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을 보며, 역사문화도시 진주를 생각한다
밀양을 보며, 역사문화도시 진주를 생각한다
  • 경남일보
  • 승인 2019.04.10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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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인 진주시의원
 
 
한때 유명 외국 가수들이 내한공연을 하면 서울까지 가곤 했다. 서울 갈 일이 거의 없는 필자에게 문화공연은 간간이 서울 나들이를 하게 하는 고마운 일 중에 하나였다. 그러나 왕복 7~8시간씩 고속버스를 타야 하고 또 전철, 택시를 갈아타야 하는 당일 서울 나들이는 정말 힘든 일이다. 휘트니 휴스턴, 조수미, 최정원 등의 주옥같은 라이브 유혹이 없다면 쉽게 마음먹기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앞으로 남부내륙철도(서부경남 KTX) 건설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5~7년 후에는 4시간이면 서울 왕복이 가능해진다고 한다. 그러면 서울 나들이도 쉬워질 것이고 반대로 지방으로 여행을 오는 서울 사람들도 많아질 것이다. 하지만 현재 진주의 모습으로는 지금처럼 스쳐만 지나갈 듯하다. 지나가는 발길을 진주에 머물게 하려면 지금부터라도 진주만의 특색 있는 볼거리, 먹거리, 상설공연 등 각 테마별로 정비를 해야 한다.

언젠가 밀양에 답사를 간 적이 있다. 밀양에 대해 아는 것이라고는 영화 ‘밀양’이나 ‘밀정’에서 배우 조승우가 한 대사인 ‘내가 밀양 사람 김원봉이요’, 이것이 전부였지만 답사 후, 도시 규모(인구 10만)에 비해 볼 것이 풍부하다는 것을 알았다. 밀양강 옆에는 옛날 촉석루를 견본으로 지었다는 영남루가 우뚝 서 있다. 한국전쟁 때 촉석루가 불탄 뒤 다시 영남루를 보고 촉석루를 복원했다고 한다.

시립박물관을 찾아가는 길에는 밀양아리랑을 상징하는 밀양아리랑아트센터가 큼직하게 보인다. 1974년에 건립한 밀양시립 박물관에는 2만년 전의 밀양 구석기 유적지부터 조선시대까지 밀양의 변천사를 조명해 볼 수 있는 다양한 유물과 자료가 전시돼 있다. 그 옆 밀양 독립운동기념관에는 3·13 만세운동, 의열단, 조선 의용대, 김원봉 등 밀양 출신 독립운동가들의 활약상을 한눈에 볼 수 있게 꾸며 놓았다. 박물관 내에 공룡 화석 전시관도 널찍하게 자리하고 있는데, 이는 어린이들을 박물관으로 오게 해 밀양의 역사를 함께 공부시키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박물관에서 나오면 저 멀리 잘 단장된 관아지가 보인다. 2010년에 관아지(동헌)를 복원했는데 동헌은 밀양 고을 수령이 공무를 집행하는 관청을 말한다. 또 밀양 읍성의 성곽과 문루도 제법 복원을 했다. 약산 선생의 생가터에는 의열 기념관이 들어서 있었다. 밀양을 답사하는 데는 하루로 부족했다.

뛰어난 역사적 유산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이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있는 진주를 생각했다. 옛 진주의 모습을 잘 알 수 있는 진주성도(晉州城圖)는 전국에 약 30여 종류가 있다. 이런 진주성도에는 소중한 진주의 역사 문화유산인 동헌, 객사, 향청, 교방 등 진주목 관아 건물들과 내성, 외성, 신북문, 동장대, 구북문, 윤주헌(선화당), 중영, 진영 등 경상우병영 건물들이 정확하게 그려져 있다. 우리는 이 중에 가능한 것부터 복원해서, 그 정신을 계승하고 진주를 찾는 손님들에게 진주의 역사와 문화를 알려야 한다. 그 첫 출발은 진주성 내에 있었던 선화당(경남도 관찰사 집무실)을 복원하는 것이지만, 임진년 진주성 전투의 최대 격전지인 동문과 비교적 복원이 쉬울 것으로 판단되는 동장대, 구북문 등의 복원도 빠를수록 좋다. 진주의 역사를 일목요연하게 볼 수 있는 진주역사관을 건립하는 일도 더 이상 늦출 수 없다. KTX 혜택은커녕 우리보다 더 좋은 조건을 가진 바닷가 도시들에게 관광객을 다 빼앗기고, 문화 관광의 변방이 되어 후회하지 않으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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