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움받을 용기가 없다
미움받을 용기가 없다
  • 경남일보
  • 승인 2019.04.03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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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희(경남대학보사 편집국장)
벚꽃이 피는 계절, 봄이 찾아왔다. 하지만 여전히 내 계절은 겨울이다. 차가운 바람이 쌩쌩 몰아치고 앙상한 나뭇가지처럼 메말랐다. 이 모든 것은 바로 뜻 모를 미움 때문이다.

3월 말, 한 가지 일로 인해 상당한 욕을 들었다. 지금 생각해봐도 아직 무엇을 잘못했는지 잘 모르겠다. 잘못이 아예 없다고 얘기할 수는 없겠지만, 나는 내가 한 잘못에 비해 더 큰 사과를 하고 다녔다. 단지 나만 엮인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어떻게든 잘 풀어보고자 사과를 하고 기분을 풀어주려 노력했지만, 돌아오는 건 단단한 벽이었다.

너무 화가 나고 억울해서 그 주 주말 내내 속이 좋지 않았다. 화가 머리끝까지 나다 못해 차분해졌고, 평소 먹는 양의 반도 들어가지 않았다. 밥 한술 넘기기가 어찌나 힘든 일이었는지 그제야 깨달았다. 목이 턱 막힌 기분이라 토를 하고 싶었으나 나오질 않았다. 그 불쾌한 감각에서 벗어나려 잠을 청했지만 뒤척이다 보면 어느새 아침이 찾아왔다. 정말 최악이었다.

고가 후미타케와 기시미 이치로는 알프레드 아들러의 가르침을 강조하며 ‘미움받을 용기’란 책을 저술했다. 알프레드 아들러는 개인심리학 수장으로서 본능·쾌락을 강조한 프로이트와는 달리 개인의 결정으로 모든 일의 해석을 바꿀 수 있다고 주장했다. 예를 들어 성적이 좋지 않을 때, “역시 머리가 안 좋은 게 틀림없어. 난 멍청해”라고 생각하지 않고 “이번에는 왜 안 좋았지? 이 이유였구나. 다음번엔 더 좋은 성적을 받을 거야”라고 생각을 변화한다. 그럼으로써 불쾌한 감정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는 말이다.

나 역시 이를 떠올리고 해석을 바꿔보려 노력했다. “나를 미워하는 게 아니라 내 직책을 미워하는 것이다. 저 모든 욕은 나를 향한 게 아니라 그 전부터 악화되어있던 관계를 향한 것이다” 계속 마음속으로 되새기며 자위해봤지만 허탈감만 찾아왔다. 기분이 도저히 나아지지를 않았다. 직책과 관계를 향한 미움이면 뭐하나, 결국은 ‘내’ 직책이고 ‘내’가 엮인 관계인걸.

나는 아무래도 아직 미움받을 용기가 없는 게 틀림없다. 피할 수 있다면 피하고 싶고, 미움받고 싶지 않다. 세상에 미움받고 싶어 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냐마는 더 심하게 느끼는 중이다. 평화롭게 사는 건 너무 이상적인 바람일까. 허나 간절히 빌어본다. 이 일이 나에게 겨울이 아니었길, 잠깐 머물다 지나가는 꽃샘추위이길.

박수희(경남대학보사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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