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로남불’
‘내로남불’
  • 김응삼
  • 승인 2019.04.04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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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응삼(부국장)
‘내로남불’은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뜻으로, 남이 할 때는 비난하던 행위를 자신이 할 때는 합리화하는 태도를 이르는 말이다. 이 말은얼핏 사자성어 같아 보이기도 하지만 아니며 조상님들의 지혜가 담긴 속담은 더더욱 아니다.

▶‘내로남불’ 의 원조는 박희태 전 국회의장이다. 그는 1996년 15대 총선 이후 여당인 신한국당이 국회의석 과반확보에 실패해 소위 ‘의원 빼가기’를 했고, 이를 야당이 비판했다. 그해 6월 국회 본의장에서 새정치국민회의 장영달 의원은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여당 의원들은 청와대를 짓눌린 노예의식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쏘아 붙였다. 그러자 박 전 의장은 당시 원외인 국민회의 김대중 총재를 겨냥, “(야당은) 장외 지도자에 의해 조종되는 리모컨 국회를 끝내라”고 했다. 그러면서 내놓은 논리가 ‘내로남불’이었다. 20여 년 뒤 한국 정치의 핵심 키워드인 ‘내로남불’은 그렇게 시작됐다.

▶‘내로남불’은 여야를 가리지 않는다.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드루킹 재판으로 구속 수감되었을 때 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 등 여권의 반발이 그랬고,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에 연루된 김은경 전 환경부장관의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사법부 독립을 강조하던 입장을 뒤집는 등 정치권의 사법부 공격은 ‘내로남불’의 전형이다. 특히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이 ‘25억 건물 매입’ 논란에 대처하면서 보여주는 ‘내로남불’ 자세는 많은 국민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줬다.

▶현 정부들어 정치권의 말바꾸는 도를 넘는 수준이다. 정치인에게 ‘말바꾸기’는 금기(禁忌)나 다름없다. 정치인들이 상황이 바뀌었다고 손바닥 뒤집듯 말을 바꾸면 전에 했던 말에 발목이 잡힐 수 밖에 없다. 정치권의 내로남불 공방이 심해질수록 국민들의 정치 불신도 함께 깊어질 수 밖에 없다.

김응삼(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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