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흥길의 경제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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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남일보
  • 승인 2019.03.31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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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업 상표권 중 가장 오래된 냉면집-우래옥
 
우래옥
우래옥-2


우래옥(又來屋)의 의미는 ‘또 찾아온 집’이라는 의미로, 냉면의 대표 브랜드라고 해도 시비를 걸 사람이 없을 정도로 냉면의 맛을 인정받고 있다. 서울 을지로(중구 주교동 118-1)에 위치한 불고기, 갈비, 냉면 전문점으로 1946년에 개업해 남한에만 국한하자면 현존하는 냉면집 중 가장 오래된 곳 중의 하나이다. ‘다시 찾아온 집’이라는 의미는 우래옥이 당초 1946년 현재의 장소에서 ‘서북관’이라는 명칭으로 개업했으나 6·25 동란 때 피난하여 잠시 폐업하였고, 피난을 마치고 서울로 ‘다시 돌아온 집’이라는 의미로 ‘우래옥’이라는 이름을 지었다고 한다.

우래옥의 메뉴는 한국식 고기구이 집 구성이며, 그 중에서 양념갈비구이와 불고기를 중심으로 짜여있다. 특히 갈비가 매우 맛있다고 널리 소문나 있다. 관계자가 갈비를 구워주는데 “먹어도 좋습니다”라는 이야기를 할 때 먹는다면 최상의 맛을 느낄 수 있다고 한다. 불고기의 경우 전형적인 서울식 불고기인데, 그 중에서도 특유의 불판 구이를 유지하고 있다. 단, 냉면만을 먹기 위해 오는 손님도 매우 많다. 대부분의 메뉴가 좋은 평을 받지만, 가격은 호텔이 아닌 한식당 중에서는 단연 최고급이다. 우래옥의 평양냉면이 유명한 이유는 바로 소고기만을 사용하는 깊은 육수 맛과 메밀의 함량이 매우 많은 면 덕분이다. 이곳을 즐겨 찾는 단골들은 쇠고기만으로 우려낸 육수에선 특유의 담백한 풍미가 그대로 살아나고 면에서는 싱싱한 메밀 향이 느껴진다고 말한다. 이 집 육수에 인이 박힌 사람들은 식초는 물론 겨자도 안친다고 한다. 우래옥의 한 매니아는 냉면 먹는 노하우를 이렇게 설명한다. ‘면발을 가위로 자르는 일은 어불성설이다. 사리를 한입 물고, 동시에 육수를 마시면서 면을 씹어야 진짜 맛이 나온다.’ 일반적으로 먹는 동치미 국물이나 꿩, 닭 육수와는 달리, 우래옥 육수는 묵직하고 꾸밈없는 느낌을 받게 된다. 단, 육수의 간이 센 편이므로 밍밍한 평양면옥 계열 냉면에 익숙하다면 다소 짜게 느껴질 수 있다. 원래는 동치미도 섞었으나 육수에서 대장균이 검출되어 한 차례 영업정지당한 이후로 동치미를 뺐다. 육수에 동치미가 섞이면 위생 관리가 여간 까다로워지는 게 아니라고 한다. 우래옥의 육수는 순수한 고기국물이다. 한우의 엉덩이 살과 다리 안쪽 살을 네다섯 시간 푹 곤다. 따라서 냉면에 편육이 보통 네다섯 점 들어가 있으면 제대로 육수를 우려냈다고 할 수 있다.

메밀은 본래 끈기가 있는 식품이지만 열을 가하면 끊어져 면의 모양을 유지하기가 어려워 국수를 만들 때 메밀가루에 결합제를 섞는다. 제일 좋은 결합제는 감자로 만든 녹말이다. 우래옥 계열은 우래옥으로부터 출발한 한식의 냉면 계열을 말하며, 양지·사태육수를 기반으로 한 맑은 육수에 간장 위주로 간을 첨가한 형태를 말한다. 대표적인 노포로는 우래옥과 봉피양이 있으며, 우래옥은 소고기만으로, 봉피양은 소와 돼지, 닭(노계)을 고루 사용하여 육수를 낸다. 다만, 봉피양은 육수의 단맛이 상당히 강한 편이라 호불호가 갈린다. 2009년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밝힌 육수 맛의 비결은 다음과 같다. 육수의 비율은 물 100리터에 양지와 사태 살 42kg, 소금 2.3kg과 간장(삼화 맑은 국 간장) 4리터로 구성된다고 한다.

사업이 번창하면서 한국 고유의 음식인 냉면을 세계인이 맛볼 수 있게 하려는 시도가 이루어진다. 1967년 냉면과 불고기 그리고 갈비를 가지고 인도네시아 자카르타로 진출한 데 이어 1974년에 로스엔젤레스, 1977년에 뉴욕, 1981년엔 워싱턴, 1996년에는 시카고에 우래옥이 분점이 들어섰다. 뉴욕분점의 영업망이 안정적인 궤도에 오르자 할리우드 고급주택가 베버리힐스에도 분점을 열었다. 아무튼 우래옥은 2019년 3월 24일 현재, 1969년 11월 26일 등록하여 대한민국에서 유지되고 있는 식당업 상표권 가운데 가장 오래된 상표라고 한다. 이제는 냉면의 대표브랜드로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그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경상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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