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실상부(名實相符)
명실상부(名實相符)
  • 경남일보
  • 승인 2019.04.09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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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규홍(경상대학교 인문대학장)
임규홍 교수
임규홍 교수

사월 봄꽃이 천지에 가득하다. 봄꽃은 잎보다 꽃을 먼저 피우는 나무들이 많다. 아마도 잎보다 아름다운 꽃을 먼저 내보내는 것은 긴 추운 겨울을 잘 이겨 낸 인간에게 자연이 주는 선물이 아닐까 한다. 또 꽃보다 아름다운 것이 지금 귀여운 얼굴을 내밀고 있는 연초록 느티나무, 상수리나무 새잎이 아니던가. 그런데 이맘때면 으레 시 한 수가 생각나곤 한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그는 다만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그는 나에게로 와 꽃이 되었다(김춘수 ‘꽃’ 중)필자는 지금까지 수십 년 동안 명색이 나랏돈으로 국어를 연구하고 가르치는 국어학 교수라면서 속 시원하게 풀 수 없는 것이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사람에 대한 호칭이나 대상에 대한 이름붙이기(명칭)이다. 그래서 이천 오백 년 전에, 공자도 이름의 중요성을 깨닫고 그것을 제자들에게 가르쳤던 것이다. 어느 날 제자 자로가 공자에게 “스승님께서는 위나라에 가서 임금을 도우시면서 정치를 하신다면 무엇부터 제일 먼저 하시겠습니까?”라고 물었다. 공자는 “나는 반드시 이름을 바로 세우는 일(正名)부터 하겠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공자는 “자로야 너는 모난 술잔이 모나지 않으면 모난 술잔이라고 해야 하느냐, 아니냐?” 라고 반문하였다. 그리고 공자는 ‘군군신신부부자자(君君臣臣父父子子)라는 큰 가르침을 남긴다. 이모가 식당 종업원이 되고, 삼촌이 상점, 주점 총각이 됐다. 남편이 오빠가 되고, 지나가는 사람들은 모두 아버지, 어머니, 선생이고 사장이다. 뭘 가르치기만 하면 교수고, 뭘 가르치는 곳이면 무조건 대학이다. 주부대학, 노인대학, 실버대학, 노래대학 무슨 나라에 대학이 이렇게 많으며 교수도 이렇게 많은가. 대학이면 모두 ‘대학교’라 하고 그 책임자를 ‘총장’이라 한다. 불리기를 바라고 듣기 좋다고 해서 내용과 맞지 않는 이름을 마구 불러서야 되겠는가. 이름과 속살(내용)이 같은 것을 명실상부(名實相符)라 하고. 그 반대는 유명무실이라 한다. 이름과 속살이 같지 않으면 그것은 이름으로 남을 속이는 일 이상 이하도 아니다. 자신의 일과 직위를 정말 떳떳하고 당당하게 생각하고, 그 일에 진정 자부심과 자존심을 가지고 있다면 이름에 맞는 이름을 지어야 하고 그 이름을 떳떳하고 당당하게 여겨야 하지 않을까. 이름을 당당하고 떳떳하게 세울 때 그 이름을 쓰는 사람 또한 떳떳하고 당당해진다. 그래서 무슨 이름이든 함부로 붙이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자기 자신에게 좀 더 당당하고 솔직해 질 수 없을까. 필자도 지금까지 허명(虛名)에 춤추어 온 것 같아 마냥 부끄럽기만 하다.

 

임규홍(경상대학교 인문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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