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메시에마라톤 '별별 별구경' 감탄사
경남 메시에마라톤 '별별 별구경' 감탄사
  • 임명진·백지영기자
  • 승인 2019.04.01 19:38
  • 댓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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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청 별아띠천문대서 열려…전국 각지서 100여 명 '야간 출동'
87개 발견 박한규씨 성인부 우승, 청소년부 우승은 천제현 학생
30일 경남 메시에 마라톤 참가자들이 한 곳에 모여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30일 경남 메시에 마라톤 참가자들이 한 곳에 모여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별을 쳐다보는 그 순간만큼은 온전히 내 세상이에요. 복잡한 것도, 어려운 것도 다 잊게 돼요. 그냥 별만 생각하게 된답니다.(웃음)”

지난 30일 오후 5시께, 산청군 둔철산 자락에 있는 별아띠 천문대에서는 서울과 경기, 강원, 부산 등에서 모여든 100여 명의 사람이 왁자지껄 식사를 하며 웃음꽃을 피웠다.

이들은 서로를 ‘별쟁이’라고 부르는 아마추어 천문인들로 평소에는 혼자서 혹은 동호회 단위로 천체를 관측하곤 하지만 이날만은 한자리에 모였다.

한국아마추어천문학회 경남지부가 주관하고 가야별연구소가 협찬하는 ‘제4회 경남 메시에 마라톤’에 참가하기 위해서다.

메시에 마라톤은 18세기 초 프랑스 천문학자 샤를 메시에가 성단, 성운, 은하와 같은 별 이외의 어두운 천체를 관측한 기록을 정리한 목록 110개를 하룻밤 사이에 가능한 한 많이 찾아내는 아마추어 천문가들의 축제이다.

1년 중 메시에 목록을 하룻밤 사이에 모두 관측할 수 있는 가장 적절한 시기가 바로 이맘때다. 전국 각지의 아마추어 천문인과 천문 동호회 회원 등이 참가했는데, 자녀들과 함께 온 가족 참가자도 많아 눈에 띄었다.

이 행사를 주관한 한국아마추어천문학회 경남지부 이소월(55) 지부장은 “산청은 날씨가 좋으면 육안으로도 많은 별을 관측할 수 있고 주변에 지형적으로 막힘이 없어 별 관측지로 입지가 뛰어난 곳”이라고 말했다.

해가 서서히 지기 시작하자 참가자들은 행사장인 천문대 앞 공터에 모여 망원경과 장비를 설치하기 시작했다.

그 중에는 경남과학고 천문동아리 학생인 김재창(3년), 장지원(1년) 학생이 팀을 이뤄 참여해 눈길을 끌었다.

김재창 학생은 “중학교 1학년 때 영화 인터스텔라를 본 후 밤하늘에 빠져 관측을 시작했다”며 “앞으로도 천문학 공부를 계속해 항공우주공학자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빛이 없는 곳을 찾아 산간지역에서 관측을 하다 보니 날씨도 감수해야 될 몫이다. 오후 6시가 넘어서자 갑자기 빗방울이 떨어지고 바람마저 거세졌다.

일부는 우산이나 자신의 겉옷을 망원경의 렌즈에 덮기도 했다. 다들 이정도는 크게 대수롭지 않다는 표정이다.

기다림 끝에 비가 그치고 구름도 조금씩 물러난 7시 20분께, 본격적인 심야 관측이 개시됐다.

“자, 별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베텔게우스하고 리겔(오리온자리의 알파별과 베타별) 나왔으니 관측할 준비하세요”

비바람에 체감온도가 크게 떨어졌다. 롱패딩에 털모자로 완전 무장하고 이마엔 붉은 헤드랜턴을 낀 참가자들은 저마다 망원경으로 별을 찾느라 분주했다.

이 지부장이 가장 밝게 보이는 큰개자리의 시리우스를 망원경에 담았다. 그 옆에는 ‘오리온의 사냥개’라는 전설을 간직한 작은개자리의 별들이 보였다. 초봄의 남쪽 하늘에서 시리우스와 함께 가장 빛나는 별자리다.

반대편으로 고개를 돌리니 북두칠성이 반짝이며 존재감을 뽐냈다. 별에도 지도가 있다. 그걸 성도라고 부른다. 모두가 다 성도에 의존하는 것은 아니다.


 
일찌감찌 별아띠천문대로 도착한 박한규 씨가 좀처럼 보기 힘든 쌍안 망원경을 발견하곤 스케치에 나섰다. 박 씨를 매료시킨 쌍안 망원경은 전국에 딱 2대뿐인 수제품으로 이른 바 ‘레어템’이다.


부산에서 왔다는 박한규(50)씨는 성도 없이 별을 보는 것을 좋아한다. 1년 전부터는 직접 찾은 별자리를 스케치해 그림으로 담고 있다.

한국천문연구원에 근무하는 이상현(54)씨는 매번 대회를 찾는 단골손님이다.

별에 빠져 지낸 지 40여 년, 밤하늘이 좋아 박사 공부까지 마치고 현직에 몸을 담고 있지만 막상 연구할 때는 별을 눈으로 볼 일이 없다. 이 씨는 “우주를 CCD 카메라로 촬영해 컴퓨터로 분석하거나, 아예 촬영도 안 하고 우주에서 보내는 전파 시그널만 수치화해 분석한다”며 “직장에선 밤하늘을 볼 일이 없다 보니 여가 때 이렇게 만끽한다”고 설명했다.

이 대회는 밤을 새우며 인내를 통해 자신의 실력과 체력을 이겨내야 좋은 결과를 얻어낼 수 있다는 점에서 마라톤과 비슷하다.


 
메시에 마라톤에 참가한 한국천문연구원 이상현 박사가 자신의 망원경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름을 ‘메시에 마라톤’으로 정한 이유다. 따로 감독관이 있는 것도 아니다. 찾은 별을 양심적으로 적고 운영진에게 제출하면 그만이다.

대회는 자정을 넘어 다음날 오후 6시께 해가 서서히 뜨기 시작할 무렵 막을 내렸다.

치열한 경합 끝에 대회 성인부 우승은 87개의 천체를 찾아낸 박한규 씨에게, 청소년부 우승은 57개의 천체를 찾아낸 천제현(창원과학고 1년) 학생에게 돌아갔다.

이 지부장은 “내년에는 대학부와 여성부를 별도로 신설해 더 많은 분이 참가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비가 내리고 강한 바람이 부는 어려운 상황에서 대회를 완주한 모든 참가자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고 말했다.

임명진·백지영기자

 
비가 그치고 하늘이 어두워지자 참가자들은 본격적으로 천체 관측을 시작했다. 빛나는 것이라곤 하늘의 별, 그리고 참가자들이 찾은 별을 성도에 표시하려고 킨 붉은 헤드랜턴뿐이다.

 
비가 그치고 하늘이 어두워지자 참가자들은 본격적으로 천체 관측을 시작했다. 빛나는 것이라곤 하늘의 별, 그리고 참가자들이 찾은 별을 성도에 표시하려고 킨 붉은 헤드랜턴뿐이다.

 
천체를 찾아낸 후 붉은 헤드 랜턴을 켜고 미리 준비해간 성도를 확인하는 한 참가자

 
메시에 마라톤 참가자들이 함께 하늘을 바라보고 있다.
 
메시에 마라톤에 참가한 경남과학고 장지원(1년) 학생이 자신이 찍은 천체 관측 사진을 보여주고 있다.
메시에 마라톤 ‘참가’가 아닌 ‘참관’을 위해 서울에서 달려온 박신용(45)·박태영(12) 부자. 참가자들이 들려주는 망원경 소개에 연신 눈을 반짝인 박 씨 부자는 5시간을 달려온 게 아깝지 않다고 했다.
삼삼오오 모여든 참가자들이 자신의 망원경을 설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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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옥경 2019-04-02 15:59:13
얼마나 많이 찾을 수 있을까라는 기대보다는 얼마나 오래 버틸수 있을까하는 나만의 목표를 가지고 있는 초보로서 당일의 날씨는 따뜻한 숙소가 유독 그리운 밤이었다. 그 런 밤을 견디고 맞이하는 새벽의 여명은 함부로 가질수 없는 뿌듯함임을 그 날 함께한 별쟁이들은 알고 있을 것이다~그래서 참가한 모든 분들이 자랑스럽습니다~^^

오재경 2019-04-02 15:21:25
열정넘치는 모습 너무 보기 좋습니다~^^

박기태 2019-04-02 15:01:26
밝은 도시에서는 느낄 수 없는 좋은 행사 해주셔서 감사하네요^^

오동욱 2019-04-02 15:00:02
열정이 넘치는 별구경!!! 넘 좋은 행사인듯요^^

정승훈 2019-04-02 11:33:49
넘 멋진 행사네요.. 열정에 감동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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