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모닝콜
엄마와 모닝콜
  • 경남일보
  • 승인 2019.04.04 15:1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신남(시인·논술강사)
이신남
이신남

아침 7시, 아직도 바깥은 희미한 새벽이었던 그 시간, 생각만 해도 웃음이 저절로 나오는, 이곳으로 이사를 온 지도 벌써 오래다. 몇 년 전 집 평수를 넓혀 새로 이사한 나의 집에서 가족들과 하룻밤을 주무셨던 엄마가 남편의 핸드폰에서 울리는 모닝콜 소리에 반응을 보였던 사연이다.

오늘 아침 아들 방에서 울어대는 모닝콜을 듣고 새삼 떠오르는 그때 그날, 배꼽을 잡고 웃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오늘처럼 그렇게 거실 탁자위에서 요란한 음악 소리가 핸드폰을 통해서 들리고 있었다. 스마트한 시대에 많은 기능을 가진 스마트폰으로 사소한 모든 것을 해결하는 요즘 일어나는 시간이 정해져 있는 직장인의 경우 알람은 핸드폰에서 나오는 음악으로 깨어나는 것이 대부분이다.

7시만 되면 어김없이 울어대는 남편의 모닝콜, 모두들 잠들어 조용한데 갑자기 핸드폰에서 요란하게 울리는 음악소리에 주무시다가 “아이구 놀래라 이게 무슨 소리고 전화가 오는 갑다 얼른 받아라”하시는 엄마 말씀에 나는 억지로 눈을 뜨며“엄마 그건 0서방 전화기에서 아침에 깨운다고 나오는 알람소리에요”라고 말하고는 눈을 감았다. 모처럼 엄마랑 언니랑 밤늦게까지 이야기하고 놀다가 새벽에 잠이 들어서인지 더 자고 싶은 마음이었기에. 잠시 후 저절로 음악소리가 꺼지자 다시 잠이 들었는데 알림을 설정 해 놓은 것이 1분 간격이다 보니 다시 울리는 모닝콜 소리에 나는 “엄마 시끄러워서 잠도 못 자겠다 좀 꺼주세요”했더니 “우째 끄는 기고?”하시며 일어나신다. “전화기에 붙은 빨간색 누르모 됩니더”라고 했더니 전화기를 만지다가 저절로 멈추자‘이제 됐다’하시고는 자리에 누우시는 엄마, 그런데 눕자마자 모닝콜 소리가 다시 들리니 완벽한 경상도 특유의 내 엄마의 목소리가 들린다. ‘와이리 지랄하노’하고 전화기를 만지며 끄려하자 저절로 또 멈추는 음악소리. 혼자 앉아서 핸드폰을 만지고 있는데 또 한 번 요란하게 울리는 모닝콜 소리에 하시는 말씀 약간 힘이 들어가 흥분이 된 듯 ‘그냥도 지랄한다’하시고는 벌떡 일어나 베란다를 향한다. 더 자고 싶어 하는 딸들에게 방해를 하는 전화기가 못 마땅해서다. 스마트 폰 사용을 몰라 빨간 버튼을 누르기도 전에 자꾸만 꺼지다가 잠 들 것 같으면 모닝콜이 울리니 주무시는 건 포기하고 베란다 창문 쪽으로 나가시는데 1분이 지나자 다시 울리는 모닝콜에 엄마의 혼자 말씀 ‘또 지랄이고.’ 쏟아지는 잠에서도 들리는 엄마의 소리가 하도 우스워 언니랑 이불속에 누운 채 얼마나 큰 소리로 웃었는지 그 웃음소리에 잠이 깬 남편 하시는 말씀 ‘허허 그 웃음소리가 모닝콜이다. 동네 사람들 다 깨우겠다’하신다.

이신남(시인·논술강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