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박이말 엿보기[1] 개나리, 진달래
토박이말 엿보기[1] 개나리, 진달래
  • 경남일보
  • 승인 2019.04.03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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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수 시민기자
가시버시(각시 신랑), 고매운(아름다운 맵시나 모양)... 생소하지만 정감 있는 우리 토박이말입니다. 토박이말의 뜻을 풀어보면 ‘본디부터 그 나라나 고장에서 써 온 말’입니다. ‘순우리말’, ‘고유어’라고도 합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정감 있는 토박이말은 외국어와 신조어 등에 밀려 우리 곁에서 멀어지고 있습니다. 이에 (사)토박이말바라기 두루빛(총무)으로 활동하고 있는 이창수 시민기자가 독자 여러분들께 토박이말을 알리기 위한 코너를 마련했습니다.

봄이면 어김없이 피고 지는 개나리, 진달래의 말밑(어원)과 아랑곳한 이야기를 해드리겠습니다. 개나리와 진달래라는 이름이 어떻게 지어졌는지 들어보신 적이 있으신지 모르지만 ‘나리 나리 개나리 입에 따다 물고요’ 라는 노래는 많이 들어 보셨을 것입니다. 노랫말을 보면 ‘개나리’에서 ‘나리’를 떼어낸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개+나리’의 짜임이라는 것이지요. ‘개나리’ 말밑을 이렇게 풀이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우리가 흔히 백합이라고 부르는 꽃과 비슷한 나리꽃은 크기도 크고 꽃잎도 더 많습니다. 그 나리꽃과 견주면 개나리는 크기도 작고 꽃잎도 네 낱이라 볼품이 떨어지지요. 이처럼 어떤 낱말 앞에 ‘개-’가 붙으면 ‘들에 사는, 야생의’ 또는 ‘질이 떨어지는’, ‘비슷하지만 다른’의 뜻을 더하게 됩니다. ‘개나리’, ‘개떡’, ‘개살구’가 그런 보기들입니다. 나리꽃과 비슷하지만 보기에 좀 떨어지는 나리라는 뜻에서 ‘개나리’라는 말이 만들어진 것으로 보는 것입니다. 개나리와 맞서는 말로 ‘참나리’가 있는데 그냥 나리꽃과 견주어 볼 때 빛깔도 여러 가지로 빛나며 곱답니다. 그러니 ‘참-’이 어떤 말 앞에 붙어서 ‘더 나은, 우수한’의 뜻을 더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참기름’, ‘참깨’와 같은 말이 보기가 되겠습니다. 이 말을 보시고 맞서는 말인 ‘들기름’과 ‘들깨’라는 말이 저절로 떠오르시는 분이 많을 것입니다. 그리고 ‘참사랑’, ‘참뜻’이라는 말에 붙을 때는 ‘진짜’, ‘진실하고 올바른’의 뜻을 더하기도 합니다.

‘진달래’라는 말의 말밑을 두고는 ‘진달래’가 ‘진+달래’의 짜임으로 보고 ‘달래’와 비슷하게 생겼는데 그보다는 더 좋거나 낫다고 ‘진’을 앞에 붙여 된 말이라는 풀이가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달래꽃의 생김새와 진달래꽃의 생김새를 보면 줄기 끝에 여러 쪽으로 무리지어 피어 있는 것이 비슷해 그럴듯한 풀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앞서 본 ‘개나리’와 ‘참나리’의 말밑을 두고 보면 토박이말 ‘참’을 한자 ‘진’으로 바꾼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진달래’를 제가 나고 자란 고장에서는 ‘참꽃’이라고 한답니다. 그리고 흔히 ‘철쭉’이라고 하는 것을 두고는 ‘개꽃’이라고 합니다. ‘참꽃’은 먹을 수 있지만 ‘철쭉’은 먹을 수가 없어서 그런 이름이 붙었다고도 하더라구요. 어떤 분은 진달래를 ‘참달래’라 하고 철쭉은 ‘개달래’라 하는 것을 보면 토박이말 ‘참달래’를 ‘참 진’을 써서 ‘진달래’라고 불렀을 수도 있겠다 싶다는 것이지요. 그게 맞든 맞지 않든 토박이말을 살려 쓴다는 뜻에서 ‘참달래’, ‘참달래꽃’이라는 말을 앞으로 쓰는 분이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이창수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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