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칼럼]재판만큼 중요한 수사절차 대응
[법률칼럼]재판만큼 중요한 수사절차 대응
  • 경남일보
  • 승인 2019.04.07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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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준(바른숲 법률사무소 변호사)
 
오동준 변호사

 

법률상담을 하면서 자주 받는 질문 중 하나는 ‘갑자기 경찰서에서 조사 받으라고 전화가 왔다, 꼭 가야 하나?’ 이다. 누구라도 예상치 못하게 실수를 저지르거나 사소한 시비에 휘말리는 등의 이유로 수사기관에서 ‘피의자’로 조사를 받을 수 있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경찰서는 민원 외에 갈 일이 없는데, 어느 날 갑자기 피의자로 조사를 받으러 오라니 당황할 수밖에 없는 일이다. 그렇다고 전화만 받고 변호사를 선임하기에는 그 비용이 부담될 것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건은 수사의 대략적인 절차만 알고 있어도 보다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또한 형사 재판에서 유무죄를 결정짓는 핵심 증거가 바로 수사절차에서 드러나기 때문에 재판 이전의 대응이 필수적이다.

‘수사’란 법에서 금지한 행위(범죄)를 했는지 여부를 밝혀 형사재판을 할 것인지를 결정하기 위해 범죄자로 의심되는 사람과 증거를 찾아내는 수사기관(일반적으로 경찰, 검찰 순서)의 활동이다. 수사는 범죄의 개연성, 즉 구체적인 혐의를 발견함으로써 시작되는데, 혐의 발견에는 불심검문 등의 경우도 있으나 보통은 고소·고발로 인해 수사가 시작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명심해야 할 점은 수사기관이 자신을 ‘피의자’로 수사를 하더라도 그것만으로 자신이 범죄자가 되었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수사는 범죄를 저지른 것이 맞는지 아닌지를 밝히는 절차이지, 그 자체가 벌을 주는 과정은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법이 피의자에게 보장하는 권리를 적극적으로 주장하면서 수사 절차에 응해야 한다.

수사 방식은 임의수사와 강제수사로 나뉘는데, 임의수사는 강제력 없이 피의자 등의 협조를 받아 행해지는 것이고, 강제수사는 흔히 체포, 구속 등 강제력이 동원되는 수사 방식으로 언론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방식이다. 그러나 체포나 구속을 언론 등에서 자주 접한다고 해서 강제수사가 원칙이라 생각해서는 안 된다. 법은 강제 수사를 증거인멸·도주가능성 등 엄격한 요건 하에 법관이 발부한 영장에 의해서만 가능하도록 예외적인 수사 방식으로 정하고 있다. 또한 강제수사, 특히 구속의 경우에는 영장실질심사 등 변호인을 반드시 선임해야 하거나, 국선 변호인이 선정되는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므로 그 과정에서 변호인의 도움을 얻을 수 있다.

임의수사는 경찰서까지 동행을 요청하는 임의동행과 조사를 받으러 올 것을 요구하는 출석 요구 등이 있는데, 피의자 협조가 필요하므로 조사 일정과 시간에 대해 피의자의 자유가 어느 정도 보장된다. 따라서 자신이 받고 있는 혐의를 신속히 벗기 위해 조사에 임하기 전 법률전문가와 상담을 통해 조사에 임할 때의 답변 내용을 미리 정리하거나 자신의 무고함을 입증할만한 증거를 준비하여 조사 일정을 정한 후 수사에 임할 수도 있다. 첫 조사 때의 답변 내용이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으므로 법률서비스를 적극적으로 찾아보고 활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경찰은 수사가 완료되면 검찰에 해당 사건을 송치하게 된다. 검찰에서는 수사 자료를 검토하거나 추가적인 수사 후 기소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검찰 수사단계에서도 마찬가지로 임의수사가 원칙이며 유리한 증거 제출이나 조사 일정은 피의자가 결정할 수 있다. 수사를 통해 검사가 객관적 혐의와 유죄판결의 가능성을 판단하여 공소를 제기하면 형사재판이 시작되고, 불기소처분을 하면 재판 없이 수사 절차는 종료된다.

흔히 형사재판이라 하면 법정에 출석하여 자신의 무고함을 주장하며 증인신문이 오가는 장면을 떠올리기 쉽다. 그러나 재판 과정은 결국 수사 과정에서 드러난 진술과 증거로 하는 것이며, 유무죄 판결도 그 증거에 의해 결정된다. 만약 수사과정에서 그러한 증거가 발견되지 않았다거나 무죄를 입증할만한 증거를 이미 제출했다면 재판을 받지 않고도 혐의를 벗을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수사단계에서부터의 대응이 형사재판에서의 변론만큼, 아니 어쩌면 재판보다 더 중요할 수도 있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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