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희근 교수의 慶南文壇, 그 뒤안길(459)
강희근 교수의 慶南文壇, 그 뒤안길(459)
  • 경남일보
  • 승인 2019.04.11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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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의 문인들, 그 중에 평론가 송희복(4)

정병욱은 연희대서 윤동주를 만났다
동주의 시 원고와 함께 기억되는 이름
광복 후 나온 ‘시집’으로 눈물의 강연
동생 덕희와 윤일주, 혼인으로 이어져
송희복 교수는 저서 ‘윤동주를 위한 강의록’에서 윤동주 시인의 아픈 생애를 재구성해 준 인물들에 대해 소개한다. 윤동주의 아우, 윤일주, 후배이면서 연희전문 시절 룸메이트인 정병욱 교수, 죽마고우 문익환 등을 우선 들었다. 그리고 ‘윤동주평전’ 저자인 소설가 송우혜, ‘윤동주 시 깊이 읽기’의 저자 권오만을 잊을 수 없다는 것이다. 송교수가 기술한 문익환 목사의 모친 김신묵에 대한 대목을 보자.

“송우혜 소설가가 ‘윤동주 평전’ 초판을 내기까지 많은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특히 문익환 목사의 모친인 김신묵 여사의 중언이 결정적인 자료가 되었답니다. 그의 회상에 의하면 윤동주의 유골이 고향집에 도착했을 때 큰 집 며느리로서 어른들 앞에서 눈물을 보이지 않던 그의 어머니가 사람들이 잠든 깊은 밤이면 아들의 관을 어루만지며 소리 없이 눈물만 흘렸다는데, 그러다 어느날 빨랫감 속에서 아들의 와이셔츠를 발견하고는 목을 놓아 통곡했다는 김신묵 여사의 증언이 가슴 아프게 다가왔다고 합니다.”

이 기록을 전제로 송교수는 ‘와이셔츠 이야기는 정말 가슴 아릿하고, 이를 부여잡고 참고 참았던 울음을 터뜨렸다는 그의 어머니 이야기, 이 사연을 40년 즈음 이후에 증언으로 남긴 김신묵 여사의 이야기, 그 증언을 울면서 받아 적을 수밖에 없었다는 송우혜 이야기, 이런 애끓는 이야기들이 켜켜이 쌓이고 쌓여서 한국 여인들의 한이 되고 어디 그뿐이예요. 이를 테면 위안부 할머니, 한국전이나 월남전에서 아들을 잃은 어머니…, 이런 힘들이 또 모이고 모여서 현실을 딛는 힘이 되고 , 이런 힘들이 또 모이고 모여서 오늘날 우리나라 번영에 이르게 된 것이 아닐까요?’ 이렇게 정리한다.

송교수는 윤동주 삶에서 빼놓을 수 없는 송몽규와 정병욱을 소개 한다. 송몽규는 동갑의 고종사촌 형이고 죽마고우요 동지로서 연전, 일본 유학까지 같이 가서 감옥에서 생체실험용 주사를 맞고 비슷한 시기 순국했다. 정병욱은 하동출신이고 동래고보를 나와 연희대에서 윤동주를 만났다. 동주보다 2년 후배였다. 하동에서 초등을 나왔지만 그가 부산 동래고보를 다닐 무렵 부모는 하동 건너 광양에서 수산업과 할아버지의 양조장업을 도왔다. 그 시기에 윤동주의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19편을 광양 술도가 마루 아래에 숨겨두었다가 광복후에 찾아낸 정병욱은 나중 국문학자로 성장하지만 그 19편 원고 때문에 윤동주와 한 세트로 늘 이름이 올랐다.

이 대목에서 송교수는 정병욱의 여동생 정덕희 여사 이야기를 곁들인다.

정덕희는 정병욱의 부산 동래 유학과는 달리 하동에서 초등학교를 나와 광복 직후 진주여자중학교로 진학한다. 그런 뒤 1948년 무렵 부산여자고등학교를 다녔다. 그때 국어시간에 그의 오빠 정병욱이 들어오고 거기서 윤동주 시 강의를 듣는다. 해방 직후라 교사가 모자라서 부산대학교와 부산여고를 같이 출강했을 때였다. 정덕희는 갓 출간된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를 들고 들어온 오빠가 이 시집이 출간된 사연, 윤동주의 나라 사랑의 시편들, 하숙집 이야기, 일본에서 독립운동 사상범으로 잡혀가 통한의 죽음을 맞이한 일 등 열강을 하면서 창쪽으로 내다보며 눈물을 주루룩 흘리는 것을 보았다. 아마도 이 시간이 윤동주 시인 강의가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으로 행해지는 것이었고 그 강의를 들은 사람 중의 한 사람이 정덕희였다. 그 정덕희는 6·25 무렵 창간된 ‘사상계’(장준하 발행) 첫 기자로 활약했고 1955년 오빠 정병욱의 주선으로 윤동주의 10살 아래 동생인 윤일주 교수(시인,건축학)와 부산에서 결혼했다.

이로써 정병욱가와 윤동주가는 혈연으로 묶이는 사이가 되었다, 우애로 시작된 인연이 문학사적 결연으로 이어졌고 이어 끝내는 혈연의 문턱을 넘어선 것이었다. 그 역사적 물굽이를 보면서 북간도와 하동, 나라의 끝과 끝이 지연(地緣)이 되었다. 서시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 송교수는 이 시 작품이 낭송으로 강의실에서 울려퍼지기 시작된 지점을 강조한 것을 보면 문학의 통시적 개념에 무게를 두면서도 출발의 기점을 중시하는 기점주의를 외면하지 않는 듯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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