밤 인사인 ‘슬라맛 말람(selamat malam)’이라고 말했다. 이어 문 대통령이 저녁 행사인 동포 만찬 간담회와 국빈 만찬에서 오후 인사를 했다는 등 연이은 오류가 있었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편 대통령의 대구 칠성시장 방문 때 청와대 경호원이 기관단총을 노출하여 과잉 의전의 논란이 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일련의 사건(실수)을 인정하지 않고 자기변명을 넘어, “과거 정부에서도 그런 일이 있어 왔다”라며 관행 탓이라 한다. 인사말에 대한 외교적 결례에는 “말레이시아에서도 쓰고 있다”는 주장과 함께 “당사국에서는 가만히 있는데 오히려 ‘긁어 부스럼 만든다’”는 식으로 야당 탓, 언론 탓으로 떠넘기고 있다, 그리고 ‘국가양정천’ 사진이나 ‘체코슬로바키아’라는 오기에 대해서는 청와대의 진정성 있는 사과는 아직 없다.

왜 이러한 일련의 사건이 발생한 것일까. 한두 번의 잘못은 실수로 치부할 수 있지만 실수가 이어지면 이는 실력인 것이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국무총리와 외교부 장관이 이러한 일련의 사태에 대하여 ‘시스템과 전문성 부족’에서 생긴 일이라 했다. 무한 경쟁의 국제화 시대에 살아남을 길은 전문성 확보다. 정부는 모든 분야에서 전문성을 갖춘 프로들에게 시스템을 맡겨 국가를 운영해 선진국으로 가야 한다. 특히 최고의 전문성을 요구하는 국가의 중추적 컨트롤 타워인 청와대에는 전문가들이 앉아 시스템을 움직여야 한다. 선거의 결과에 대한 논공행상의 자리 나눔은 지양되어야 한다. 그리고 국가 발전은 신뢰에서 시작한다. “신뢰 기반이 없는 나라는 사회적 비용의 급격한 증가로 선진국 문턱에서 좌절하고 말 것이다”라고 미국의 미래 정치학자 후쿠야마 (F. Fukuyama)는 말했다. 자기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사회에서는 신뢰가 무너진다. 신뢰가 무너진 사회의 특징은 사회 갈등 증가, 기업투자 약화, 정부정책 불신의 증가로 국가발전이 무너진다.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정부는 잘못을 솔직히 인정하고 이를 국민에게 이해를 구할 때 국민적 신뢰가 쌓여 국가는 발전하여 갈 것이다.

신뢰 구축과 함께 전문성을 갖춘 인사들에게 시스템을 맡기는 것, 즉 적재적소(適材適所) 인사원칙이 정치 지도자의 최고 덕목이라는 논어의 글귀인 ‘군군신신부부자자’를 새겨본다.
 
이웅호(전 경남과학기술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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