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노라면
사노라면
  • 경남일보
  • 승인 2019.04.01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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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옥윤(객원논설위원)
1998년 설날 하루전날, 설을 쇠려 고향으로 떠난 사람들로 인해 창원의 시가지는 황량한 모습에 스산한 바람만 불었다. 기계공업의 요람이라던 이곳에도 IMF의 거센 폭풍으로 해고 바람이 불었다. 정리해고로 수많은 근로자들이 거리를 헤매고 있었던 것이다.

▶늦은 밤, 고향에 갈 엄두가 나지 않은 근로자들이 여기저기서 술취한 모습으로 비틀거리고 있었다. 고향이 그리워도 못가는 신세가 된 것이다. 같은 시각, 아파트촌의 풍경. 마주보는 아파트의 베란다 곳곳에서 반딧불이 반짝거렸다. 잠 못드는 우리네 가장들이 해고를 걱정하며, 부도를 앞두고 가족 몰래 나와 피우는 담뱃불이었다.

▶참 암담했던 시절이었다. 그러나 젊은이들은 내일은 오늘보다 낫겠지 하는 희망이 있었다. ‘사노라면 언젠가는 좋은 날도 오겠지. 새파랗게 젊다는 게 한 밑천’이라며 희망가를 불렀다. 금모으기에, IMF의 터널을 벗어나기 위한 범국민적 캠페인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출산이 연 30만 명을 밑도는 인구감소시대가 우리의 슬픈 자화상이다. 결혼을 하지 않고 아이를 낳지 않는 시대는 그 만큼 희망이 없는, 절망적 현실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젊은이들에게 ‘사노라면‘은 이제 더 이상 희망가가 아니다. 공허한 메아리일 뿐이다. 그 시절, 근로자들이 이제는 자녀들의 미래를 걱정하는 부모가 됐으니 참 슬프다.
 
변옥윤(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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